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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무리한 해외직구 금지 정책이 남긴 의문
규제 강화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 역행
서민 삶 옥죄는 규제 아닌 유통 구조 개선 시급
국회·감사원은 사태 진실 밝히는 데 최선 다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4 06:31:40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
온 나라가 갑작스러운 해외직구 금지 논란으로 때 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와 관련해 강압적 정책 추진에 대해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청년들은 피켓을 들고 광화문 앞에서 시위까지 하고 나섰다. 청년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은 어떠한 정치적 내용도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막지 말라 달라는 것뿐이었다. 일각에서는 ‘분열된 국민을 화합시킨 치밀한 정책’이라는 자조적 농담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해외직구 금지 찬반에 있지 않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당사자인 국민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다. 그동안 거쳐 간 정부들은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실적 쌓기’ 식으로 체결했다. 현재 우리의 FTA 체결 국가 수는 무려 59개국으로 세계 톱 수준이다. FTA는 관세·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특혜 무역협정을 말하며 회원국에 대한 관세 철폐(1단계)·역외국 공동관세율 적용(2단계)·역내 생산요소 자유 이동(3단계)·역내 공동 경제정책 수행(4단계)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자유무역 확대 환경에서 개인에 부과되는 관세는 150달러(미국 200달러)까지 면세된다. 그간 중간상의 폭리에 불만이 많았던 국민은 탈출구를 찾았으며 해외직구는 2009년 251만 건에서 2023년 1억3144만 건으로 14년 동안 52배나 늘었다. 당초 중국 유통업체인 테무·알리 등을 막자는 취지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들은 사전 정보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해는 오로지 우리 국민에게만 전가되었다. 또 정작 해외직구는 중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미국 및 유럽 등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 형국이 되어 버렸다.
 
왜 해외직구가 급증했을까? 그것은 심각한 경제난 속 서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관세 기준인 150달러를 넘더라도 관세 및 운송비를 포함해도 무조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개인이 할 수 없는 범주의 업무인 ‘KC인증(Korea Certification·국가통합인증)’을 미획득한 물품의 직구를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재정상황을 악화시키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2009년 7월1일 시행된 KC인증은 국내용일 뿐 글로벌 인증 기준도 아니다.
 
우리가 각종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증 마크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미국)·CSA(Canadian Standard Association·캐나다)·CE(Conformité Européenne·유럽) 등 다양하다. FTA를 체결했다는 것은 그것이 구체적 문구가 있건 없건 근본적으로 체결국에 대한 신뢰를 전제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만일 무역업체가 수입을 하든 개인이 직구를 하든 그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내에 반입이 된 제품이 국민의 안전에 문제를 야기했다면 그것은 국가가 당사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답변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자국민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욱이 KC인증만 받으면 완벽하게 안전해질까? 우리는 KC인증을 받고도 1700명이 사망하고 5902명 이상이 치료를 받았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20%인 894만 명이 위험에 노출되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화학제품을 인증하고 판매 허가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KC인증이 없는 제품은 위험하고 KC인증이 있는 제품은 안전하다는 것은 근거 없는 환상일 뿐이다.
 
게다가 이번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KC인증은 업무 특성상 당연히 ‘비영리 기관’에서 수행해 왔다. 그런데 작년 말 ‘KC인증 민영화 계획’이 추진되더니 이달 9일 특정 민간기업이 중전기 분야 안전인증 지위를 얻게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16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전기용품 등 80개 분야에 대해 KC인증 강화 및 해외직구 금지가 발표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기업의 주가도 발표 직후부터 고공행진 중이다.
 
그간 KC인증 마크를 얻기 위해서는 법정의무 인증제도에 따라 인정받는 8개 부처 산하 23개 ‘비영리’ 공공 및 민간인증기관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이 중 전기용품의 경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등 3개 기관이 인증시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영리를 취하는 민간기업이 그 권한을 갖게 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차지한 것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 모든 일이 과연 우연일까?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추경호 원내대표, 유승민·나경원 등 중진들까지 비난하고 나선 상태에서 스스로 지지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정부는 향후 정국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감사원은 이번 사태의 ‘표면적 명분 아닌 뒷배경’을 철저히 감사하고 국회는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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