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지방선거 자국중심주의 재확인… “역사적 첫 승리”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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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右양극 AfD·BSW… 우크라지원·대러관계·이민문제 한목소리
SPD·CDU 등 기존 기득권 정당들 “극우와의 연정 협상은 없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2 16:02:29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튜링겐 주의회 선거 전날 주도 에어푸르트의 독일대안당(AfD) 유세 현장. 이튿날 투표 결과 AfD가 제1당을 차지한 것과 관련해 '극우 정당 승리는 나치시대 이래 처음' 식의 국내외 주류 매체 보도만으론 지난 수십년간 기득권화한 이른바 진보세력과 서민·중산층 삶이 괴리돼 온 귀결임을 간과하기 쉽다. 스카이데일리·로이터

1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독일대안당(AfD)이 제1당을 차지했다. ‘극우 정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나치독일 이후 처음’ 식의 국내외 주류 매체 보도만으론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연합(EU) 엘리트의 지향과 바닥 서민의 현실이 크게 괴리돼 온 귀결임을 간과하기 쉽다.

튀링겐 주의회 선거 최종 집계 결과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방정부 구성 멤버인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 현지 기존 최대 정당인 기독민주당(CDU)이 23.6%에 그친 가운데 1위 AfD가 32.8%를 득표했다. 2013년 AfD 창당 이후 첫 승리다.

또 급진좌파로 불려 온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15.8％로 3위를 차지해 주목된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막강한 3위인 셈이다. 반면 이른바 ‘신호등 연정’ 멤버들 성적은 각각 숄츠 총리가 소속된 SPD 6.1％, 녹색당 3.2％, FDP 1.1％ 등이다. 이들 정당의 과거 규모나 역사를 생각할 때 처참한 수준이다.

한편 이날 작센 주의회 선거에선 AfD가 득표율 30.6％로 1위를 놓쳤으나 1위인 CDU(31.9％)와 간발의 차였으며 그 다음이 BSW(11.8%), 숄츠 총리의 SPD(7.3%)다. 알리스 바이델 AfD 중앙당 공동대표가 공영방송 ARD 인터뷰에서 이번 두 지역 선거 결과를 “역사적인 성공”으로 자평했다.

기존 정당의 퇴조와 신생 자국중심주의 정당의 약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심화돼 특히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서민·중산층 삶의 질 저하와 함께 현저히 가시화됐다. 5년 전 선거 때보다 기득권 정당들 지지율이 더욱 낮아진 배경이다. 따라서 현 정권 지지세의 추락과 AfD 득세가 재확인된 이번 튀링겐·작센 선거 결과를 “경제적 낙후성과 반이민 정서 강한 옛 동독지역” 특유의 현상으로 본 주류 매체 논조의 일방적 수용은 경계해야 한다.

독일의 기존 거대 정당들 대부분 진보를 자처하며 약자·소수자 배려와 분배 정의의 가치를 중시해 왔다. 이것이 곧 EU 엘리트에 공유된 세계관·가치관이자 유럽 운동권 세대가 국정을 장악한 70~80년대 이래의 보편 상식이다. 그들의 이상을 구현한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파탄에 이르게 됐는지 살펴야 선거 결과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작센 주의회 선거에선 AfD가 27.5％ 득표율로 2위에 올랐다(2019년엔 23.4％로 2위). 다만 튀링겐과 작센에서 AfD의 주정부 참여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관측돼 눈길을 끈다.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현지 SPD·CDU가 AfD와 불타협 원칙을 천명한 상태다. 헌법수호청 또한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극단주의로 규정해 감시해 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튀링겐의 경우 제1당인 AfD가 배제된 채 CDU 중심의 BSW·SPD 등 3개 정당 연정이 예상된다. 같은 극단이라도 좌파인 BSW 대접이 AfD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작센주에선 미하엘 크레치머 현 주총리 소속 CDU가 차기 정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카르스텐 린네만 CDU 사무총장이 “우리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튀링켄과 작센) 유권자들이 우리가 AfD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유권자들이 AfD의 정부 참여를 원한다”며 반박했다. 회케 튀링겐 AfD 대표 역시 “가장 강력한 정당이 연정 회담을 시작하는 게 전통이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는 AfD와 함께해야만 가능하다”며 주 정부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튀링겐과 작센 주정부 연정 협상 시 양 지역에서 각각 3위를 한 BSW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BSW는 AfD와 개별 입법 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좌우 극단으로 평가되는 이들 두 정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대(對)러시아 관계 회복·이민정책 전환 등 핵심 이슈에선 한목소리인 것이다. BSW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철회를 연정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한 평가 시험대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조기총선 요구가 강해질 조짐이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아예 이번 선거 결과를 현 정권에 대한 ‘거부 표현’으로 짚으며, 숄츠 연정을 향해 “자신들이 계속 통치할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엔 내년 9월 연방의회 총선 이전의 마지막 주요 선거이자 숄츠 총리의 지역구 포츠담이 속한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를 치룬다. AfD는 현재 브란덴부르크에서도 CDU를 따돌리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다. 튀링겐 AfD 대표 회케가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로 비판받으면서도 상승세는 여전하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