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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계에 직면한 보수·진보의 프레임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진보·보수의 프레임은 우파에 치명적이다. ‘진보’라는 단어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진보’로 지칭되는 그룹은 그러므로 일단 유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이처럼 보수·진보 프레임이 일으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심히 염려한 사람들이 있다. 양동안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고, 필자도 2009년 출간한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이라는 제하의 책자와 수많은 강의를 통해 진보·보수 프레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절대로 사용하지 말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세력이 예전의 정통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성격과 결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 결과 ‘진보 세력=공산주의·사회주의 세력’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또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통진당)이 위헌 정당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 해산되면서 진보·보수의 대립 개념을 내세우는 프레임의 효용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이 현상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2022년 7월 여론조사공정에서 실시한 국민 정치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 26.8% △중도 35.3% △보수 29.6%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보다 진보 세력의 비중이 10%나 줄어든 것이다.
일반 국민의 중도로의 쏠림 현상
문재인 정권 때인 2019년 7월 데일리안에서 유권자 사상 성향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조사에선 ‘중도’를 중도 보수·중도 진보로 더 세분화했다. 그랬더니 조사 결과가 △진보 16.3% △중도 진보 25.1% △중도 보수 25.4% △보수 16.6%로 나타났다.
골수 ‘진보’ 비율이 상당히 낮아지고 ‘중도’로의 쏠림 현상이 확연히 나타난 것이다. 통진당·진보당 등 진보 정당은 곧 ‘종북 정당’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로 인해 이들을 ‘진보 세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하고 이상한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응답자들은 응답 비율을 보아 보수 세력도 선호하고 있진 않은 게 확실했다. 보수를 기피하는 건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도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이 1∼1.5%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민이 ‘진보당은 곧 종북 정당’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보 세력은 좋은 세력’이라는 속임수도 이제 그 효용이 다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좌파가 생각해 낸 대체 프레임
좌파도 일반 국민이 ‘진보 세력’이라는 개념을 마냥 좋아하지만은 못하는 상태임을 깨닫고 대체 프레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4월에 있은 제22대 총선에서는 ‘진보 세력’이란 프레임 대신 ‘민주·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진보’라는 용어가 맨 뒤로 간 것을 보면 이는 그만큼 진보 세력이라는 용어의 유용성이 크게 줄었다는 방증이다.
좌파는 ‘민주·개혁·진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진보’라는 용어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한편 민주 세력·개혁 세력·진보 세력으로 인식되는 모든 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저인망식 전략을 쓴 것이다. 윤석열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이면 모두 다 끌어들이겠다는 연대·연합 전술이었다.
‘진보 대신 민주·개혁·진보’… 좌파의 새로운 프레임
이것이 바로 북한에서 제시한 ‘반(反)보수 대연합’ 전술인 것이다. 진보 세력과 중도 세력을 연합하고 보수 세력을 고립시켜 승리하려는 통일전선 전술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촛불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비례대표 정당의 명칭을 ‘민주개혁진보연합’으로 했다가 ‘더불어민주연합’이라고 고치기도 했다.
이재명 ‘국민·반국민 세력’ 프레임 제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제22대 총선 기간 수시로 ‘국민·반국민 세력’이란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이기느냐, 반국민 세력이 이기느냐의 대결이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을 업신여기는 반국민 세력 국민의힘과 국민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좌파 세력이 그동안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란 프레임을 쓴다고 비난하더니 이재명이 ‘반국민 세력’이라는 이상한 신조어를 만들어 쓴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반국민 세력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우파 국민을 ‘반국민 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반국민 세력’이라는 신조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보·보수’라는 프레임의 한계도 드러나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썼던 ‘반국가세력’이라는 프레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새 프레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만든 ‘대세(대한민국 세력)·반대세(반대한민국 세력)’이란 프레임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만든 ‘반국가세력’이란 프레임이 국민들 속에 널리 확산되자 자칫 방치하다가 반대한민국 세력·반국가 세력으로 낙인 찍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을 염려한 것은 아닐까.
좌파가 말하는 ‘국민·반국민 세력’의 의미
이들이 말한 ‘국민·반국민 세력’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들이 지칭하는 ‘국민’은 촛불 국민, 즉 좌파 국민·인민민주주의 국민을 뜻하는 것이고, 반국민 세력이란 척결해야 할 보수 국민·우파 국민·자유민주주의 국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그런 의미로 국민을 둘로 나누고 차별대우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월 청와대 행사에서 “20개월간 오직 촛불 민심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수시로 문재인 정권을 촛불혁명 정권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린 촛불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정권이라는 뜻이다.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선거 직전 문재인 후보는 유세 중 “가짜 보수를 횃불로 불태우겠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보수를 궤멸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을 둘로 나누는 좌파의 전략
문재인이 생각한 국민은 분명 둘이다. 하나는 자신을 지지하는 촛불 국민, 다른 하나는 궤멸시켜야 할 보수 국민.
사상을 기준으로 국민을 둘로 나누는 것, 사상을 지렛대로 분열을 유도하는 것은 공산주의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들은 항상 사람들을, 국민을 둘로 나누고 서로 대립하게 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가난한 자와 부자·친공산주의와 반공·인민과 반동분자….
이재명 대표가 말한 국민은 무엇이고 반국민 세력은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국민은 촛불 국민·민주당과 좌파를 지지하는 국민일 것이고, 반국민 세력은 국민의힘과 그지지 세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모든 역사를 ‘적폐의 역사’라고 규정했으니 국민의힘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우파의 국민도 적폐 세력·적폐 국민으로 볼 것이다. 이는 공산주의식으로 말하면 반동분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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