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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73] 죽음을 재촉할 권리
또는 환자가 삶을 정리할 권리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7 06:30:10
 
 
난 이제 늙었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네.”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줘야 해요.”
 
대체 몇 명이나 더 죽길 바라는 건가?”
 
최 박사가 엄중하게 정하운에게 물었다.
 
강무훤 씨도 나처럼 살길 바라는 거예요.”
 
자네에겐 환자의 죽음을 재촉할 권리가 없어.”
 
박사님께서는 사망 확률이 높은 수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실 건가요?”
 
그 사람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나는 두 사람의 논쟁을 중단시켰다. 의료계의 쟁점 사안에 관한 토론을 들어 줄 여유가 내겐 없었다. 분명한 것은 최 박사는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나를 포기하는 것이고, 정하운은 실패를 상쇄하기 위해 나를 살려 내고 싶은 것이다.
 
재단에서 배정한 악마의 발톱케이스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박사님의 치료제를 사용한 건 세 차례밖에 되지 않아요. 실패할 경우 24시간 후에 죽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얼어붙거든요. 그들 대부분이 치료를 포기하고 고통 속에서 시한부 삶을 살다 죽어 갔어요.”
 
정하운이 말했다.
 
치료를 선택한 이들 중 첫 번째 사람은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가족들을 찾아가 사랑한다고 말했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산을 정리하고 유언장을 만들었어요. 또 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었어요. 나머지 시간은 교회에 가서 하루 종일 기도했죠. 마지막 한 사람은 힘들게 높은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질렀어요. 아악! 아아악! 아아아악! 하고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죽었다는 겁니까?”
 
정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님의 치료제를 투여받으면 어떻게 되죠?”
 
내가 물었다.
 
주사하면 죽은 듯 깊이 잠들 걸세. 다음 날 아침이면 악몽을 꾸었던 것처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있을 거야.”
 
최 박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내 연구는 정상 상태를 48시간으로 연장했을 뿐이야. 길어진 시간만큼 어떤 부작용이 더해졌을지는 모르네.”
 
내 귀에는 4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보다 정상이라는 말이 더 크게더 선명하게 들렸다.
 
이틀 만에 죽을 것인가, 6개월 후에 죽을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거군요.”
 
“6개월 후 죽느냐. 수명대로 살 기회를 얻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긍정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겠죠.”
 
정하운이 말했다. 그러자 최박사가 대뜸 소리쳤다.
 
말장난에 속아선 안 돼. 자네는 이틀 후 죽을 거야. 심장이 터지는 거지. ,”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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