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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가 요즘 바쁘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대표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여·야 대표들이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때문이지만 대통령 방문은 윤·한 회동 이후 첫 행보여서 눈길이 간다.
정오스님(대종사)은 9월25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열을 낮추는 데에 좋다"며 백차를 대접했고 10월9일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큰 정치, 대승의 길을 가시라"고 덕담했다.
10월2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범어사를 찾았는데, 대통령 방문이 이승만 건국대통령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정오스님은 대통령에게 '참고 견디고 기다리라는 뜻'을 담은 감인대(堪忍待)란 글자가 써진 액자를 전달하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는 말처럼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고 했다.
이 말들이 내게는 ‘열 받지 말라, 정치 공부 더 해라, 부인 공격에 흔들리지 말고 국정에 전념하라’라는 의미로 들린다.
속세를 떠난 큰 스님이지만 호국불교의 본산이라서일까, 한마디 한마디가 당사자들에게는 '뼈 때리는 가르침'이라 생각된다.
이 나라의 정치 3인방이 범어사를 찾은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그들의 나라 사랑법도 삼인삼색이다 보니 국민도 세 갈래로 나뉘어져 다투고 있다.
10월이 어느덧 저물고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정치판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서로의 수를 읽느라 바쁘지만, 국민의 삶은 퍽퍽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고 국제 정세도 요동을 치고 있다. 무엇 하나 희망적이지 않다.
29일은 이태원 사고 2주기이다. 야당은 장외집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백차 한 잔 더 마실 필요가 있겠고 한 대표는 대승의 길에 대해 숙고할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부인 험담이 억울하고 아프겠지만 국민이 우선이란 생각을 더 깊게 해보길 권한다.
오늘도 범어사 종은 어김없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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