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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장마당세대, 검열 강화 맞서며 유사 시민사회 경험”
한하나로硏 北시민사회 실태 학술대회
152명 중 40% “시민사회 존재한다” 응답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3 10:51:45
▲ ‘장마당 세대’는 비공식 담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인 정치 주체로서 시민성을 함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순영 박사가 22일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승아 기자
 
북한 주민은 생계 활동에 정부가 강하게 개입할 때 저항의 가능성을 보이며 이 같은 경향은 장마당에서 주로 관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장원리를 경험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는 비공식 담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인 정치 주체로서 시민성을 함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 과연 시민사회가 존재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학술대회가 처음으로 열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전순영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박사는 22일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에서 한하나로 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회 학술대회에서 북한의 시민사회 실태 파악을 위해 탈북인 19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장마당 세대부터 시민사회의 범위가 미묘하게 넓어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 박사는 “시장은 시민사회의 모태가 될 수 있는 공론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며 “당국의 검열이 강화될수록 이에 맞서는 기술적 수단도 진화하며 북한이 단속하는 한국 드라마 등 불법 물건들이 유통되는 연결망 시장을 통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생존위기에 몰린 주민들의 요구를 일정 수준 묵인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친족 및 상업 관계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비공식적 공동체와 연결망이 형성됐다”며 “특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에서 정보가 교환되고 ‘끼리끼리’ 불평불만도 확산되며 우발적·집단적·공개적 저항의 소식도 전파된다”고 했다. 
 
특히 전 박사는 “다수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다수가 알게 되는 상황은 비공식 담론의 공론화를 의미한다”고 분석 결과를 전했다. 
 
이어 “북한 주민의 생존위기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북한 정부의 권위와 신뢰는 추락했고 시장통제와 규제에 대한 주민의 저항은 일정 수준에서 용인되고 있다”며 “1990년대 이래 외부 문물과 정보가 시장을 통해 급격히 유입되면서 주민들은 자유·평등·민주주의·인권의 가치 중요성을 자각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가 남한을 닮아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 박사는 “북한 주민 의식변화의 공통된 한 가지 특징은 그 변화의 추세가 이미 시장경제 제도가 뿌리를 내린 남한 사회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민사회의 바탕이 되는 것은 시민성의 함양이다. 북한 주민 스스로 시민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해관계를 조직하고 정치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요구를 제기하며 자율적인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각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심층 인터뷰한 19명은 라디오 한국 영화 등 미디어 보급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면서 “외부정보 유입이 지속되고 확대되려면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반입 대북방송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고 거시적인 안목에서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공조로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시효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박사는 “시민의 자율적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인 북한에서 환경과 가치 영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관용·비폭력·성평등·빈곤퇴치 등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시민사회 특성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 북한에 시민사회가 존재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대상자 152명 중 40%였으며 주민 스스로 모이는 모임에서 ‘장사’에 대한 모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북한 연구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북한 시민사회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북한 시민사회의 존재와 실태·향후 북한 시민사회 양성을 위한 방안 연구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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