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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시대의 智者 손오공·仁者 삼장법사 언제쯤 나타날까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4 06:31:10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중국 당나라 승려 현장이 인도에서 가지고 온 불교 전적을 번역하여 역경삼장이라 불렸다. 삼장법사 현장이 불경을 구하기 위해 서역에 갔다 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 것이 서유기. 삼장법사란 경장(經藏율장(律藏논장(論藏)의 삼장에 통달한 승려를 높여 부르는 불교 용어로 인도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경전을 깊이 이해한 승려에 대한 존칭으로 사용되었다. ‘서유기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전을 가지러 서역으로 가는 길, 삼장법사는 관세음보살이 지정해 준 길잡이 제자를 만나 동행한다. 원숭이 손오공이다. 손오공은 화과산의 바위가 깨지고 그 속에서 나온 돌알에서 태어났다. 지모가 뛰어난 원숭이는 금방 화과산의 원숭이 왕이 되고 수보리도사를 찾아가 도술을 배운다. 용궁에선 여의봉과 갑옷을 빼앗아 지옥에 있는 자신의 생사부를 지워 버리고, 하늘나라에서는 선도와 선단을 훔쳐 먹는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배짱 좋은 이 원숭이는 옥황상제든 용왕이든 겁내지 않는다. 재주는 뛰어나지만 오만방자한 돌 원숭이는 결국 신들과 싸우고 갖은 말썽을 부리다가 부처님에 의해 오행산에 봉인된다. 500년 후 손오공은 삼장법사에게 구출되면서 저팔계·사오정과 함께 삼장법사를 모시고 동행한다. 손오공 입장에서야 서역 가는 길은 식은 죽 먹기다. 근두운에 올라타면 단번에 10만 리 이상 날아가니 순식간에 서역에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전을 가지러 가는 길은 평범한 길이 아니므로 산 넘고 물 건너 한 발자국씩 걸어서 온갖 난관을 헤치고 가야 했다.
 
삼장법사는 서역 가는 길 위에서 81가지 고난을 겪고, 여러 번 요괴들의 타깃이 된다. 삼장법사가 요괴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삼장법사 같은 고승의 인육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요괴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여 요괴들도 삼장법사의 동정을 노리는데, 그의 원양진기를 얻으면 한 번에 신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식 높고 순박하고 점잖은 삼장법사는 수시로 요괴들에게 납치되고 목숨이 위험해진다.
 
삼장법사가 요괴에게 당하는 이유는 그가 어질기 때문이다. 요괴는 절대 요괴스럽게 등장하지 않는다. 요즘 식으로 하면 피싱(fishing)’의 대가다. 측은한 노파·젊고 아름다운 여인 또는 불쌍한 어린 고아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법사의 자비심을 건드린다. 삼장법사는 요괴를 꿰뚫어 보는 손오공의 만류를 절대로 듣지 않는다. 도술에 정통한 손오공이 번번이 경계를 해도 소용없다. 결국 마음 좋은 삼장법사는 요괴에 의해 공격당하고, 손오공은 법사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혼자 힘으로 감당이 안 되면 근두운을 타고 가서 관세음보살을 모셔 온다.
 
그렇게 법사의 목숨을 구해도 손오공은 삼장법사에게 늘 꾸중만 듣고 미움만 받는다. 살상하지 말라는 법사의 명을 어기기 때문이다. 삼장법사는 상대가 자신을 노리는 요괴라 해도 해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결국 법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손오공은 두 번이나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다. 삼장법사는 어찌 보면 아둔해 보이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공간이 달라질 뿐, 법사가 요괴들에게 당하는 장면은 천편일률적이기까지 하다. 손오공의 충언과 피싱당하는 삼장법사, 그리고 법사를 구해 내는 손오공과 그런 제자를 꾸짖고 벌주는 법사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손오공이 지자(智者)를 가리킨다면 삼장법사는 인자(仁者)의 대명사다. 이 소설은 인자와 지자의 동행을 보여 준다.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수틀리면 상대가 누구든 해치우고야 마는 돌 원숭이 손오공의 지략은 천하에 착하기만 한 삼장법사와 동행하면서 커다란 사명을 감당하는 데 사용된다. 굶주림에 시달리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중생의 생명을 가엽게 여기는 대책 없는 삼장법사의 자비심은 문제투성이 제자들을 감화시키고 관세음보살까지도 든든한 방패로 만든다.
 
어진 사람은 참으로 답답하다. 삼장법사는 무수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서역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경전을 가져와 진리를 전해야 한다는 신념은 살신성인그 자체이다. 성깔 있는 똑똑한 원숭이 손오공은 삼장법사의 우직한 착함에 할 말이 없다. 일편단심 염려하고 지켜 주는 자신을 배신하고야 마는 삼장법사의 우둔함에 분노하고 실망할 만하지만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역길을 완주하는 것은 단순한 사명감 때문이었을까?
 
인자와 지자는 대척점에 있다. 그렇지만 결국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삼장법사와 손오공은 경전을 성공적으로 당나라로 가져왔고, 둘 다 부처의 반열에 오른다. 나라를 이끄는 진리 또한 인자와 지자의 하모니에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손오공과 삼장법사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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