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북한의 도발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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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와 문화를 휘두르는 생존 전략 ‘확장된 표현형’
유전자 표현형 효과가 다른 생물체에게 확장된 경우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8 06:31:00

한반도의 6월은 가혹했다.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을 기다려 급습한 북한은 같은 핏줄을 거덜 내는 비극의 전쟁을 시작했다. 동물도 하지 않는 짓이다. 인간이 우습게 보는 동물조차 핏줄은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공유한 사이에서는 긴밀하게 서로 돕고 생존을 도모한다는 ‘혈연선택’ 이론도 있다.

혈연이기 때문인가. 휴전 상태이고 크고 작은 사건으로 아픔이 끊이지 않았지만 훨씬 더 잘사는 남쪽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을 향해 사랑과 온정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렇게 잘해 주다가 상처를 받으면 대한민국은 침묵했고 북한에서는 남쪽 형제가 예전 같지 않다며 온갖 패악으로 응수했다. 그렇게 74년이 흘렀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한민국을 자극하느라 바쁘다. 최근에는 남한의 탈북인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에 대해 발끈하고는 수차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위협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에는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하던 북한군 여럿이 군사분계선을 20m쯤 침범하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에 되돌아갔다. 6월 들어 세 번째다.

북한은 북방한계선 일부 지역에서 대(對)전차 방벽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으며 지뢰도 매설하는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서명한 새로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는 양국이 유사시 자동으로 군사 개입을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북한의 10월 도발설을 수긍하는 사람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깨어질 것인가. 대한민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보자. 이는 두 사람의 참가자에게 협력과 배반이라는 선택지를 주는 게임이다.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은 상대를 배반하는 선택을 한다. 개인적 관점의 합리적인 결정이 두 사람 모두에게 해롭지만 서로 협력하면 최상의 결과를 본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적으로 실시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 즉 게임 참여자에게 가장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컴퓨터 대회를 개최했다.

액설로드는 전 세계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우승할 수 있는 전략이 담긴 프로그램을 출품해 달라고 초청했다. 참가자들은 각 게임마다 협력이나 비협력을 선택하는 결정 규칙의 프로그램을 짠다. 프로그램은 그동안 자신과 상대가 선택한 결정의 내력을 기억하고 그것을 다음 선택에서 참고할 수 있다. 대회는 참가자가 둘씩 짝을 짓는 라운드 로빈 방식이며 총 200게임이었다. 각 게임에서 점수는 상호협력에는 양 경기자에게 3점씩, 상호배반에는 1점씩 주었다. 한 경기자가 협력하는데 다른 경기자가 배반한 경우 배반한 경기자는 5점, 협력한 경기자는 0점을 받게 했다.

이 대회의 우승작은 아나톨 라포포트 캐나다 토론토대학 심리학 교수가 제출한 ‘팃포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었다. ‘원한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이원보원(以怨報怨), ‘똑같이 보복한다’는 함무라비 법전과 성서에 등장하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lex talionis)과 비슷하다. 팃포탯은 일단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다음부터는 상대가 앞에서 선택한 대로 행동한다. 즉 상대가 협력하면 자신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반하면 자신도 배반한다. 팃포탯은 단순하여 이해하기도 쉽고 프로그램 짜기도 쉽다.

팃포탯은 예비대회에서 2위를 했고, 예비대회를 다양하게 변형한 대회들에서는 단연 1등을 했다. 예비대회 결과를 복사해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참가자 대부분은 팃포탯 원칙을 사용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복잡한 프로그램도 팃포탯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팃포탯의 승리 비결은 ‘신사적(nice)’ 특성과 관대함(용서), 그리고 메아리 효과(보복의 악순환)의 최소화였다. 물론 이 특성을 악용한 전략도 있었다. 테스터와 트랜퀼라이저 같은 전략들로서 “상대가 신사적이고 관대하면 바로 그 점을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팃포탯을 이겨내지 못 했다.

그렇게 성립된 기존의 전략이 다른 어떤 전략도 이겨 낼 때, 그 전략을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정의한다. 액설로드는 바로 팃포탯이 그러한 전략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한 집단 내 모든 사람이 팃포탯 전략을 쓰고 서로 협력할 때는 미래에도 계속 상호작용을 해야 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한 누구도 다른 전략으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전략은 상담 현장에서 부부갈등 해결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운 짓만 골라 하는 한 핏줄이면서 적국인 북한에는 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을 어떻게 적용하는 게 좋을까. 현명한 해법이 필요한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