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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원조 조지아 와인을 아시나요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07 06:30:4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조지아는 약 8000년 전부터 와인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와인이라는 말의 어원도 조지아에서 시작되었다. 조지아어로 와인은 그비노(Ghvino)인데 이것을 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비노(Vino), 독일에선 바인(Wein), 프랑스에서는 뱅(Vin), 영어로는 와인(Wine)으로 부르고 있다. 
 
조지아 땅속에서 포도 씨앗·와인 생산기구·와인 항아리 등이 여러 곳에서 발굴됐다. 포도씨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지아에선 기원전 8세기 경에 이미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 당시 이미 조지아 와인은 그리스·페르시아 등지로 수출되고 있었다.
 
조지아에서는 와인이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로부터 모든 가정에서 토기로 만든 항아리 ‘크베브리’(Qvevri)를 땅에 묻어서 저장해 놓고 와인을 즐겼다. 
  
▲ 조지아의 전통 양조방식에 사용하는 토기 항아리 ‘크베브리’. 필자 제공
 
조지아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적 대부분에서 포도나무나 와인잔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조지아에서 어머니란 좋은 요리사를 의미하는데 조지아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과 함께 와인을 나누는 걸 좋아했다. 
 
결혼식이 열리면 신부의 아버지는 전통적으로 약 500ℓ 이상의 와인을 준비한다. 수도 티블리쉬의 상징 조각상인 ‘조지아 위대한 어머니(카틀리스 데다)’상의 한손에는 적들을 향한 칼이 다른 손에는 친구들을 위한 와인잔이 들려 있다.
 
조지아에서는 아들이 태어나면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담가서 땅에 묻고 아들이 장성해서 결혼할 때가 되면 묻어 두었던 와인 항아리를 개봉해 결혼피로연을 여는 전통이 있다.
 
조지아 와인 문화의 핵심은 포도를 짜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크게 임머레티엔(Immeretien)과 카헤티(Kakheti) 지방에서 천 년 이상 내려온 기술로 대문호 푸쉬킨은 조지아의 와인 양조방식이 프랑스의 부르고뉴보다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유네스코는 조지아에서 크베브리를 이용해 와인을 만든 양조법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전통의 방식은 수확한 포도의 씨와 껍질을 통째로 커다란 크베브리 안에 넣고 그 상태로 6개월 동안 자연 숙성시키는 것이다. 씨와 껍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 많은 시간과 고도의 와인 양조기술이 필요하다. 
 
이 와인 항아리는 땅에 파묻는데 작은 양조장은 10~100, 큰 양조장은 2000까지 다양한 항아리가 있다. 이 항아리들은 김치 항아리처럼 뚜껑만 땅 위에로 나오게 해서 부패 방지를 위해 흙과 재로 그 입구를 단단히 봉하여 숙성시킨다.
 
지형적으로 볼 때 높이 5000m에 이르는 코카서스산맥이 러시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에 포도원은 냉해 걱정이 없다. 남서쪽 흑해로 이어지는 평원에는 14개의 주요 강을 포함해 크고 작은 2만5000개에 달하는 강들이 미네랄이 풍부한 충적토양의 포도원을 만든다.
 
조지아는 포도 재배에 매우 이상적인 기후를 갖고 있다. 여름은 너무 덥지 않고, 겨울도 온화하다. 하지만 국토가 아열대부터 알프스 산악 기후대 그리고 반사막 기후까지 매우 다양한 기후대로 이루어져 있다. 서쪽은 일 년 내내 비가 내려 습기가 많은 아열대성 해양 기후를 나타낸다. 콜헤티(Kolkheti) 평원은 아열대·온대·추운 대륙성 기후까지 다양해 와인 스타일도 다양하다.
 
조지아는 2023년 기준으로 5만5100헥타르(ha)의 포도원에서 연간 약 26만t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조지아에는 크게 4곳의 와인 생산지가 있다. 남동쪽의 카헤티·쿠라 계곡 지역·동쪽의 이머레티엔·북동쪽의 라췌·레취쿠미 지역이다. 
 
