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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에서 충청북도를 지나 소백산맥을 넘으면 경상북도 영주시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많이 살아 ‘충절의 고장’으로 불린다. 영주에는 옛 선비들처럼 우직하게 오랜 세월 동안 한 가지 음식만 팔고 있는 식당이 있는데 바로 ‘마당숯불갈비’다.
이 식당은 1988년 박경숙 대표가 창업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대표는 ‘마당숯불갈비’가 지역에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으로 소문 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동네에서 수제갈비 식당을 운영했어요. 수제갈비는 제가 직접 다 손질해서 작업하는데 그 모습을 손님들이 볼 수 있어요. 작업 환경이 깨끗하게 정비된 것도 함께 보이니까 영주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당숯불갈비’는 상호에 걸맞게 넓은 마당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마당이 없는’ 곳에서 식당을 개업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마당이 없는 곳에서 가게를 운영했어요. 쌀가게 하던 곳을 개조해서 테이블 7개 정도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었는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손님이 몰렸어요. 그래서 가게를 넓은 곳으로 옮기면서 상호에 걸맞게 마당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된 거죠.”
‘마당숯불갈비’는 오래돼 보이는 구옥이 이어져 있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박 대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예전 어르신들이 살던 집을 그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저희 식당은 예전 어른들이 사시던 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예전에 경상북도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었는데 그때 필요한 부분만 인테리어를 조금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어요. 저희 가게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박 대표는 백년가게에 선정된 것도 식당을 믿고 이용해 준 영주 시민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년가게는커녕 오늘의 ‘마당숯불갈비’가 있을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이다.
“원래 지역의 맛집이나 안심식당 등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시는 손님들이 백년가게라는 제도가 있는데 한번 신청해 보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보니 운영 기간이나 맛의 기준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하는 등 선정 기준이 까다롭더라고요. 과연 선정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 내가 그래도 올바르게 식당을 운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대표는 가능한 한 모든 재료를 직접 손으로 다듬고 만든다고 했다. 그만큼 음식에 정성을 들여야 손님들이 그것을 믿고 식당을 찾아 준다는 신념에서다.
“제가 예전부터 집에서 직접 메주를 담궈서 된장찌개를 하기도 하고 여러 반찬들도 직접 제 손으로 다 해요.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야 손님들도 그만큼 맛있게 음식을 드실 수 있어요. 자식을 챙기는 엄마의 마음으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죠.”
이런 박 대표에게도 식당 운영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코로나19’ 때였다. 이 기간 동안 박 대표는 애가 탔다고 말했다.
“IMF 때도 위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식당 안에서 취식을 못하고 영업시간 제한까지 두니 매출이 많이 떨어졌죠. 원래 종업원이 8명 정도 있었는데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니 어쩔 수 없이 정리하게 됐죠. 지금도 예전만큼 회복이 된 상황은 아니고 종업원도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쓰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자신을 믿고 찾아 주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 만큼은 국산 재료를 써서 만든다고 했다. 창업 이래 수입 재료를 써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한 번도 원산지가 외국산인 재료를 써 본 적이 없어요. 무조건 국산만을 고집하는데 그중에서도 지역 농산물을 쓰려고 특히 노력해요. 우리 가게가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씀으로써 지역 농가도 살고 저희도 좋고 서로 상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역 농산물을 쓰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말을 들으니 정말 음식을 정직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갈비를 먹어 보기로 했다. 먼저 지역에서 도축한 후 박 대표가 직접 손질한 갈비가 푸짐하게 나왔다. 그 옆에는 박 대표가 자랑한 국산 고추와 된장·마늘·김치 등 반찬들이 곁들여 나왔다.
‘숯불갈비’라는 이름에 맞게 갈비는 숯불로 굽는다. 흔히 숯불에 익힌 고기가 더 맛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박 대표가 신경 써서 만든 양념장 때문인지 숯불에 익은 고기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국산, 그것도 지역 농산물을 써서 만든 반찬은 일반 국산 반찬보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박 대표가 국산을 고집한 것이 이런 것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가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했고 그만큼 나이도 많이 먹었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해요. 남들은 그 경력이나 나이쯤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준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럴 계획은 없어요. 오히려 이 가게가 어떻게 하면 더 잘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우선이에요.”
박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어제였을까. 박 대표는 손님들이 잘 먹고 맛있다고 한마디씩 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식당을 하면서 크게 뭔가를 바란 건 없어요. 저는 습관적으로 손님들에게 정직하게 음식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그냥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고 한마디 해 주시는 그 자체가 저에겐 정말 큰 힘이 돼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저도 힘을 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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