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對 범죄자 프레임… 해리스, 트럼프 공세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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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문제 내세우며 민주당 결집 시도할듯
여성·인종·나이 강점… 對서민 공감대 약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15:21:29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우측).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민주당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하차 하루 만인 22일(현지시간) 이미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검사와 범죄자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본격화 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저녁 현재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의원 중 최소 2668명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과반) 1976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최종 결정(8월7일)에 앞선 민간 설문 조사일 뿐 공식적이진 않지만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다. CNN방송도 자체 조사를 토대로 이런 내용을 전했으며 뉴욕타임스(NYT) 역시 AP 집계를 인용해 “레이스 하루 만에 (대선후보 공식 지명에) 다가섰다”고 짚었다.

이날 NYT는 “민주당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권·법치주의 등을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몰 수 있길 바란다”고 봤다. 선거전이 바이든의 고령리스크 논란으로 흐르며 방어에 힘쓰느라 민주당 특유의 이슈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낙태’에 관한 입장이야말로 개개인의 세계관·가치관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통한다. 기독교 국가로 출발한 미국이기에 생명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여성의 권익신장 흐름을 타고 큰 변화가 있었다.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리버럴과 히피즘이 유행하던 시절 연방대법원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1973년 낙태권은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로 인정됐고 1992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판결에서 재확인된다. 그런데 트럼프 재임기를 거치며 보수진영이 우위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에서 2022년 낙태권의 헌법적 보호를 폐지하고 각 주에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50개 주 가운데 약 26개가 낙태를 제한할 수 있게 되자 그해 중간선거에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성(개인)의 몸을 국가가 강제한다, 임신중절을 위해 가능한 주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서민·빈곤층을 소외시킨다는 시각이므로 민주당 리버럴 진영을 결집할 핵심 사안이라고 간주된다.

카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낙태 문제 거론을 꺼려 왔다. 그러나 해리스는 다르다. 연방대법원 판결이 뒤집힌 이래 약 100번이나 관련 집회 내지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낙태(abortion)’ 대신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이란 어휘를 쓴다. 어감이 가진 정치적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트럼프와 성별·인종·연령 면에서 정반대 조건인 해리스가 자신의 태생적 상징자산과 법조인 이력을 활용해 트럼프 대세론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 측에선 보고 있다. 특히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사건에서 34개 혐의에 유죄평결을 받은 것에 ‘법치주의 수호자 대 범죄자’ 프레임으로 대결 구도를 부각하고 있다.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대본부 출범식을 가진 해리스는 연설을 통해 과거 검사 시절 성추행 사건 전담이었음을 거론하며 “트럼프 류의 타입을 잘 안다”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운동에서 자랑스럽게 내 경력을 그의 경력에 맞서 부각시킬 것”이라며 저격수를 자임한 셈이다. 다만 해리스는 아직 검사 출신다운 날카로운 통찰력과 화법을 뽑낸 적이 거의 없다.

향후 토론 석상에서 말 솜씨와 정치적 리더십 소양이 드러날 것이다. 정제된 레토릭 대신 ‘솔직 직설’의 트럼프를 고학력 엘리트들은 불편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면들이 대중 시민층에선 트럼프의 강점으로 작용해 왔다.

물론 해리스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왔고 민주당 내에선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연설 석상에서 말이 막히면 소리내 웃기 시작하는 버릇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웃음 헤픈 해리스’로 놀려왔다. 해리스가 맞상대로 부상하자 트럼프는 ‘미쳤다’(crazy) ‘제 정신 아니다’(nuts) 등 막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이기기 쉽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유복한 성장 과정도 해리스에겐 약점으로 꼽힌다. 그간 이민자·국경 문제와 러스트벨트(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보편적 좌절감에 트럼프만큼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고학력 엘리트 글로벌리스트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 자체가 밀리는 사안이기도 하다. 명문대 교수·연구원 딸로서 백인들 틈에서 자란 해리스는 경합주의 노동자, 특히 백인 서민층 이해가 적어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 J.D.밴스와 대비된다.

바이든의 낙마를 이끈 결정적 인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해리스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밝히지 않았다. 해리스 측은 오바마 과거 재선캠프 수석 고문이던 데이비드 플루프 영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플루프가 해리스캠프 합류 제의를 받았다며 지지자들도 원한다고 보도했다. 플루프의 합류로 해리스의 정치기반 다지기와 진영내 화합적 결합에 도움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22일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후보 사퇴 직후 유권자 4001명에게 물은 결과, 해리스 지지율이 45%로 나왔다. 트럼프(47%)를 2%p 차로 따라붙은 수치다. 바이든 사퇴 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6%p, 더 앞선 다른 조사에선 약 10%나 우세했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엿보인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