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없는 공공의료’ 국립대 병원 의사들 ‘탈출 러시’ 심화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의료·보건

전국 국립대 병원 의사 응시율 2년 간 ‘50%’ 마의 장벽
열악한 근무환경·의·정 갈등 심화·연구 환경 악화에 ‘총체적 위기’
민간의료와 경계 무너진 상황… 공공의료 시스템 한계 드러낸 것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10:30:44

▲ 대학병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 2년여간 전국 국립대학교병원의 의사 응시율이 50%를 넘지 못해 의료진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 자료를 통해 30일 제기됐다. 연합뉴스

2년여 간 전국 국립대학교병원의 의사 응시율이 50%를 넘지 못한 배경에는 열악한 처우와 낮은 급여 미래를 볼 수 없는 공공의료의 폐해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병원 A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립대 병원은 상대적 저 임금 강한 노동 강도와 노조의 입김을 견뎌야 하는데 이 같은 업무 환경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남은 의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올해 들어 심화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공의가 대거 자리를 비우면서 전임의·임상강사·겸직교수·촉탁의 등의 국립대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고 봤다.

그는 “전임의와 임상강사는 전공의를 끝내고 전문의를 취득한 이들로 사실상 교수직을 염두에 둔 이들인데, 전공의가 떠나면서 전공의 역할을 다시 하게 되는 꼴이 됐다”고 혀를 찼다. 이어 “민간 의료와 공공의료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과거부터 상위 5대 병원 쏠림 현상이 강한 데다, 굳이 국립대 병원에 지원해 고강도와 저임금에 시달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올해 국립대 병원 교수들의 연구 실적도 의·정 갈등 여파로 인해 바닥을 찍었다”며 “사실상 연구를 위해 교수가 됐는데, 기본적 연구 환경 조성조차 안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의대 교수는 교육·연구·진료를 함께하는 전문가로 환자 진료뿐 아니라 의대생과 전공의 및 전임의들이 진료 현장에 실질적 임상 지도를 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마저도 국립대 병원을 외면하게 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 보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202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의사직(전공의 제외)을 모집한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그래프. 8261명 모집에 4089명이 응시해 응시율은 49.5%에 그쳤다. 채용된 의사는 3천558명으로 채용률은 43.4%에 불과했다. 백승아 의원실 제공

A 교수의 주장은 통계수치로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스카이데일리가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전국 국립대 병원 최근 3년간 의사직(전공의 제외) 모집 현황 자료’ 분석 결과, 2022년부터 2024년 8월 말까지 총 4356회에 걸쳐 8261명의 의사직 모집공고를 냈으나 총 응시인원 4089명, 응시율은 49.5%에 그쳤다.

이중 병원에 채용된 의사는 3588명이었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의사는 1963명에 불과해, 의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국립대 병원이 지속해서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립대 병원의 의사직 현원은 4821명으로 정원(9333명) 대비 51.7%에 불과하다.

이 중 경상국립대(본원)는 3년간 총 280회 공고·390명 모집에 응시인원은 73명에 불과했다. 전체 국립대학병원 가운데 가장 낮은 응시율(18.7%)을 기록했다. 응시율이 가장 높은 병원은 서울대병원(본원)으로 총 591회 공고 1910명 모집에 1412명이 응시해 ‘응시율 73.9%’를 기록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