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란 악용 악성 소프트웨어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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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문자로 접근… 다운받으면 치명적 피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관계자, 美 하원 소환 예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15:27:25

지난주 발생한 글로벌 정보통신(IT) 대란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를 악용한 악성코드 유포 및 해킹 위험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스템 먹통 상태를 빨리 복구하도록 도와주겠다며 악성파일을 유포하는 일부 해커의 움직임을 확인한 미 IT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주의를 촉구했다.

이들이 메일·문자메시지로 접근할 때 파일명 ‘크라우드스트라이크-핫픽스닷집’(crowdstrike-hotfix.zip)의 악성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해커들이 사용자의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해줄 실마리다. 자칫 실수로 다운받게 되면 치명적 피해를 면하기 힘들다. 계좌가 털릴 수도 있다.

라틴아메리카권 고객을 겨냥한듯 해당 파일에 스페인어 이름으로 된 것도 들어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에선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 회사 담당자와 소통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지원팀에서 제공한 기술지침 준수할 것”을 자사 보안프로그램 사용자들에게 당부했다.

지난주 다운됐던 850만대 기기 중 상당 부분은 복구 완료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전했지만, 완전 복구까지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선 “시스템 복구를 보다 빠르게 도와줄 새로운 기술도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19일 발생한 IT 대란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보안프로그램 업데이트 패치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충돌해 항공·통신·금융 서비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됐다. 세계 각국에서 윈도를 사용하는 기기 850만대에 ‘블루스크린 오브 데스(Death)’가 나타났다. 컴퓨터 화면이 파랗게 변해 정지된 것을 ‘죽음’에 비유할 만큼 오늘날 무서운 재앙이다. 만약 의료기관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당장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이번에 특히 큰 혼란은 항공계였다. 미국 내에서만 수천 명 탑승객이 공항에서 쪽잠을 자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겪었다. 동일 회사의 동일 프로그램을 써 온 전 세계 500대 기업이 속수무책이었다. 경제비용 추산 특화 연구회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최고책임자(CEO)가 CNN 인터뷰에서 “(IT 대란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최고보안책임자 숀 헨리는 링크트인에 이번 사태 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며 지난 48시간이 회사생활 12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고객을 실망시켰으며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급격히 잃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관계자들은 곧 미국 하원 청문회에 불려나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조지 커츠 CEO에게 24일까지 의회에 출석해 사태 발생 이유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설명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미국 하원에서는 감독위원회와 에너지상무위원회 등이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공개 소환에 나선 것은 국토안보위원회가 처음이다.

마크 그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앤드루 가르바리노 사이버보안소위원회 위원장이 커츠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가 네트워크 의존과 관련된 국가안보 위험에 대해 광범위한 경고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인프라를 보호하려면 이번 일을 교훈삼아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자세히 알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MS의 시장독점에 대한 우려도 거듭 지적됐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간의 합병 문제를 검토 중인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나 칸 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요즘엔 하나의 결함이 전체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기업들이 대가를 치른 이런 사건들은 집중이 어떻게 취약한 시스템으로 연결되는지 보여준다”고 적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