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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진짜 이유
 
▲ 장혜원 사회부 차장대우·피플 팀장
공동체와 환자 생명을 사명감으로 지켜 줘라의사로서 소명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원을 떠나면 안 된다.”
  
지난달 28·29일 연이어 공개된 서울대 의대·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장의 전공의에게 드리는 글을 요약해 봤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성역처럼 사회주의 논리가 굳건하게 지켜지는 곳이 필수 의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바이탈(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 분야다. 중증·외상·응급 환자를 주로 상대하는 필수 의료와 바이탈과 전공의들이 윤석열정부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일방적 도입에 반발해 현장을 떠나자 병원장들이 직접 나서 일명 바이탈뽕을 호소하는 것이다. “환자가 죽어 가니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말이다.
 
실제 최저임금도 안되는 값에 무한대로 돌려쓰는 의노(‘의사 노예줄임말)로 불리는 전공의 집단이 행동에 나서자 3차 상급의료기관이 멈춰 섰다. 이유가 무엇일까.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자신의 건강을 해쳐서 다른 이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토혈하고 혈변을 누고 두개골이 으스러진 환자들을 의료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하는 게 전공의다. 이들은 매일 매시각 죽음을 접해야 하는데도 치료해야 할 환자가 너무 많아 감정 부여조차 할 틈이 안 나 결국 죽음으로부터 해탈하게 되는 과정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겪는다.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3년 차에 깨우친 깨달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멘탈은 다이아몬드같이 단단해야 하고 신체는 금강불괴처럼 튼튼해야 하며 판단력과 손기술은 타짜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사명감소명의식으로 열정 페이를 무한대로 요구받는 또 다른 직역도 있다. 경찰·검찰·군인·교사 등이다. 전공의와 공통점이 있다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의 돈을 받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전방을 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바이탈과 의사는 민간 영역으로 모든 게 내 돈 내 산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생계를 책임지는 공무원은 평생직장에 봉직하며 공무원·군인·사학 연금등을 꿈꿀 수 있다. ‘철밥통이라고도 불리는 안정된 직장과 노후에 대한 준비는 열정 페이에 대한 최소한의 인센티브. ‘바이탈뽕’ ‘사명감이 함께 요구되는 의사는  열외가 되는 단어다. 의대 증원의 한 근거로 연 2~3억가량 벌어들이는 연봉 표가 자주 인용된다. 물론 그 소득의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공제당한다는 사실은 가려진다. 평생을 투자해 전문기술을 쌓고 민간 영역에서 공적영역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맞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우리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는 완전히 왜곡돼 흘러왔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의 대상자들·노동자와 청년 그리고 노인을 약자피해자라며 배상과 보상을 지속해 왔다. 세월호 참사 유족 1인에게 평균 보상금은 42500만 원이 지급됐고, ‘가짜논란이 분분한 5·18 유공자는 1인당 평균 4300만 원을 받았으며 5·18 사망자는 1인당 11000만 원 등을 받았다. 이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교육·취업·의료·교통 혜택을 덤으로 받고 있다. 정부는 부모급여·가정양육수당·보육료·구직수당·아동수당·청년수당·기초 연금·노령 연금 등 각종 이름이 붙은 공짜 수당을 기업과 고소득자에게서 걷어 또다시 나눠 준다. ‘약자’라는 이름이 붙은 사람들에겐 각종 인센티브가 무한정 베풀어지지만 막상 현장을 지키는 전문 직종은 고소득 엘리트라는 가해자의 직함이 붙으며 배제된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난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시종 똑같은 말을 했다. 사람 생명 구하고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며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을 알면서도 원가보전도 안 되는 데다 하면 할수록 적자만 난다는 바이탈과를 사명감으로 지켰다는 것이다그런데 우리를 악마’ ‘가해자’ ‘양아치로 몰아갔다고 한다. 정부마저 채찍을 들고 을 동원해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만들어 압박하고 있다. 의사들은 이제 ‘일당독재 공산주의논리가 의료계위협하고 있어 더는 현장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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