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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우리를 대속한 ‘대파’는 죄가 없다
이주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6 00:02:30
 
▲ 이주연 정치사회부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서는 때아닌 대대적인 대파 공세로 총력전을 펼쳤고 반대편에선 대파 반입 금지 신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며 여야 간 한판승 겨루기 같은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다. 이 소식을 해외에서 토픽으로 다뤘다 하니 이슈는 이슈였다는 사실 정도로 만족해야 할까.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상대책위원장 입에서 나온 ‘목련’이 피고 진다는 말과 상관없이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은 변함이 없고 용산발 이슈는 무엇을 위해 그런 터무니없는 의제를 던졌는지 무책임함을 통감해야 할 것인데 어제오늘 들리는 새 내각 구성 또한 반성이나 통감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사회는 적어도 자기동일성 혹은 그 보존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과 윤리라는 제도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요즘의 법치는 누군가의 염치처럼 무너지고 상식도 식상도 아닌 시절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무미한 선거판에 등장한 친근한 우리 식탁 위의 농산물. 고귀하고 귀해서 귀한 줄 모르고 즐겨 왔던 대파 한 단·한 뿌리 875원 논란부터 대파 시그니쳐까지. 사전 투표소에 들고 가지 말라 하니 등장하게 된 갖가지 귀여운 아이템들. 대파 열쇠고리·대파 볼펜·대파 인형 등 대파 인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 들불처럼 번졌다.
 
대형마트에서 대파를 들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위 참모인지 간신과 나눈 각본에 쓰여 있는 것 같은 대화는 막바지 총선에 오물을 끼얹는 용산발 총성이 됐다. 요즘 물가를 그런 대화로 무마가 될 거라 생각했을까 싶어 평민인 기자 또한 드잡이라도 붙고 싶을 정도로 심사가 뒤틀리는 영상이다.
 
용산발 대파 논란에 농산물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875원짜리 대파는 “생산원가도 안 돼”라며 정부의 후안무치한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일방적으로 물가를 낮추겠다고 정부가 농산물 수입 문턱을 낮춘 것도 문제인데 한 단에 1000원이 드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라니···. 우리 땅에서 대파를 생산하는 분들의 피땀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경제적인 문제를 대통령 개인이, 아니면 여당이 단독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과 무지까지 장착돼 있으니 윤 정부은 앞으로 남은 3년을 채울 수 있을까. 성 상납으로 회자됐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얼마 전 발언이 사뭇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대파의 외침. 왜 우리는 그토록 금지된 것에 대해 열망하는 것일까. 
 
금기의 대상은 금지됐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강력한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금기’는 대체로 대상의 성적 가치 혹은 에로틱한 가치를 강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분홍 코끼리를 더 상상하게 돼 있다.
 
용산은 금기를 금기할 것이 아니라 봄날의 젖 마른 논바닥처럼 둑을 터뜨려 줘야 할 것인데 대체 무엇을 금기하며 쉬쉬하고 있는가. 
 
“금지된 대상에 대한 선망이 없다면 결국 에로티시즘도 없을 것이다.” 즉 금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사회에서 구속시켜 놓았기에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곧 에로티시즘은 ‘사회적’이라는 조르주 바타이유의 말은 맞는 것일까. 이 말이 예술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는 것을 논외로 하고라도 죄 없는 대파는 왜 금기가 된 걸까.
  
우리 몸의 원초적 떨림은 바로 언어로 구속된 사회에 갇힌 것이다. 바타이유의 말처럼 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을 구속시켜 놓아서 욕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찢긴 존재이기에 원초적으로 그 욕망은 봉쇄되고 만 것이다.
 
물가에 대한 상황을 최고지도자 또는 보좌하는 비서진이 제대로 파악을 못 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데 용산은 대체 무엇을 대파 875처럼 감추고 연극을 하는 것일까. 
 
용산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대파 그거 집어 들었다 놨다 하기 전에 신비한 대파 한 다발의 효능을 숙지하는 것이 어떠하였을지. 그랬으면 이번 총선 결과도 훨씬 효능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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