그중 가장 큰 지역은 동쪽의 카헤티로 조지아 와인의 70%를 생산하는 와인 생산의 중심지다. 조지아에서는 20개 와인 산지가 원산지 지정 보호를 받으며 와인의 생산지역을 그 와인명으로 표기한다. 오래된 전통에 따라 포도의 상호 교배는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와인의 고유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조지아 와인의 60~70%는 레드와인이다. 지금도 500종류 이상의 야생포도가 재배되고 있다. 조지아는 전 세계 포도 품종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토착 포도 품종을 갖고 있어 살아 있는 포도나무 종자은행이라 불린다. 현재 조지아에서 확인된 포도나무 품종은 총 526종에 달한다. 
 
그중 40개의 포도 품종이 공식적으로 와인 생산에 적합한 포도다. 근래에는 국제적인 와인 수요에 맞게 알리고떼·샤도네이·리슬링·카버넷쇼비뇽·말벡·메를롯·피노누아 등의 포도 품종도 재배하고 있다.
 
조지아 와인을 대표하는 화이트와인 품종으로는 캇시텔리(Rkatsiteli)·므츠바네(Mtsvane)·키시(Kisi)가 있고, 화이트와 레드를 섞은 치난달리 (Tsinandali), 그리고 레드와인 품종으로 사페라비(Saperavi)가 있다.
 
캇시텔리(Rkatsiteli)는 1세기부터 재배되어 온 고대 백포도 품종으로, 산미가 매우 높은데도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전통 방식으로 양조된 캇시텔리는 청사과·모과·배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므츠바네(Mtsvane)도 조지아 고대 백포도 품종으로 복숭아와 미네랄 풍미를 진하게 맛볼 수 있다. 키시(Kisi)는 향기를 한번 맡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향과 풍미를 지니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면 잘 익은 배·금잔화·담배·호두의 향과 풍미가 느껴진다.
 
치난달리 (Tsinandali)는 레드 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와 화이트 품종인 므스바네(Mtsvane)를 혼합하여 만든다.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의 시초로 불리는 와인이다.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산미도 적당하고 균형이 잘 맞는 와인이다. 샐러드·볶은 야채·닭고기·생선찜·새우 요리와 잘 어울린다. 부드럽고 균형 잡힌 와인이다.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의 가장 대표적인 레드와인 품종이다. 사페라비는 조지아 동부 카케티 지역에서 유래한 고대 품종으로 색이 진한 두꺼운 껍질에 과육도 붉은색을 갖고 있다. 와인을 조금만 잔에 따라도 바닥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진한 루비 색감을 지니고 있다. 신선하고 풋풋한 향이 나며 체리의 아로마 향이 느껴진다. 이 품종은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시라(Syrah) 와인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름인 사페라비는 이 품종이 자라는 지역의 이름을 딴 것으로 ‘색칠한’ ‘염색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조지아 와인 브랜디는 감미롭고 섬세하며 바닐라의 아로마를 가진 부드러운 맛으로 호박색의 영롱함을 자랑한다. 이런 조지아 와인 브랜디의 성질은 일찍이 널리 알려져 1884년에 이미 꼬냑 생산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 유명한 얄타 회담에서 처칠 수상과 스탈린이 마신 꼬냑이 바로 “그루쉬닌 꼬냑”으로 ‘그루쉬닌’은 러시아말로 조지아라는 뜻이다.
 
조지아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번 증류 시켜서 맑고 투명한 옅은 갈색의 독특한 와인 브랜디를 생산하는데 그 이름이 “챠챠(Cha Cha)”다. 알콜 도수는 43 정도로 꼬냑과 같다. 또한 와인 빛깔이 보드카처럼 맑아서 그 독특함과 우수한 맛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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