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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파트 붙박이 가구 담합 일벌백계하라
공정위 담합 31개 업체에 과징금 931억 부과
24개 건설사 10년간 738건·1조9500억 원 육박
대형·소형 건설사 등 조사해 담합 발본색원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6 00:02:01
우리나라는 가히 카르텔 공화국인가. 이번에는 아파트 가구업체의 카르텔 비리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체 31곳이 카르텔을 형성해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을 벌여 오다 적발됐다. 이들이 담합으로 취한 부당이득은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공정위는 해당 가구업체 31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31억 원을 부과했다. 중대형 건설사들이 발주한 빌트인 가구 구매 입찰에서 업체들이 낙찰자를 미리 정해 놓거나 입찰가를 공유하는 식으로 불법 담합을 한 혐의다.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 유명 가구업체도 이에 가담했고 이런 비리가 10년이나 버젓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업체들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계약 건수는 738건이며 매출 금액은 1조95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대규모 담합이 10년이나 이어지는 동안 아무런 조치나 적발 건이 없었다는 건 발주업체인 건설사와 관련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 혹은 묵인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르텔 내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밝혀진 이들 업체의 짬짜미 방식은 공분을 자아낼 만하다. 우선 가구업체들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 해당 계약에 낙찰될 업체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업체가 입찰가를 제시하면 나머지 다른 업체들은 그보다 높은 입찰가를 쓰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해당 업체가 낙찰되도록 도와줬다.
 
이 같은 가구 업체들의 담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분양가를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 건설사들이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지을 때 빌트인 형태로 설치하는 싱크대·상부장·하부장·신발장 등의 업체를 보통 최저가 입찰을 통해 선정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설명에 따르면 가구 업체들은 경쟁으로 했을 때보다 5% 정도 높은 금액에 합의했다. 따라서 전용면적 84㎡(약 34평) 아파트는 500만 원 정도가 빌트인 원가인데, 이 경우 입주 예정자는 25만원(500만원의 5%) 정도를 더 낸 셈이다.
 
가구업체들의 담합 행위는 업체들 간의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후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나자 중소형 가구업체들이 특판가구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던 것이다. 그러자 경쟁 심화로 인한 저가수주 방지를 위해 낙찰 희망 업체들끼리 짬짜미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임금근로자 가구의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는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꿈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체들에게는 과징금 931억 원 부과라는 처벌이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 가뜩이나 치솟는 분양가에 더 큰 절망을 안겨 준 실수요자들에게 어떻게 사죄할 것인가.
 
이번에 밝혀진 내용은 중대형 건설사의 발주 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여타의 소형 건설사 등의 입찰 과정에도 혹여 담합이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일이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후 각종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현직 교사·학원이 연계된 ‘사교육 카르텔’, 나눠먹기식 연구개발로 지적된 ‘과학기술 카르텔’, 전·현직 직원들이 입찰부터 설계·시공·감리까지 개입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해 물의를 일으켰던 LH 사건 등이 있었다. 이번 가구업체 카르텔도 철저한 조사로 일벌백계함으로써 완전히 근절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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