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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대전은 충청도에서 가장 큰 도시다. 대전 하면 보통 무슨 음식이 떠오를까. 많은 사람들은 주로 빵 가게를 떠올리는데 빵은 한 끼 식사를 하기에 적합한 음식이 아니다. 대전에 왔으면 한 끼 제대로 먹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여름철엔 냉면이 별미다. 이번에는 냉면과 갈비탕을 전문으로 하는 백년가게를 찾았다.
시원한 맛을 찾아 방문한 백년가게는 대전 ‘황해면옥’이다. 이 ‘황해면옥’은 김형창·강순희 부부가 30년 째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대전에 터를 잡으며 냉면 장사를 하셨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이시다 보니 냉면도 북한식이에요. 저는 아버지께 요리를 배웠고 가게를 창업할 때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하다가 ‘황해면옥’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창업해서 벌써 30년 째 운영중이네요.”
김 대표는 ‘황해면옥’은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라고 설명했다. 가까운 대덕구청이나 인근 공단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 중에서 단골이 정말 많고 평일 점심때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에요. 냉면 자체가 손님 회전이 빠른 음식이라 정해진 시간 안에 점심을 드시기 용이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희 가게는 단체 손님이나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을 배려해 주차장도 마련했는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황해면옥’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황해면옥의 냉면이 이북 음식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냉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냉면은 크게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으로 나뉜다. 평양냉면은 북한식 냉면을 대표하며 진주냉면은 경상도 냉면를 대표한다.
평양과 진주는 어마어마한 물리적 거리가 있는 만큼 맛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평양냉면은 간이 세지 않고 약간 심심한 맛이지만 진주냉면은 간이 세고 고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이북식 평양냉면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약간 변화를 주었다고 했다.
“사리원 냉면도 평양냉면의 일종이에요. 원래 이북에서 먹는 냉면은 대전 분들이 먹기에는 ‘좀 심심한데?’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간을 약간 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황해도에서는 이북식 불고기로 입가심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갈비탕으로 입가심을 합니다.”
김 대표가 대전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법은 뭘까. 김 대표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는데 바로 ‘동미치’였다.
“저는 동치미 국물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동치미 국물이랑 고기 국물이 섞여 가미가 되면 거기에 간을 맞춰요. 저희는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계절에 따라 면을 다르게 뽑는다고 설명했다. 즉 더울 때와 추울 때 면 성분의 비율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면에는 메밀과 전분·물이 들어가는데 계절마다 메밀과 전분의 성분을 다르게 해요. 여름에는 전분의 비율을 높이고 겨울에는 전분의 비율을 낮추죠. 그래도 메밀 성분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어요.”
김 대표는 ‘황해면옥’이 냉면 전문점인 만큼 사계절 내내 손님들에게 냉면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운 겨울에도 소수지만 냉면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냉면집이라 해도 보통 겨울에는 냉면을 팔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이 없으니 손해보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냉면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 가게를 창업했기 때문에 겨울에 냉면을 찾는 손님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 손님을 위해 냉면 재료를 항상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황해면옥’의 또다른 메뉴는 갈비탕이다. 김 대표는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좋은 갈비를 사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는 좋은 갈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갈비탕에 들어가는 갈비치고는 단가가 높은 갈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갈비를 선정할 때 육질이 부드러운지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살코기를 뼈에서 잘 빼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을 합니다. 이 때문에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고 이가 약한 분들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죠. 그래서 저희 가게 갈비탕만 찾는 손님들도 계십니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이북식 냉면과 갈비탕을 맛보고 싶어졌다. 먼저 정갈하게 대접에 담겨 나온 이북식 냉면을 겨자와 식초를 잘 섞어 한 입 먹어 보니 간이 심심한 듯하면서도 동치미 국물 맛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면도 부드러워 먹기 편했다.
이어서 갈비탕을 먹어 보니 김 대표의 설명대로 고기가 부드럽고 살코기를 뼈에서 빼 먹기 쉬워 누구나 먹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비탕과 함께 소고기 김치비빔이라는 음식이 함께 나왔다. 김치비빔이라는 음식은 생소하다고 했더니 김 대표가 소고기 김치비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선 소고기 김치비빔에 들어가는 김치는 따로 담아요. 시간이 지나 김치가 약간 익으면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켜요. 그리고 기름기를 뺀 소고기 양지·사태를 삶아서 김치와 갖은 양념 등을 무친 음식이에요. 색다른 맛에 손님들이 좋아하십니다.”
김 대표는 이북 음식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지만 프랜차이즈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까딱 잘못하면 ‘황해면옥’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는 '황해면옥'이란 상호에 대해 긍지와 신념을 갖고 있었다.
“사실 외부에서 여러 사람이 찾아와 프랜차이즈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어떻게 보면 프랜차이즈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모두 잘되면 좋지만 한 체인점이라도 위생이나 맛이 엉망이 되면 ‘황해면옥’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지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레시피대로 조리한다고 해도 경력이나 손맛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어요. 이런 점들 때문에 프랜차이즈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에 대해 자부심 넘치는 김 대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김 대표는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가게 안에서는 취식도 못하고 영업시간 제한도 있어 매출이 확 줄었죠. 그래도 20년 넘게 장사를 했고 우리 가게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도 있는데 이대로 가게를 접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아직 완전히 회복은 안 됐지만 현재 어느 정도 나아진 상황입니다.”
앞으로 김 대표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최선을 다해 가게를 지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가 원래 몸이 좀 약한 편인데 그래서 젊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너무 힘든 일은 안 하고 있어요.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꼭 하죠. 예를 들어 음식 맛이나 유통기한·위생 등 정말 필요한 것들은 꼭 챙겨요. 제가 30년 넘게 이 가게를 지켰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게를 굳건히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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