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카드 가맹점수수료 시장원리 따라 개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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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5 00:02:30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건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하다 보니 시장 왜곡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제도도 마찬가지다. 고금리 때 올리고 저금리 때는 내려야 하는데 자꾸 공제만 하고 있다. 적정한 수수료를 적용해야 소비자 혜택이 늘어 가맹점 매출도 늘어나 업권이 발전하는데 그렇지 못해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며칠 전 한 대학교수가 카드 가맹점수수료 제도와 관련해 남긴 말이다. 정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리로 휘둘리는 현 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 제도는 ‘뜨거운 감자’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소상공인 등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맹점수수료율 인하가 사회 전체적으로 이로운지는 곰곰이 따져 봐야 하는 문제다.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제도는 소상공인 및 중소 가맹점이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얼마만큼 지급하는 게 합당한지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적격 비용이 산정의 핵심이다. 적격 비용은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일반관리 비용 등 결제 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해 산정된다.

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한 뒤 3년마다 적격 비용을 기반으로 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을 개편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적격 비용을 재산정했는데 모두 하향 조정이었다. 개편 전 약 4.5%이었던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수수료율은 현재 0.5%로 내려갔다. 연 매출 3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중소 가맹점수수료율도 약 3.6%에서 1.1~1.5%로 떨어졌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카드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주 수익원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예전만큼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하자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이다. 전업카드사 8곳의 순이익은 2021년 2조7138억 원·2022년 2조6063억 원·2023년 2조5823억 원 등 3년 연속 감소했다. 카드사는 대체 수익원으로 대출 사업에 눈을 돌렸다. 그 과정에서 부실여신이 늘어 건전성도 악화됐다.

문제는 카드사의 영업 악화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무이자할부 혜택 기간을 축소하는 게 대표적이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카드사 대부분이 최장 12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했으나 현재 무이자할부 기간은 최대 5개월이다. 일부는 3개월까지만 무이자를 제공한다.

소비자 부담도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의 할부 수수료율 중 18~20%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2%로 거의 절반이었다.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알짜카드’도 단종 추세다. 지난해 단종된 신용·체크카드는 458종으로 2022년(116종)보다 네 배 늘어났다.

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이 영세 가맹점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인지도 의문이다. 배달 플랫폼 이용이 확대된 상황에서 배달 중개수수료가 더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최근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44% 인상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현행법상 막을 수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간편결제 핀테크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주요 간편결제사의 영세 가맹점 대상 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수수료율은 0.88~3%로 카드사보다 높다.

결국 시장의 원리대로 해결해야 한다. 고금리 시기 카드사의 조달 비용이 커질 땐 수수료율을 올리고 저금리로 조달 비용이 적을 땐 수수료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카드사가 가맹점에 ‘갑질’할 수 없게끔 제도를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수수료율 인하보다 ‘어떻게 하면 경제 활력을 키워 가맹점 매출을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