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佛 모네 ‘양귀비 들판’ 훼손… “기후위기 경각심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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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유럽 각지 명화들 공격 “주요 언론 1면 기사되면 성공”
노벨상 수상자 등 과학자·전문가 1609명 “기후종말론은 낭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03 07:50:00

▲1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 기후운동단체 ‘식량반격’ 소속 활동가가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들판’ 위에 붉은 톤 이미지를 덧붙인 다음, 접착제로 자기 왼손을 벽에 붙인 채 구호를 외쳤다. 티셔츠에 박힌 ‘＋4˚지옥’이란 21세기 말이면 지구평균 기온이 4도 올라 끔찍한 환경을 맞이한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세계적 명화가 또 환경운동가에게 공격 당했다. 이번엔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1873년작 ‘양귀비 들판’이다. 1일 오전(현지시간) 기후운동단체 ‘식량반격’(Riposte Alimentaire) 소속 활동가가 해당 명화 위에 붉은 톤 이미지를 덧붙이고 구호를 외치다 체포됐다고 AFP·AP통신이 전했다.

현장 동영상에 따르면 그는 들고 온 얇은 합성수지 소재의 이미지로 ‘양귀비 들판’(65X50)을 반쯤 뒤덮이게 했다. 이어 외투를 벗어 ‘＋4˚지옥’이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 차림을 드러내더니, 자신을 쉽게 끌어내지 못하도록 왼손을 접착제로 벽에 고정시킨 다음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런 (덧붙여진 이미지 속) 악몽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지구의 황폐한 미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식량반격’ 측에서 밝혔다. ‘＋4˚지옥’이란 21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가 4도 올라가 사람 살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된다는 이들의 주장을 압축한 구호다. 2022년 봄 프랑스에서 결성된 이들 ‘식량반격’은 영국‧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캐나다 등지의 11개 기후문제 활동가들의 국제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회원 20여 명으로 시작해 작년 기준 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지속가능한 식량의 사회적 보장 확립’을 내걸고 신종 캠페인 ‘식량반격’을 개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재배 불가능 상태 가능성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곡물가가 올라 한층 고통스러워진 일상적 현실이 이 논리에 더 쉽게 수긍하게 만들어준다.

이들 활동가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사회적 붕괴를 막을 마지막 세대”를 자처한다. “평화롭게, 필요한 것이면 뭐든 할 것”이라며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가장 신성한 의무”를 강조한다. 국가 행사나 유명 스포츠 경기를 방해한 거리 연좌농성이나 페인트 칠 등을 감행하곤 했다.

2023년부터 ‘식량반격’ 역시 세계적 미술품을 향해 위협적·파괴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초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리옹미술관의 ‘봄날’(모네)에 수프를 끼얹은 게 이들 소행이었다. 지난달엔 활동가 2명이 루브르박물관에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외젠 들라크루아) 옆에 전단지를 붙이고 구호를 외치다가 체포됐다.

이들보다 앞서 ‘명화 테러’를 선보인 사람들이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마지막 세대) 소속 활동가들이다. 2022년 7월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에서 ‘봄’(산드로 보티첼리)의 보호 유리막에 손을 접착제로 붙인 채 시위를 벌였으며, 11월엔 로마 보나파르테궁(宮)미술관에 전시된 ‘씨 뿌리는 사람’(빈센트 반 고흐)에 야채수프를 끼얹고 나서 벽에 자신들 손을 접착시킨 후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외쳤다.

그 해 10월엔 영국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원들이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해바라기’(빈센트 반 고흐)에 토마토수프 세례를 가했으며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미술관에선 현지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이 ‘건초더미’(클로드 모네)에 으깬 감자를 쏟아부었다. 같은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얀 페르메이르)가 목표물이 됐다.

당시 활동가들은 “평범한 방식으론 경각심을 일깨우기 어렵다. 고흐 ‘해바라기’에 벌인 시위가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한 것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이런 명화 테러에 대한 엄중처벌 여론이 미미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다소 지나치긴 해도 주장 자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론을 ‘자본주의에 기반한 현대문명의 거부’ ‘정치성 농후한 사기적 의제’로 여기는 시각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지난 달 유튜브에 공개된 에포크타임스와 NTD의 다큐멘터리 ‘냉정한 진실’ 1·2·3부가 대표적이다. 기후위기론의 허구성을 고발한 이 다큐에서 과학자·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앙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이른바 ‘기후종말론’을 과학적 사실과 동떨어진 낭설로 본다. 다만 ‘기후종말론’에 대중이 상당히 설득된 덕분에 상식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론에 반기를 들면 관련 직위·연구기금·지원금 등에서 배제되는 현실도 다큐에서 지적됐다. 그밖에 그린피스 공동 설립자 패트릭 무어의 책 ‘종말론적 환경주의-보이지 않는 가짜 재앙과 위협’을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저서가 많이 나와 있으나 기후종말론 옹호 관련서는 그 몇십 배에 이른다. 기후위기론의 최대 문제는 자본주의 기반의 현대문명을 부정한 기조 위에 있다는 점이다.

작년 8월 전 세계 기후연구가·과학자 1609명이 “기후위기는 없다”를 골자로 한 ‘세계기후선언(WCD)’에 서명했다. 전년도(1166명)보다 400여 명 늘어난 수치다. WCD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인 출신 이바르 예베르와 미국의 존 클라우저 박사, 미 MIT 공대의 기후학자 리처드 린젠 교수, 국내에서 기후위기론의 허구를 적극 알려 온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