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기 경례 논란’ 김태효에 ‘친일 프레임’은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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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태극기도 애국가도 거부했다”며 비약
‘착오’ 해명에도 ‘단순 실수’ 아니라며 파면 요구
文도 외교석상에서 국기 안 보일 땐 부동자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30 00:02:01

지난 주말 정치계를 달군 이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관련 ‘국기 경례’ 논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당시 진행됐던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김 차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굶주린 포식자가 먹잇감을 발견한 듯 극단적 언사를 동원해 공세 수위를 높여 오히려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가 된 장면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인사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동안 김 차장은 가슴에 손을 얹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에서는 김 차장이 태극기를 보지 못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차장을 ‘왜놈’이라고 칭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파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차장의 태도를 놓고 “태극기도 애국가도 거부하는 왜놈 같은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김 최고위원의 주장에선 주관적 논리 비약을 통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우선 태극기가 보이지 않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태극기도 애국가도 거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객관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주관적 해석을 덧씌운 것이다.

뒤이어 ‘왜놈’이란 단어를 연결하는 대목에서는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헛웃음이 나올 만하다. ‘태극기·애국가’를 거부하면 ‘왜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이런 등식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인지 본인의 설명을 들어야 짐작이 될 일이다.

또 해명을 내놓은 대통령실을 향해서 김 최고위원은 “왜놈 대통령실이냐”며 공세를 이어 갔다. 아무리 야당 소속이라지만 자국의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1차장을 근거도 없이 친일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자들이 과연 이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인지 의심이 일지 않을 수 없다.

한술 더 떠서 박선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51명은 김 차장에 대한 즉각 파면 요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 차장이 “끝까지 의도적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해명 내용, 즉 김 차장이 우측 전방의 국기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착오’를 국기 경례 ‘거부’로 밀어붙이겠다는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면 이런 논란이 억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20조 제1호에는 국기를 볼 수 있는 국민은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고, 국기를 볼 수 없고 연주만 들을 수 있는 국민은 그 방향을 향해 선 채로 차렷 자세를 취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김민석 최고위원은 “태극기가 안 보일 때 차렷 자세를 하는 것은 국기 강하식 규정이고, 외교 의전 중 애국가가 울리면 가슴에 손을 올리는 것이 대통령실 편람에 나온 의전 규정”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김 차장을 비난하기에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4월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비롯해 각종 환영식에서 태극기에 경례하지 않았다. 자신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을 경우 국기에 경례를 했지만, 태극기를 정면에서 볼 수 없을 경우에는 경례하지 않고 선채로 행사에 임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그간 정쟁의 손쉬운 도구로 사용해 왔던 옹색한 ‘친일 프레임’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길 바란다.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건설적 비판과 논의를 통해서만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