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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대구와 부산·창원은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다. 그럼 이 세 곳의 중간 지점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경남 밀양이다.
밀양은 생각보다 인지도가 있는 지명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있고 최근에는 성폭행이라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밀양은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로 시내 한복판에 밀양강이 흐르고 영남루나 얼음골 등 볼 곳도 많이 있다. KTX와 SRT가 정차하고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교통도 편리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밀양에 왔으니 당연히 맛집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맛집을 찾아 보니 한 백년가게가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향촌갈비’다. 이번에는 이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향촌갈비’는 1980년 손주필·김규리 대표가 창업했다. 손 대표는 3대째 물려받은 100년 고택을 깔끔하게 보수해 장사를 시작했다. 1997년 경상남도 ‘좋은업소’·2020년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넓은 마루와 여러 개의 방·서까래가 노출된 목조 풍의 실내 분위기가 독특한 운치를 느끼게 했다. 작은 마당 가운데는 모과나무가 있었는데 손 대표는 수령이 250년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예 작품과 그림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손 대표가 문인화가(국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가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문인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음식점을 운영하던 부친을 도와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청소년때 부터 서양화 등 그림공부를 해 왔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 부친께서 붓이나 벼루 등 문방 일체를 구비해 주셨어요. 그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저희 집에서 하는 음식점이 번창해 2호점까지 내게 되니 이 일에 집중하느라 그림은 자연스럽게 소홀하게 됐죠.”
“이후 양돈 농장과 과수원 등에서 10년 넘게 일을 했어요. 그러다 제가 살고 있는 이 고택에 갈비집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향촌갈비’를 창업했죠. ‘향촌’은 지역 교육자이신 백사 선생께서 지어 주신 이름입니다.”
손 대표는 이곳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태어난 장소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의 부친이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2년 동안 이곳에 세를 얻어 살았아요. 그때 안철수 의원이 태어난 거죠. 이곳에서 나중에 국회의원이 될 사람이 나왔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손 대표는 음식점에서 시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봤을 때 지저분하면 손님들이 색안경을 끼고 그 가게를 본다는 것이다.
“저도 장사를 하고 다른 음식점에 가서 먹기도 하지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시설입니다. 화려한 시설 이런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낡더라도 깔끔해야 한다는 것이죠. 고깃집을 예로 들면 청소를 제대로 한 곳이면 유리에 기름때가 남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반대죠. 이런 곳들은 주방도 더러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다음부터 손님들이 방문하기 꺼리게 되는 거죠.”
“시설에 신경 쓰면 위생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시설 이외에 원산지나 유통기한 등 식품에 대한 것은 따로 신경을 써야겠죠. 하지만 시설 관리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꼼꼼하지 않으면 하나둘 방치하게 됩니다. 그만큼 꼼꼼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런 성격을 가진 주인들은 대부분 식품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손 대표는 음식 맛은 세 번째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서비스 마인드입니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그에 부응해 맛있게 먹고 간다는 말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죠. 또 다음에 재방문할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죠. 손님들이 처음 가게에 방문할 때 인상을 찌푸린 표정으로 인사하고 음식을 상에 차릴 때도 소리나게 탁탁 놓는다는지 하면 다음부터 과연 올까요. 그래서 저는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종업원들에게 늘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하고 있죠.”
“시설과 서비스에 신경을 썼으면 이제 음식 맛에 집중을 해야겠죠. 손님을 끌어당길 만한 맛을 개발하고 어떤 식재료를 사용할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등등 철저히 따져 보고 좋은 재료를 선정해서 손님들에게 훌륭한 음식을 대접하면 그것으로 제가 할 일은 다 마친 거죠. 손님이 가시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설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의 세 가지 원칙을 듣고 보니 과연 돼지갈비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다른 고깃집과는 다르게 높은 화로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특이했고 옆에는 대나무로 만든 통이 있었는데 익은 고기를 놓을 수 있었다.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더니 많이 달지 않았다. 양념을 잘못하면 고기가 달기 마련인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고추씨로 만든 양념에 겉절이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짭짜름한 맛이 났다. 무엇보다 고풍스런 분위기가 음식 맛을 더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인근 대구·부산·창원 등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문인화가로 활동하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가지 일을 다 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그는 한 계기로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가 청소년 때 그리던 그림을 그만두고 생업에만 열중하다 보니 마음 한 켠에는 그림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어느 날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왜 너는 잘 그리던 그림을 그만두고 장사만 하는냐면서 안탑깝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제 가슴에 불을 확 지폈죠. 그래서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마음먹고 평생교육원에서 문인화를 배웠습니다.”
“이전에는 유화를 그렸는데 문인화는 처음이었죠, 그래서 붓을 드는 법부터 시작해 서예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동기가 100년이나 된 벼루를 선물해 줬는데 정말 이 친구에게 고마웠습니다. 서예를 5년 정도 배운 후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0년 정도 지난 후 초대작가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음식 장사도 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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