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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에 tvn 추석특선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2024)를 재미있게 보았다. 처가 일곱 형제 중 다섯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들의 삶을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실감 있게 볼 수 있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든 국가는 미국과 대한민국로 되어 있지만 보통 미국 영화로 분류된다. 제58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중 작품상을 받은 영화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로 데뷔한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영화로 76회 미국감독조합상 중 감독상(신인감독부문)을 받았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은 그레타 리(Greta Lee)와 유태오다. 두 배우의 이력을 보면 두 배우의 삶 자체가 영화 속에 배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리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거든요.”
그레타 리의 부모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가서 1980년대 초에 그레타를 낳았다. 의사였던 아버지와 한국에서 성공한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였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희생과 헌신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레타 리는 노스웨스턴대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배우이자 작가인 남편 러스 암스트롱(Russ Amstrong)을 만났다. 그녀는 전문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하겠다는 소망을 안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레타 리는 다양한 배역을 따내기 시작했고 2023년 첫 주연작인 ‘패스트 라이브즈’가 그녀에게 찾아왔다.
1981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난 유태오의 삶 또한 드라마틱하다. 부모가 1970년대에 독일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파독 광부, 어머니는 파독 간호사였다.
농구선수가 꿈이었던 유태오는 2002년 해외경험을 하기 위해 잠시 뉴욕으로 갔다가 거기서 우연히 접한 연기에 빠져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주로 단역을 하던 그가 2023년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을 맡아 북미는 물론 더 넓은 세계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어로 ‘인연’이라는 말이 있어. 섭리·운명, 이런 뜻인데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거야.”
‘패스트 라이브즈’의 줄거리를 조금 알려 드리면 다음과 같다.
12살 나이에 가족과 함께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된 나영(Greta Lee 분)은 12년 뒤 뉴욕에서 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우연히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중 해성(유태오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페이스북을 통해 해성과 연락하게 된다.
오랜만에 SNS로 만난 두 사람은 과거에 서로를 향했던 감정에 다시 불을 지피지만 서울과 뉴욕이라는 거리로 인해 만날 수 없어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만 커지게 된다.
결국 나영은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해성을 생각하게 되자 자신의 현재를 위해 해성과의 연락을 끊는다. 해성은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편, 나영은 작가 모임에서 아서(John Magaro 분)라는 유태인 작가를 만나 다양한 아야기를 나눈다. 나영은 아서에게 ‘인연’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려 준다. 나영과 아서는 결국 결혼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제는 ‘인연’이다. 인연을 가지고 사랑·결혼·만남·헤어짐 그리고 행복을 이야기한다.
필자가 제일 재미있게 들은 대사는 해성이 아서와 같이 만났을 때 나영에게 한 말이다.
“당신 남편이 좋은 사람인 게 내게 이렇게 마음 아플 줄 몰랐어.”
아직 ‘패스트 라이브즈’를 안 본 분들에게 강추한다. 내가 좋아하는 뉴욕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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