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정체 기업은행… 투자 심리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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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이후 주가 4.8% 하락… 증권사 4곳 투자의견 ‘중립’ 제시
이자이익 둔화 및 비이자이익 감소 등에 분기 손익 전년比 뒷걸음질
밸류업 계획 발표 앞뒀으나 국책은행이라 주주환원 적극적일지 의문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4 10:13:00

▲ 기업은행은 2분기 6081억 원의 순이익(지배주주)을 올리며 시장 전망치(6393억 원)를 4.9% 밑돌았다. 지난해 2분기(6640억 원)와 비교해 8.4% 작은 규모다. ⓒ스카이데일리

기업은행에 대한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주가는 뒷걸음질했고 투자 의견도 중립이란 평가를 받았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은 이자이익 둔화 및 비이자이익 감소 등의 여파로 역성장했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했다. 주주환원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이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은행 주가는 4일 현재 1만 3690원이다. 기업은행 주가는 2일 2.21% 내린 1만3690원에 장을 마감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전인 지난달 29일(1만4380원) 종가와 비교하면 4.8% 떨어졌다.

증권가 전망도 밝지 않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기업은행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11곳인데 이 중 4곳(삼성·LS·한국투자·미래에셋)이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제시했다. 매도(SELL) 의견을 꺼리는 증권사 리포트 특성을 고려하면 중립은 사실상 매도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매수’ 의견을 제시한 1곳(키움)도 목표주가에 대해 기존보다 1000원 내려 잡았다.

투자 심리 부진은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은행은 2분기 6081억 원의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을 올리며 시장 전망치(6393억 원)를 4.9% 밑돌았다. 지난해 2분기(6640억 원)보다 8.4% 적었고 올해 1분기(7808억 원)보다는 무려 22.1% 감소했다.

이자이익 둔화세가 뼈아팠다. 기업은행의 2분기 이자이익은 1조9753억 원으로 전년동기(1조9652억 원)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 잔액이 283조290억 원에서 293조5970억 원으로 3.7% 늘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이 0.07%p 감소하면서 이익 폭은 거의 정체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비이자이익 감소 폭도 컸다. 2분기 756억 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2분기(1364억 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외환·파생 등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1년 전보다 597억 원의 줄어든 게 이익 폭을 크게 줄였다. 성과급 지급 등 일반관리비가 224억 원 늘어나고 건설업·부동산개발업 관련 충당금으로 663억 원을 추가 적립한 점도 이익 성장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건전성 악화도 우려 요인이다. 6월 말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4조440억 원으로 총여신(310조8920억 원)의 1.3%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0.98%와 비교해 0.32%p 올라갔다. 반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786억 원에서 7167억 원으로 줄었다. 충당금을 더 적립할 가능성이 크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과 기업대출 취급 경쟁 속에서 NIM이 하락하는 부분을 향후 단기간에 건전성 지표 개선을 통해 상쇄하기 쉽지 않다”며 “올해 순이익은 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해 이익 개선 폭이 저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증권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가 기업은행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향방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의 추가적 리레이팅(재평가)을 위해서는 안정적 이익 창출 여력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예측 가능성 및 가시성 제고가 관건이 될 것이다”며 “향후 기업은행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연내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목표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책은행 특성상 대출 여력을 확보해야 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공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자본을 소모하는 주주환원은 불가능할 것이다”며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한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게 돼 자본 비율 부담은 가중될 것이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시중은행과 같은 주주환원율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