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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여론조사에 질질 끌려다닌 선거판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조사기관이 여론조사 주도
조사기관의 정파성 조사 결과 왜곡 가능성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1 06:31:32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제22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전투표율 31.1%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의 열기는 대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사활을 건 벼랑 끝 혈전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여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1당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만 했다. 반대로 야당은 턱밑까지 와 있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사법처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무조건 이기기 위한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거 열기를 더욱 부추긴 것은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던 여론조사다.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거의 모든 여론조사들은 여당 압승을 전망했다. 심지어 절대 약세 지역이었던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낙관론까지 나오게 되었다. 마치 2016년 총선 3개월 분위기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3월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서울지역 지지율이 15%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이종섭 대사 출국과 황상무 홍보수석 발언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지만 단 며칠 만에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15% 폭락한다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 폭망과 야당 압승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번 총선은 야당의 절대 우세 속에 여당이 얼마나 따라붙을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부적격자 공천 같은 선거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건 야당이 선거판을 주도하게 된다. 심지어 대놓고 대통령 탄핵을 표방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탄핵 가능한 200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선거 후반부에 여당 지지율이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왔지만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는 야당의 밴드왜건(bandwagon·대중이 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것) 전략과 여당의 언더독(underdog·약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 읍소 전략으로 구조화되었다. 물론 야당 후보들의 불법 부동산 대출·편법 재산상속 그리고 김준혁 후보의 막말·욕설 발언이 확산되면서 여당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견고하게 형성된 진영 구도에서 이런 악재들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였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했던 선거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는 일부 국민은 정치적 의도성이 개입되었다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올해에 실시된 여론조사 1289건 중에 22%가 ‘여론조사 꽃’에서 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조사 꽃’은 대표적인 야권 성향 인사인 김어준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당연히 선거판을 주도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설사 설문 문항과 분석 절차가 공정했다 하더라도 조사기관의 정파성은 조사 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의뢰자나 조사기관의 성향에 맞추어 응답하는 ‘기대된 응답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들이 대체로 야당이나 야당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나온 것이 이런 응답 성향과 무관할 수 없다는 유추가 가능한 것이다.
 
또 표집 과정에서 조사기관의 성향에 맞지 않는 응답자들의 회피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별·연령·거주지 같은 인구학적 구성을 고려해 사전에 설정한 계층별 표본 할당량을 채우는 과정에서 조사기관 성향에 우호적인 응답자가 과포집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60·70대 응답자들의 거부율이 높아 표본 할당량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이를 채우는 과정에서 야당 성향의 표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응답자 요인 때문에 여론조사기관의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선거기간에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가 불공정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지닌 조사기관이 선거기간 중에 여론조사를 주도하게 되면 편향적 밴드왜건 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정당·후보 지지자의 역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위축시켜 언더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번 선거는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여론조사들이 난립하면서 더 혼란스럽고 천박한 선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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