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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깝고 중국의 전통문화를 즐기기 좋은 데다 싸고 다양한 음식이 가득한 대만.
대만은 중화권으로도 분류되고 동남아 여행지라는 인식도 있지만 막상 발을 디뎌 보면 중국·미국·일본 느낌이 다 든다. 심지어 한국 같다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한 곳이 대만 곧 타이완이다.
특히 북대만은 타이베이·타오위안·신베이·지룽의 머리글자를 따서 ‘타타신지’로 불린다. 우리나라가 무주·진안·장수를 ‘무진장’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 네 도시 타이베이(271.7km²)·타오위안(1220.95㎢)·신베이(2502.57km2)·지룽(132.8km²)을 모두 합친 면적은 4127km²에 이른다. 놀라운 것은 제주도 두 개 크기밖에 안 되는 이 좁은 땅덩어리에 지구촌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연풍광과 도시문화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원시 자연과 첨단의 도시문화가 한 곳에! 타이베이
대만의 수도로 북대만 4대 도시의 흥행을 이끄는 타이베이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첨단의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70만 점에 가까운 중국의 고문서와 당·송·원·명·청 황실의 진귀한 보물을 간직한 국립고궁박물관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박물관으로 통한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때 유물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대 총통 장제스가 전국 박물관의 중요한 수장품을 옮겨 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서화·자기·동기·칠기·조각 등 수십만 건의 유물은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특히 녹색·하얀색인 절묘하게 어우러진 자연 옥을 이용해 여치와 배추를 하나로 조각한 ‘취옥백채’와 동파육을 실물과 똑같이 조각한 ‘육형석’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자랑하는 예술품이다.
타이베이는 야시장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만큼 시장문화가 발달했다. 밤이면 20여 개의 야시장이 어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만의 야시장 문화는 더운 낮 시간을 피해 밖에서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야시장 내부나 주변에 대형 사원이 많은 것 또한 예불을 위해 사람들이 절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상권이 형성된 덕이다.
스린야시장(士林夜市)은 타이베이 최대 야시장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MRT 젠탄역을 이용하면 바로 찾아갈 수 있어 여행객 사이에도 가장 큰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하오따따 지파이’로 불리는 커다란 닭튀김이다. 그 밖에 취두부 등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대만의 로컬음식을 취급한다. 다양한 기념품과 가성비 좋은 잡화·의류 역시 스린야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중요한 이유다.
항구 근처의 라오허제야시장(饒河街夜市)는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야시장으로 MRT 송산역을 이용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곳이 자랑하는 음식은 화덕에 구워낸 후추 만두 후쟈오빙이다.
용산사 인근의 화시지에야시장(華西街夜市)은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하는 길거리 음식의 천국으로 관광객보다 현지인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용산사는 1783년 완공된 국가지정고적으로 대만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겸사겸사 함께 둘러보면 좋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하나인 ‘타이베이101’은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시내 전망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며, 신야 상권은 백화점과 호텔이 모여있는 번화가로 타이베이의 트렌드를 이끈다.
타이베이는 대만의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곳이지만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양밍산 국립공원은 하이킹과 온천으로 유명하며 타이베이 분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샹산 정상은 밤이면 많은 젊은이들이 야경을 찍기 위해 모여든다.
동물원·동물원남역·즈난궁과 마오콩을 경유하는 마오콩 케이블카를 타면 투명 강화유 바닥을 통해 산의 경치를 발아래 둘 수 있다.
즈난궁은 유명 도교 성지로 전통 중국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으며 찻잎 생산지로 유명한 마오콩은 곳곳마다 찻집이 있어 대만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대만 여행의 첫 관문 타오위안
대만 북서부의 타오위안은 우리에게 타오위안 국제공항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방문객은 이곳에서 출발하는 기차·고속철·지에윈(지하철)·버스에 몸을 싣고 대만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타오위안이 교통의 요지라고 해서 교통만 발달한 게 아니다. 산간부터 해안까지 자연경관이 잘 보전되어 있어 트래킹과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샤오냐오라이 풍경구는 자국민이 벚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으로 대만 최초의 스카이워크 ‘티엔콩 보도’로 유명하다. 절벽을 타고 기운차게 떨어지는 폭포와 웅장한 자연을 두 발로 딛고 서는 경험은 사람들이 타오위안을 찾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티엔콩 보도에서의 떨림이 채 사라지기도 전 눈앞으로 ‘티엔콩 셩차오’가 나타난다. 셩챠오는 지상 50m 상공에 케이블로 고정한 구름다리다.
티엔콩 보도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시설로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다리를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스릴 게이지가 최고점을 찍는다. 건너편에서 건너오던 여름 더위가 저만치 물러나는 게 눈에 보일 지경.
그밖에 타오위안에는 산악 지형을 이용한 트래킹과 번지점프·래프팅·자전거 라이딩 등의 활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타오위안은 대만 유일의 객가 어항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객가인(客家人)이란 전쟁 및 자연재해로 중원에서 각지로 흩어진 한족의 후손을 뜻한다. 손님 객 자를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긴 세월 외지인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폐쇄성이 강해 그들만의 집단을 이루고 살았다.
