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돈 빌릴 데가 없다… 카드론 역대 최대 늘었지만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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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40조6000억 원으로 최대치 경신했으나 500점 이하는 없어
700점 이하 카드론 평균 금리도 속속 인상… BC카드 1.5%p 올려
서민금융 저축은행도 대출 장벽 높여… 불법사금융 이동 우려 커져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10:03:00

▲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9곳(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6월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 원으로 전월(40조5186억 원) 대비 874억 원 증가했다. 석 달 연속 역대 최대치 경신이다. 14일 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카드사들이 저신용자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을 늘리면서도 신용등급 500점 이하 차주에겐 대출을 전혀 취급하지 않았다.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에 대해서는 카드론 금리를 높였다. 급격히 악화한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조치지만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우려도 크다. 대출 실수요자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9곳(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6월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 원으로 전월(40조5186억 원) 대비 874억 원 증가했다. 석 달 연속 역대 최대치 경신이다. 지난해 말(38조7613억 원)과 비교해선 1조8446억 원 불어났다.

카드론은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을 말한다. 경기가 어려울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불황형 대출로 분류한다. 주로 은행에서 대출 거절을 당한 이들이 카드론을 받는다. 카드론이 늘어났다는 건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이 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지난달 신용점수 500점 이하(8~10등급) 회원을 대상으로 카드론을 제공한 카드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4월까지만 해도 틈틈이 카드사 두세 군데에서 500점 이하 회원에게 카드론을 제공했으나 5월부터는 대출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심지어 BC카드는 601~700점 회원에게조차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5월부터 벌써 두 달째다.

700점 이하에 대해서도 대출 장벽도 높였다. 전업카드사 8곳의 지난달 카드론 700점 이하 회원 평균 금리는 16.82%로 전월(16.77%) 대비 0.05%p 올라갔다. 같은 기간 카드론 전체 평균 금리가 14.22%에서 14.15%로 0.07%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사별로 BC카드(16.44%)가 1.5%p, 현대카드(17.42%)가 0.17%p, KB국민카드(15.96%)가 0.02%p 금리를 각각 올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카드사들이 중·저신용 차주에게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급격히 악화한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전업카드사 8곳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총 2조1220억 원으로 전년동기(1조7008억 원) 대비 4000억 원 이상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평균 0.95%에서 1.36%로 1년 만에 0.41%p 올라갔다.

문제는 저신용자들이 대출받을 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저신용 서민들이 찾는 저축은행의 총여신은 5월 말 기준 99조9515억 원으로 지난해 5월(110조9211억 원) 대비 9.89% 감소했다. 지난해 1월(115조6003억 원)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금리도 높다. 6월 말 저축은행 17곳의 사잇돌2대출의 평균 금리는 14.99%로 올 3월(14.67%)보다 0.32%p 상승했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를 이용하기도 벅차다. 지난달 700점 이하 회원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19.04%로 작년 말(18.73%) 대비 상승하며 법정 최고금리(20%)에 근접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우려는 크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신용평점 하위 10% 미만 금융소비자는 최소 4만8000명에서 최대 8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불법사금융에서 조달한 예상 금액도 최대 1조4300억 원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건전성이 하락하는 것을 우려해 우량 고객 위주로 대출을 공급하고 저신용 차주에 대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자금 공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되 실수요 자금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