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소유 SNS 엑스… ‘대안 언론’ ‘보수 플랫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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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구 퇴출 ‘트위터’를 61조 원에 매입·개명
WP “팔로워·조회수 공화당↑ 민주당↓” 분석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17:01:55

▲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엑스(X·옛 트위터) 본사가 9월 텍사스주 오스틴 이전을 완료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이 영구 폐쇄 당한 이후 트위터의 편향성에 비판 수위를 높이더니 2022년 약 61조 원에 사들여 엑스로 이름을 바꿨다. 단순한 SNS를 넘어 대안언론 내지 보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옛 트위터)를 사들인 이후 해당 플랫폼의 정치 지형이 크게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사 ‘일론 머스크의 엑스에서 입김 세진 공화당원들, 희미해진 민주당원들’에 따르면 미 공화당 정치인들의 팔로워·게시물이 조회수 급증을 보인 반면 민주당 인사들의 영향력은 전보다 훨씬 줄었다.

WP가 비영리단체 전미시민회의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7월 이래 공화당·민주당 의원 관련 엑스 계정 50개의 팔로워와 게시물 조회수 등을 살핀 결과, 총조회수 2000만을 넘긴 33개 콘텐츠 대부분이 공화당 인사의 게시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전파된 게시물엔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 법사위원장 짐 조던(오하이오)이 게시한 ‘민주당 하 필라델피아에서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와 ‘오하이오 내 아이티 이민자들이 고양이를 잡아먹는다’ 관련 밈 등이 포함된다.

또 엑스에서 팔로워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20개 계정 중 17개는 공화당원의 계정이었으며, 동일 기간 팔로워가 대거 감소한 계정의 주인 10명이 모두 민주당원이었다. 조회수 면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게시물은 지난달 평균 7900번 조회됐다. 민주당 의원 게시물의 평균치인 4100번보다 약 2배 많은 수준이다. 백악관 계정의 게시물당 평균 조회수 역시 작년 7월의 20만에서 현재 10만으로 떨어져 있다. 엑스가 보수 진영에서 점점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정치 광고도 늘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 지출액이 민주당 지지 광고의 3배나 된다고 WP가 짚었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연구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섀넌 맥그리거 교수는 엑스에 대해 “우파 성향이 아니라 우파가 이끄는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시절엔 뉴스 보도와 사람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장소로 여져졌으나 이젠 공화당원들에게 당의 지도자나 그 측근들에게 자기가 훌륭한 당원임을 알리는 당파적 장이 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공화당 내지 보수층에 적대적인 주류 언론의 현실을 도외시한 시각일 수 있다. 언론 시장의 균형이 완전히 허물어진 상황에서 대안적 성격으로 등장한 게 엑스였다.

애당초 머스크가 2022년 10월 440억 달러(약 60조9400억 원)에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로 이름을 바꿀 때부터 수익성을 노린 것 같진 않다. 당시 자금을 일부 지원한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엑스의 기업가치를 머스크의 인수 당시보다 79% 하락한 것으로 평가했다(8월 말 기준). 돈이 되고 있진 못한 것이다.

머스크의 엑스 구상은 2021년 1월6일 발생한 미 연방의회 의사당 사태 이후 트럼프가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주요 SNS에서 퇴출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보다 앞서 ‘현직 대통령의 SNS 정치’라는 기현상, 주류 언론에게 악마시된 대통령 트럼프가 존재한다. 그는 퇴출 전 88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리안이었다. 모든 SNS에서 추방되자 트럼프는 급거 소통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트럼프 책상에서 바로 전달된다”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트럼프와 직통이라는 의미였다.

2022년 2월21일 ‘트루스 소셜’이 출범했으며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출시일 아침 모회사인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의 대표 데빈 뉸스가 “상장기업으로서 인터넷을 빅테크 기업의 검열로부터 되찾아오는 운동 비전을 열정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검열 없는 ‘빅 텐트 플랫폼’을 표방하며 “정치적 이념에 근거한 차별” 없이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 허용을 내세웠다. 과거 트위터와 매우 유사한 형태지만 글자 수 제한이 1000라서 좀 더 길게 쓸 수 있다. 트위터에서 ‘트윗’이라 불리던 각 글들은 여기서 ‘트루스(Truth)’로 불린다.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트럼프가 약 60% 보유한다. 시장가치 46억 달러(6조2000억 원)다. 나머지 지분은 지지자 등 소액 투자자들에게 있다. 다만 적자 운영이 계속돼 작년 1~9월 사이에만 4900만달러(66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했다. 첫 거래일부터 16% 이상 상승해 시가총액이 8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왠만한 중견 항공회사나 금융회사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10월 들어 주가 급등 현상을 다시 보이고 있다.

11월 트럼프가 당선되면 트루스 소셜 쪽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트루스 소셜 주식 지분이 어떻게 변할지, 엑스에 대해 스스로의 위상을 어떻게 재조정될지 또한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연방 차원의 이해충돌방지법 대상이 아니므로 트럼프와 트루스소셜의 이해충돌을 막을 법적 수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