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여행 망치는 여행사 예약 시스템 손보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1 00:02:30

여행사를 통해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여행사의 상품 상세 정보에 명기된 정보와 호텔 측에서 생성된 예약 정보가 달라 예약 후 추가 요금을 납부하라고 요구받는 경우가 그 한 예다.

또 결제를 마치고 예약이 완료된 것을 확인했는데 예약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분명 하나만 예약했는데 두세 개 중복 예약이 만들어져 이중 출금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렇듯 대다수 여행사가 호텔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손님 몰이를 하지만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않은 여행사의 영업 형태 때문에 되레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최근 국내 대형 온라인 여행 중개 플랫폼 아고다를 통해 호텔 등을 예약한 A씨는 여행사 예약 건에 웃돈을 얹어 추가한 선택 옵션이 호텔 측 예약에선 빠져 있어 여행 일정 내내 현지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A씨는 “아고다를 통해 1박 기준 총 6인 숙박(성인 4인·아동 2인) 및 아침 식사 포함으로 예약했다”며 “그런데 호텔에 도착해 보니 성인 2인 기준 숙박 및 식사가 포함된 예약 건이라며 성인 2인을 제외한 동반 인원에 대한 추가 요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경우 중개 플랫폼을 통한 ‘여행사 예약’의 상세 정보에는 6인 투숙 및 식사가 가능한 예약이라는 정보가 표기돼 있었다. 예약 건에 조식 6인과 6인 숙박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호텔 예약’에는 성인 2인을 기준으로 2인 조식 및 2인 숙박이 가능한 예약이 생성돼 여행사와 호텔 간 정보 불일치가 발생했다. 소비자가 아고다를 통해 차액을 미리 정산하고 정확한 인원수를 전달했음에도 해당 부분이 호텔 측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B씨도 아고다 예약 과정에서 여행사에 의해 원하지 않는 추가 예약이 생성되며 중복 예약으로 곤란을 겪었다.

B씨는 “아고다를 통해 예약을 했는데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예약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후 다시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계정을 확인해 보니 예약 건이 이중으로 생성돼 돈이 두 번이나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시스템 오류로 예약이 생성되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아고다가 계좌에서 돈을 출금한 적도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숙박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자체 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호텔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 여행사와 호텔은 각각의 방식에 따라 운영되는 전혀 별개의 독립된 사업체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즉 소비자가 여행사를 통해 호텔에 예약을 하면 예약 건은 여행사와 호텔에서 각각 별도의 예약 번호를 부여받고 각자의 시스템으로 생성된다. 결제 방식이나 취소·변경 정책 등 적용 기준 또한 다르므로 동일 예약 건이라도 호텔 예약과 여행사 예약으로 명확히 구분 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예약 생성 전 단계에서 ‘사전 점검’과 예약을 생성한 다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중간 점검’ 과정 그리고 최종적으로 숙박을 하기까지 ‘최종 점검’을 하는 것은 여행사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또 여행사에서 생성한 예약 정보가 호텔로 넘어가면서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교차 검증’ 과정도 필요하다. 특히 예약 건에 조식이나 침대 추가 등 선택 옵션을 포함했으면 반드시 예약 건에 구체적으로 나열된 상세 조건을 증거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후 호텔에 도착해 예약 건에 첨부된 중요사항이 빠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여행사는 이러한 대비를 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문제 발생 시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있도록 드러나지 않는 곳에 규정을 꽁꽁 숨겨 두고 있다.

고객에 이익이 되는 문구는 최소화한 반면 여행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여행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기술해 놓았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소비자의 꼼꼼한 점검과 함께 고객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기존 예약 시스템 구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