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 도장 찍지 않은 투표용지 교부… 투표관리관 첫 피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건·사고

2022년 대선·지선서 ‘사인’ 대신 선관위 도장 사용
유권자 “직무유기… 당일 투표 부정 소지” 고소 나서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6 17:40:18

▲ 투표자 A씨가 고소장에서 증거로 제시한 선관위에게 반납하는 투표관리관 도장

개인 소유의 도장을 찍지 않은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교부한 투표관리관이 고소당했다.

관리관 직인이 인쇄되는 사전투표용지의 불법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있었지만 본투표(당일투표)에 대해 유권자가 직접 당사자가 되어 고소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6일 고소장에 따르면 유권자 A씨는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와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서울 용산구 한 투표소의 투표관리관 김모 씨에게 “공직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투표관리관의 사인(자신의 도장)을 찍은 투표용지를 교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를 거부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해 선거 후 반납하는 도장을 찍은 투표용지를 나눠줬다.

이에 A씨는 “이는 정규의 투표용지가 아니며 따라서 무효 투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투표관리관 김씨를 직무 유기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에 따르면 ‘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를 교부할 때 사인(私印)을 날인한 후 선거인 앞에서 일련번호를 떼어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사인은 개인 소유의 도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A씨는 김씨가 자신의 도장이 아닌 선관위 도장을 사용한 점을 지적하며 “이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시행령 제100조에 따르면 정규의 투표용지는 ‘투표관리관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 교부한 투표용지’를 의미한다. A씨는 “김씨가 자신의 도장을 사용하지 않고 선관위 도장을 사용함으로써 가짜 투표용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하며, 김씨의 이러한 행위가 “선거의 무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고소장 접수 이유에 대해 “투표관리관이 자신의 도장을 사용하면 가짜 투표용지를 만들 수 없지만, 선관위에 반납하는 도장을 사용하면 선관위가 가짜 투표용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용지는 관리관의 도장을 인쇄해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찍는 것보다 단시간에 더 많은 가짜 투표용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사전투표에서 부정 투표 가능성을 열어두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당시 김씨가 반복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고 사인을 찍지 않은 투표용지를 교부한 것에 반발해 ‘이의 제기서’를 제출했으나, 김씨는 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하며 이는 형법 제366조에 따른 문서손괴죄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김씨의 행위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투표관리관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한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며 “김씨의 행위는 직무 유기와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