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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간 그 나약하고 모호하며 충동적이고 대범한 모순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최제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0 13:40:20
최제훈 소설집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은 머지않아 도래할 우리의 일상을 과학적 정보와 상상력을 동원해 뒤집는다.
 
소설 사라진 배우들은 맞춤형 기억이 심긴 아티액터를 캡처하는 영화 산업이 자리 잡은 미래를 그린다. 배우 출신의 라이프 디자이너는 오차 없이 지루한 작업을 이어가던 중에 이스터 에그를 영화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그밖에 결혼을 목전에 둔 연인이 각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데이터에 근거해 함께하는 미래를 VR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고 깊은 고민에 빠지며(‘스포일러’), 죽은 자식이 등장하는 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머니는 범법을 저지르고(‘애프터서비스’), 죽음이라는 포장을 벗겨내자 전혀 성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출현한 영혼이 등장하는(‘닥터 블랙의 영혼 추출기’) 등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시대가 야기한 존재의 불안을, 인류가 마주한 그 어느 때와도 견줄 수 없는 생경한 공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단순히 육체를 보호하고 목숨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암담한 전망과 영혼이라는 모호한 실체의 결합을 들여다보고 해부한 후 그가 내놓은 결과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 사회에서 상황을 극한으로 모는 최대의 변수는 시스템의 오류가 아닌, 영혼이 담긴 인간이라는 것. 나약하고 모호하며 충동적이고 대범한 모순덩어리이면서 운명의 주인인. 세계가 그 어떤 모습으로 뒤틀린들 함몰될 리 없는, 존재 자체로 펄펄 날뛰는 불안이자 새로운 가능성이 인간에게 내재해 있음을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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