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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64] 당신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희망의 증거, 해월영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4 06:30:10
 
 
고맙긴 한데, 이런 밤에 라이트도 없이 산길을 뛰어 내려오는 건 위험해요.”
 
그녀가 말했다. 헉헉, 나는 거칠게 숨만 몰아쉬었다.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납작하게 꺼져 들기를 반복했다.
 
타요.”
 
추워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제 양팔을 끌어안고 정하운이 차에 오르며 말했다. 나는 기다시피 조수석에 올라 문을 닫고 숨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었군요.”
 
차를 출발시키고 해월영으로 향하던 정하운이 상황을 전해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뜨거운 심장이 뭡니까?”
 
나는 화가 나서 따지듯 물었다. 웃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놀림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다.
 
당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그녀가 웃음을 뚝 그쳤다. 대신 장난기를 뺀 미소가 그녀의 눈가에 번졌다.
 
정하운 씨는 지금 이 상황이 재미있습니까?”
 
내가 버럭 소리 질렀다. 죽음이 두려워 도망친 겁쟁이가 되어 버린 상황을 만회하고 싶은 못난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등줄기에 흥건했던 땀이 식자 히터가 켜져 있는데도 온몸이 덜덜 떨렸다.
 
악마의 발톱이니 뜨거운 심장이니. 시체 앞에서 환자를 협박하는 노망난 늙은이가 대체 날 위해 뭘 할 수 있다는 겁니까? 난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못 믿겠어요. 모두 거짓이고 사기예요.”
 
내가 소리쳤다. 갑자기 내 상체가 앞으로 푹 꺾였다. 정하운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운 것이었다. 그녀가 실내등을 켜고 모욕을 받은 것 같은 얼굴로, 안대로 가리지도 않은 내 두 눈을 뽑아 버릴 듯 쏘아보았다. , 정하운이 입바람을 불고는 가슴을 들썩이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래도 열이 식지 않는지 자동차 문을 벌컥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앙칼지게 팔짱을 끼고 헤드라이트 불빛을 등지고 섰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앉아 있던 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차에서 내렸다.
 
내가 말했죠. 당신을 믿으라고!”
 
기다렸다는 듯 정하운이 나를 향해 휙, 돌아섰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전조등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지만 나무 덤불에서 유령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주위는 캄캄했다.
 
속기만 하고 살았어요? 바보예요? 적과 아군도 구분 못 해요? 계약 파기할까요?”
 
정하운이 조목조목 따졌다. 그제야 동의서에 사인하고 내가 뭘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당신을 믿으면 돼요!”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박사님은 심인성 병증과 자생약초 치료법을 연구하고 계세요. 재단 측에서 장비와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있고요. 물론 좀 전에 본 카데바까지. 최 박사님이 당신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에요. 이곳, 해월영이 그 증거고요.”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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