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명 은퇴 대비책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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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자본 활용하는 여건 만들어 주는 일 시급
재고용 의무화·임금체계 도입 등 사회적 합의 필요
정년 연장은 시대 흐름… 부작용 최소화 힘써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9 00:02:02

정년 연장이 사회적·정책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950만 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11년간 법정 은퇴 연령(60세)에 도달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p 하락한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은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954만 명(1964~74년생)이 올해부터 법정 은퇴 연령에 진입한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18.6%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705만 명보다 35.3% 많은 수준이다.

과제는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 이후에도 생애에 걸쳐 축적한 인적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예컨대 고령층의 재고용 의무화·법정 정년 연장·탄력적인 직무·임금 체계 도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청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가 주목된다. OECD는 최근 일본에 대해 ‘정년제 폐지’와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을 권고했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어 고령 인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정년제’가 운영되는 국가는 사실상 일본과 한국뿐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등은 정년제를 연령 차별로 보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상황이 더 나은 편이다. 한국은 2016년부터 ‘정년 60세 연장법’을 시행해 60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높이고, 2021년부터 직원의 취업 기회를 70세까지 보장할 것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금 수급개시 연령도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 나이가 65세로 일치한다. 그러나 한국은 정년이 60세지만, 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현재 63세다. 2033년엔 65세로 높아진다. 한국에 사는 60세 퇴직자는 3~5년의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고령 사회에 대비한 정년 연장이 오히려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에 연동해 임금을 낮춰야 한다. 임금 피크제처럼 정년에 가까운 일부 고연령층의 임금만 깎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새로운 정년이 적용되는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는 방식이어야 한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라는 문제 하나에도 정년 연장·임금 피크제·청년 일자리·연금개혁·부동산 경기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다. 계층·세대 간 연대와 포용의 정신에 기초해 경제사회 정책의 큰 틀에서 일괄타결로 풀어 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요청된다.

정년 연장은 시대 흐름이지만 여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이를 인지하고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시민사회단체는 가장 취약한 고령자들이 정년 연장의 영향권 밖에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빈곤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에 대한 임금보조금과 재취업 시장에서의 구직 지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생계형 고령 취업자의 경우 고용 연장보다는 사회보험과 복지 확대가 더 실효성 있는 빈곤 완화 방안일 것이다.

결국 어떻게 고용 연장을 추진해야 잠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고령자 고용 확대와 빈곤 완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년 연장 방안을 신중하고 세밀하게 설계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어 기업과 근로자가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인력을 활용하되 정년 연장의 부작용 최소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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