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佛 체포 둘러싼 논란… SNS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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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프, 유해 콘텐츠 방치 혐의… 최대 20년형 예상
‘동병상련’ 엑스 소유주 머스크도 상황 주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7 07:31:00

▲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된 텔레그램 창업자·최고경영자 파벨 두로프에 대해 20년형이 예상되는 가운데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그에게 걸린 혐의란 텔레그램의 악용 방치이며, 러시아 측 영사접근권은 국적 문제로 프랑스 당국이 거부했다. 두로프는 2014년 당국의 제재로 고국 러시아를 떠난 이래 아랍에미리트·프랑스 이중 국적자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창업자·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은 해당 메신저 앱이 범죄 및 유해 콘텐츠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뤄졌다. 다만 이 문제의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의 두로프에게 최대 20년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정성과 법리적 논란도 일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선 전 세계 약 10억 명 이용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CEO 두로프의 구금이 소셜네트워크들의 미래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짚었다. 러시아 출신 두로프 형제(파벨 39세·니콜라이 44세)가 2013년 출시한 텔레그램은 뛰어난 보안성·익명성을 앞세워 세계적 SNS 플랫폼으로 고속 성장했다.

2015년 두로프는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3자에게 단 1바이트의 이용자 데이터도 유출시키지 않았다”며 텔레그램 보안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덕분에 검열이 만연한 국가·지역일수록 텔레그램은 유용한 뉴스 유통 매체로 각광받았으며 러시아·이란·벨라루스·홍콩 등에선 반정부 민주화 운동의 소통 도구가 됐다.

동시에 텔레그램은 테러 및 각종 범죄, 극단주의·가짜뉴스 콘텐츠 확산의 온상이 됐다고 비판받아 왔다. 이에 두로프를 향한 평가도 크게 갈린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푸틴정권에 맞선 “언론자유의 옹호자”, 다른 한편으론 “범죄행위를 방치한 플랫폼의 창업자이자 테크 거물”로 언급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텔레그램이 이용자의 자유와 사생활 옹호 수준을 자부하지만 테러리스트 등 극단주의자들과 마약상들까지 텔레그램 보호막 아래 모여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텔레그램이 다른 소셜네트워크에 비해 당국에 협조하는 것을 꺼리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는 게 각국 정부 당국의 시각이라고 더타임스가 전했다.

프랑스에서 구금된 두로프는 “숨길 것이 없다”며 당당한 입장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내놨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성명에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법을 준수해 왔다며 “플랫폼 내지 플랫폼 소유자에게 해당 플랫폼의 남용 책임을 지우는 게 터무니없다”는 주장이다.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VK)를 개발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이름을 날린 두로프지만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이용자 정보 양도를 요구하자 거절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나 현재 아랍에미리트·프랑스 이중 국적자로, 평소 거주지는 텔레그램 본사 소재지인 두바이다.

언론자유의 제약이 많은 곳일수록 텔레그램 수요가 높다. 텔레그램은 사용자 데이터 제공을 거부한 후 2018년 러시아에서 금지됐다가 2021년 풀린 바 있으며, 페이스북·유튜브·왓츠앱·인스타그램·틱톡·위챗에 이어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하나로 간주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프랑스-러시아 간 긴장 고조를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두로프 체포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며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 적대 행위’로 간주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두로프에 대한 러시아 영사 접근권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알렸다. 두로프의 국적이 프랑스라는 게 프랑스 측 거부 사유였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두로프가 체포당한 날 페이스북에 “구금 이유를 명확히 하고 두로프 씨의 권리를 보호하며 영사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으며 프랑스 당국이 협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하로바 대변인 또한 텔레그램에 서방 인권 NGO을 향해 “2018년 러시아 내 텔레그램의 활동에 장애물을 만들기로 한 러시아 정부 결정을 비판했으면서 이번 두로프 체포엔 침묵을 지킬 것인지” 물었다. 그 외 러시아 관리들도 언론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서방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며 목소리 높였다.

미국의 기밀을 폭로하고 2013년 이래 러시아에서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엑스(X·옛 트위터)에서 “두로프 체포는 언론·결사 등 기본적 인권의 침해”라고 말했다.

한편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남의 일이 아닌 듯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글을 올렸다. 그는 한 게시물에 #freepavel 해시태그를 달았으며 ‘관점’란에 “2030년이면 유럽에서 밈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처형 당할 것”이라고 적어 풍자했다.

텔레그램은 최대 20만 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그룹을 보유한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쉽고 음모론적·신나치주의적·소아성애적 또는 테러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기 쉽다는 우려가 일찍부터 제기됐다. 영국에서 이번 달 초 발생한 폭력적 혼란의 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채널의 플랫폼 역할을 한 것으로도 조사 받았다. 텔레그램이 일부 채팅방을 제거했지만 전반적으로 극단주의적이며 불법적인 콘텐츠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다른 소셜미디어 회사와 메신저 앱보다 상당히 약하다는 게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