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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59] 흔들림, 길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
우리 지금 같은 시간, 함께 있는 거 맞지?”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8 06:30:10
 
 
 
 
두 번째는 좋은 와인.”
 
아내가 내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쳐 건배했다.
 
세 번째는?”
 
내가 물었다.
 
시간 여행을 기꺼이 즐기려는 마음.”
 
아내가 말했다.
 
시간을 덤으로 받으면 좋지. 하지만 시간이 좀 빠져나가면 어때, 그걸 계산하니까 힘든 거야.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움직여 주는 건 아니잖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어디에서 어떻게 각도가 휘고 몇 도로 곤두박질치게 될지 알게 뭐야. 그저 믿고 맡기고 즐기면 되는 거 아닐까. 기대하고 두려워하고, 달리고 멈추고, 추락하고 다시 솟아오르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 종점에 와 있을 테니까. 그동안 우린 신나게 소리 지르고 휴우, 웃으며내려오면 되는 거야. 설레지 않아?”
 
아내가 나를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훤 씨. 당신은 너무 전투적이고, 너무 슬프고, 너무 힘겨워 보여. 이제부터 내가 당신 옆에 있을게.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아내가 내 손을 꼭 쥐었다.
 
-부르르, 의자가 흔들렸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종소리가 한 번 들리고 안전벨트 사인에 불이 켜졌습니다. 난기류를 통과하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승무원들은 재빠르지만 차분하게 수레를 치웠습니다.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미소를 보이며 안전 벨트 착용을 확인했습니다. 나도 좌석 아래 늘어져 있던 벨트를 찾아 허리에 채웠습니다.
 
창밖에는 뿌연 안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름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빗방울이 창밖에 하나둘 매달렸습니다. 더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부딪힘. 차가운 것은 무겁고 더운 것은 가볍습니다. 차가운 것은 가라앉고 뜨거운 것은 솟구칩니다.
 
비행기는 따듯한 대기를 따라 휩쓸려 올라가지 않고 제 항로를 고집합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입니다. 짧은 시간, 나는 추락과 착륙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면에 머리부터 닿으면 추락, 발바닥이 닿으면 착륙이라고 스스로 답하며 쓰게 웃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꺾어 창 뒤쪽으로 흔들리는 날개를 보았습니다. 비행기를 흔드는 신이나 거인의 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체는 무섭도록 요동쳤습니다. 여기저기서 우우, 고향을 그리워하던 울음을 밀어내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언제나 나를 흔들며 두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우리 지금 같은 시간, 함께 있는 거 맞지?”
 
손을 꼭 쥐고 있던 아내가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전투를 그만두고 좀 더 행복해질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아내를 안심시키고 싶었다.
 
“100m를 몇 초에 뛰었어?”
 
자신의 질문과 내 질문이 어느 부분에서 만나는지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아내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억을 더듬은 뒤 “24라고 답했다.
 
, 정말 느리구나.”
 
내가 웃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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