[사설] ‘의대생 휴학 허용’ 의대 정상화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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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조건부 휴학 철회에도 의료계 불신 여전
인프라 확충 등 과밀 교육 환경 문제 해결 시급
의·정 갈등 사이에서 정작 ‘국민’ 존재 잊혀졌나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1 00:02:02

교육부가 최근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 문제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면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교육부가 내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삼았던 휴학 승인 방침을 철회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할 수 있게 한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유급과 제적 위기에 놓였던 의대생들은 휴학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미 골이 깊어진 의·정 갈등의 해결책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의·정 갈등의 극심한 파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그간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한 의사들의 동맹휴학에 엄격하게 대응해 왔고, 동맹휴학 참여자의 복귀에 대해서도 조건을 거는 등 압박했다. 그러나 실제 복귀 건수가 미미하고 의대 교육 체계가 흔들리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교육부가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휴학이 허용되면서 내년 예과 1학년에는 기존 복귀자와 증원된 신입생 약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이는 교육 여건을 크게 악화시킬 뿐 아니라, 혼잡한 교육 환경으로 인해 의사 양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서 실습과 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실 의사가 배출된다면 이는 곧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4학번 예과생들이 2년의 과정을 1년 6개월로 단축하여 졸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시간을 압축하여 학기를 이수하게 하는 것으로 교육의 질이 낮아질 위험이 높다. 이에 교육기관의 실질적 준비와 여건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정 갈등은 단순히 휴학 허용 문제를 넘어서 의사 증원 규모와 그에 따른 교육 및 수련 인프라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에 증원하기로 한 2000명이라는 수는 구체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고, 이를 소화할 교육·수련 시설 및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당장 내년부터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예과와 본과 과정을 포함한 수업 시수와 실습 기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정부는 교육부의 휴학 허용 결정에도 의대생과 전공의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정부와의 신뢰 구축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의사 단체들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휴학 허용을 제시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의대생과 교수들은 대체로 협의체 참여 여부를 여전히 고심 중이다. 이는 의료계 전반이 정부 방침에 불신을 갖고 있으며 휴학 허용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내년부터 대규모 학생이 안정적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2025년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여야와 의·정 협의체를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 협의체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칫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거나 전문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지 못할 경우 곧바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한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의대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의 존재다.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풀어 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의료 환경을 만든다는 궁극적 목적을 대화의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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