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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5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7 06:30:10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쌍둥이의 운명도 다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돼. 꼭 시차를 말하는 게 아니거든. 둘 중 누구라도 시간 찾기를 단념하거나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던져 버린다면 차원이 벌어질 테니까.”
 
, 아내가 서운한 듯 샐쭉 토라졌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방황해. 한번 여행해 본 사람들은 더 멀리, 더 자주, 더 오랜 시간을 떠나 있고 싶어 하지. 그런데 말이야. 여행이 반복될수록 시간은 더욱 복잡하게 얽힐 뿐이야. 지구를 마음대로 여행하게 된 현대인은 시간의 미로 속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길을 영원히 잃고 말지.”
 
짐짓 심각하게 늘어놓는 시간에 대한 나의 궤변을 아내는 진지하게 들어 주었다.
 
자원 고갈이나 핵전쟁, 또는 혜성의 충돌을 지구의 멸망 원인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인류는 시간의 고갈로 죽게 될지도 몰라. 시간을 다 써 버려서 지구에 현재란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거든.”
 
아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고는 물었다.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건, 과거에만 집착하고 미래만 바란다는 뜻이야? 어차피 내가 겪은 시간이고 앞으로 끌어안아야 할 미래라면, 왜 꼭 현재를 고집해야 하지?”
 
사람들은 매일매일 현재를 낭비하고 있으니까.”
 
어째서? 모두들 현재를 살고 있지 않아? 먹고 일하고 자고 영화 보고 일주일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현재를 산다기보다 현재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거야. 타인의 것을 보고 듣고, 좋다 나쁘다, 기쁘다 감동적이다 평가를 하고 있지. 자기는 텅 비운 채. 가령 음식을 혀로 맛보고 영혼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먼저 맛보고 인터넷에 올리고 스스로 식당의 홍보 맨이 되잖아. 공연을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타인을 위해 사진을 찍고 타인의 시선을 통해 그것을 평가해.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에게 자신을 노출하잖아. 내가 느껴야 할 현재를 빼앗기고 있는 거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다른 세상의 소식을 찾아 읽거나 다른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멀리 있는 사람과 중요한 척 대화를 해. 정작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야. 보이지 않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를 확인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아.”
 
그때 승무원이 음료 서빙 카트를 밀고 다가왔다. 나도 아내도 와인을 골랐다.
 
무훤 씨는 가끔 너무 멀리 가.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면서도 시간 여행자에게 정작 중요한 게 뭔지는 모르고 있어.”
 
스튜어디스가 건넨 와인을 내가 아내에게 건넸다.
 
그게 뭔데?”
 
내가 물었다.
 
첫째, 즐겁게 여행할 친구. 당신을 사랑하며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
 
아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웃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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