고난의 세월을 관통한 덕인지 그들 중에는 성공한 사람이 많다. 마오쩌둥·덩샤오핑 등의 정치인과 싱가포르의 리콴유가 대표적인 객가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객가인을 두고 ‘대만의 유대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현재 대만인의 10%가 객가인으로 추산되고 있다. 타오위안과 가오슝은 객가인이 많이 사는 도시로 그들만의 문화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융안위강(永安漁港)은 대만 유일의 객가 어항으로 써즈시(사자강) 해구에 자리한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갓후리 체험·소라고둥 불기·죽방렴 체험에 도전할 수 있다.
융안 꽌하이챠오(관해교)는 항구를 가로지르는 웅장한 대교로 매일 오후 5시 다리 전체에 조명이 켜진다. 해수면에 조명이 어리는 융안의 풍경은 SNS에 단골로 오르내리고 있다.
대만 최대의 수도권 신베이
신베이는 타이베이를 둘러싸고 있는 대만 최대의 수도권 지역으로 숲과 바다·강·온천을 두루 갖춘 자연경관이 큰 자랑이다. 여기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옛 거리가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지우펀(九份)·단수이(淡水)·핑시(平溪) 등 말만 들어도 유명한 관광지가 모두 신베이에 있다. 특히 지우펀은 신베이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홍등이 만들어 내는 야경이 불야성을 이룬다.
또한 신베이는 청나라 잉거의 도자기 제조업과 웨이방의 채광업으로 한때 큰 번영을 누렸다. 1960년대에는 수출을 장려해 식품·방직·전자 등 경공업 붐이 이는 등 대만 경제를 견인하는 막중한 소임을 감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산업환경의 변화로 대부분의 공장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방문객이 직접 기념품을 만들어 보는 관광형 공방 체제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공장인 ‘화산 1914 문화창의 단지’는 20세기 초반 주조공장으로 출발했으나 1999년 이후 전시·공연을 중심에 두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넓은 녹지에 자리한 단지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디자인 상점이 입주해 있다.
다툰산 기슭이 바다로 흘러내려 형성된 예류지질공원은 설명이 필요 없는 관광지다. 이곳에서는 푸른 바다와 황금빛 사암 지대를 배경으로 바람과 파도가 만든 자연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기묘한 돌개구멍과 버섯·두부·촛불·땅콩·킹콩·용을 연상시키는 멋진 바위가 방문객의 탄성을 유도한다. 수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여왕 머리 바위’의 인기를 넘어서긴 힘들다. 최근에는 포니테일 헤어 스타일의 ‘귀여운 공주 바위’가 여왕 머리 바위의 인기를 추격하고 있긴 하다.
이 외에도 신베이에는 △금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동북각 △유람선을 타고 항구로 미식 체험을 떠나 보는 단수이 △바다와 인접한 루이팡구의 작은 산간마을 쉐이진지우 등 자연과 어루어진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시아 제일의 크루즈 모항 지룽
대만 북부 해안에 자리한 지룽은 17세기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탐낼 만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항구다. 역시나 청나라 말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도 대만을 대표하는 해운 도시로 키워졌으며 최근에는 아시아 제일의 크루즈 모항으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지룽의 대표적인 관광지 정빈어항(正濱漁港)은 이탈리아 베니스 부라노 섬을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컬러하우스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일제에 의해 건설된 항구지만 지금은 전통 대만 요리와 벽 없는 미술관이 방문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차오징(潮境) 공원은 봄과 여름 썰물 시기에 맞춰 해식평대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대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 미술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자연소재를 이용한 표류목 전시장은 지룽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체크인 명소다.
또 이곳에서는 판쯔아오만 주변의 해안 경관과 멀리 지룽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 하나둘씩 밝아지는 져우펀의 등불과 바다 위 어선 조망등이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지룽시 중정구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기술박물관은 철도 선아오(深澳) 지선이 경유하는 곳으로 산과 바다와 면해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쌍방향식 전시물은 교육적이면서 오락 기능을 갖추고 있어 누구나 쉽게 과학·생태·해양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
지룽묘입구 야시장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길지 않은 300~400m 거리에 200여 매장이 집중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가게가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전 대만 야시장 평가’에서 가장 맛있고, 친절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로 딩볜춰(쌀국수탕)·어묵·샌드위치구이·돼지족발·굴전·루러우밥을 꼽을 수 있으며 그밖에 해산물요리·닭고기구이·과일스무디 등 각종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대만 전체의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는 세간의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밖에 △아름다운 해식지형과 장엄한 일출로 이름 높은 허핑도 빈해공원 △‘대만 10대 관광지’로 선정된 와이무산 해변 풍경구 △지룽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지룽 타워 스카이워크 등 지룽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구한 문화 자원으로 대만을 대표하는 새 여행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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