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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고감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야죠.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의 퍼포먼스도 일종의 시위 문화 예술입니다. ‘동네 한 바퀴’ ‘백반 기행 ’ 같은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다면 썩 어울릴 것 같은데 기회가 없네요.”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26년간 거리 시위를 줄기차게 이어 온 활동가다. 마치 고전소설 속의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앞을 막아선다.
1998년 경기도 파주 황희 정승 무덤 앞에서 가진 시민단체 활빈단 창립 행사 이후 한국 현대사 주요 사건의 포토라인에 단골 인사로 등장해 언론과 국민 앞에서 시원한 사이다 발언과 용감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한국인의 ‘역사의식 빈혈 증세’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활빈단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 즉 가난한 이들에게 활력을 준다는 의미예요. 1998년 4월에 결성했죠. 홍길동의 활빈당처럼 현대판 의적이 되어 악한 무리에게 활을 쏘는 단체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톡톡 튀는 시위로 사회 경종 울려
과거 활빈단은 폭력적인 시위보다도 재미있는 퍼포먼스와 상황에 따라 의미를 부여한 물건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메주·밴댕이젓·미꾸라지·테이프·회초리·망치·구강청정제·고춧가루·소금 등 기상천외한 소품으로 시위를 하며 부정부패를 저지른 자들에게 호된 망신을 줬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현장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꼭 끼어 신문 1단 기사로 활빈단의 활약이 보도됐다.
홍 대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밴댕이 소갈딱지’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킨다’는 표현에서 시위 아이템을 생각해 냈다고 귀띔했다.
설립 초기인 1999년 당시 일명 ‘대전법조비리사건’으로 썩을대로 썩은 한국 법조계의 민낯이 드러나자 법원과 대검찰청에 때밀이 타월 3000장을 보내 ‘남의 때 벗기지 말고 너희 때나 벗기라’며 시위했고, 정부 고위직 부인들이 등장한 고급 옷 로비 사건으로 세상이 들썩일 땐 국정감사장에 들어가 ‘서방 망신시키지 말고 집안일이나 잘하라’는 의미로 몸뻬 바지를 던져 많은 국민에게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올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의 주인공 최재영 씨를 고발했다. 목사를 자처해 온 최씨를 ‘몰카 함정취재 공작’의 주역으로 본 것이다.
“최씨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디올 파우치나 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 등을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해 준 것만 봐도 치밀한 공작으로 계획된 범죄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죠. 총선용 사건이었다고 봐요.”
김 여사 명품 백 수수 논란은 2023년 11월 말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와 디올 백을 한 장면에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서울의소리가 연속 보도한 영상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코바나컨텐츠(김 여사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시기획 업체) 사무실에서 최씨를 두 차례에 걸쳐 단독으로 만나는 동안 선물을 받았다.
최씨는 김 여사에게 2022년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명목으로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 등 화장품을, 2022년 9월13일에는 추석 선물 명목으로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각각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품 백의 경우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고 영상도 최씨가 손목시계에 내장된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렀다.
홍 대표를 보수 진영의 집회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사람들은 그를 ‘한국 극우 보수의 행동대장’으로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 친다.
“스스로 ‘의식있는 돈키호테’라고 생각해요.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를 바로잡으려는 나의 행동이 때론 이상하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의 잘못을 깨우쳐 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홍 대표의 바람이다. 원칙 없이 뒤죽박죽인 한국 사회가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자신을 거리의 활동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아픔이 과거와 분리돼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며 공직자들의 부패상, 가진 자들의 추한 면을 많이 목격했죠. 부익부 빈익빈의 깊은 골을 없애고 가진 자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싶었어요.”
공항에서 근무할 때는 입양돼 외국으로 떠나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본인 신상이 기록된 이름표를 손수 만들어 줬으며, 항구에서 일할 때는 바다에서 숨진 뱃사람들의 가족을 돕는 일에 나서기도 했다. 한쪽으로 칼날을 벼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괴짜’ 아닌 실사구시 국익파
홍 대표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났다.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우익·반공적 국가 질서를 지지하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서방과 미국 주도의 자유경제 체제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해 왔다.
“우리 동네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공원 근처였는데 그때 보면 고아원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보육원으로 부르죠. 그 당시 전쟁고아들, 밤낮 동냥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학교를 오가면서 목도한 안쓰러운 장면들이 계속 뇌리를 맴돌곤 했습니다.”
지금도 사회를 어지럽히는 부조리를 보면 “잠이 안 올 정도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는 홍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시위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괴짜’ 내지 ‘극우주의자’로 보는 게 몹시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저를 극우주의자나 극성맞은 우익 행동대장쯤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가 보다 생각하죠. 시위를 계획할 때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되지도 않을 몽니를 부리는 사람 취급받는 게 속상할 때도 있지만 보수·진보를 떠나 저는 국익을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국익의 차원에서 행동할 때 어쩔 수 없이 단호하고도 결연할 의지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분명히 대한민국의 영토예요. 그런 영토를 일본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도적의 심보를 가진 저들에게 국토 수호에 대한 단호하고도 결연한 우리 민족의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홍 대표에 따르면 현장에서 시위 효과 극대화를 위해 다소 의도적인 과장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결코 거짓이나 왜곡이 아닌 전술적인 방법의 문제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자신의 충정이나 행동에 추호의 거짓과 왜곡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홍 대표는 자신의 시위 정신을 ‘공익’과 ‘민익’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부패 추방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 활동해 왔어요. 그리고 소외계층 돕기라든가 나눔 실천·탈세 방지·국가정체성 확립·국토 수호에도 온 힘을 쏟았다고 자부합니다.”
민심 이탈로 휘청거리는 현 정부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든 윤석열 대통령이 초심대로 국정 운영을 해 왔다면 총선 참패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변절·왜곡·굴절되다 보니까 임기 2년 만에 고물가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죠. 국정 지지율이 고작 24%입니다. 국민 넷 중에 셋은 싫다는 거죠. 지금이라도 다부진 각오로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해 주기 바랍니다.”
프로필
△1950년 6·25전쟁 중 서울 영등포 출생
△1969년 중앙고 졸업
△1986년 한국방송통신대 졸업
△1989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1986~1996년 고려대 경영·정책·언론·노동·교육대학원
서울대 환경대학원·공대AIP·사법발전연구과정 수료
△1975년 국립부산대·인천교대(문교부 소속)
△1976~1999년 관세청 김포·인천·서울세관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이사
△1998년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수상
△2002~ 2005년 강남관세사무소 관세사
△1999년~ 시민단체 활빈단 대표
△2014년 서울특별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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