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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나발니의 유언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3 06:30:30
 
▲ 러시아에서 사망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장소에 시민들이 꽃 한송이를 놓고 곧바로 이동하지 않으면 경찰이 체포하는 상황이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요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며칠 전 사망했다. 47세라는 아직 젊은 나이에 교도소 복역 중 갑자기 숨진 나발니의 죽음에 각기 다른 해석이 붙는다.
 
푸틴 독재에 대항해 ‘아름답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러시아’를 꿈꿔 왔던 반체제 인사 나발니는 북극권 시베리아 최북단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곳은 냉동실과 다름없는 강추위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교도소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산책 중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푸틴을 향한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그의 죽음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나발니의 부인은 남편이 ‘살해당했다(killed)’고 주장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 주변에는 의심쩍은 죽음이 있어 왔다. 하지만 유독 러시아에서는 지난 수년에 걸쳐 푸틴 주변의 인물이나 정적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한때 푸틴의 측근을 자처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한 재계 인사들이 잇따라 호텔·병원 등에서 추락했고, 푸틴의 정적으로 지목된 이들이 총에 맞거나 자택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발니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발니의 죽음에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만 특히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이가 있다. 2022아카데미에서 ‘나발니’로 장편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 다니엘 로허 감독이다.
 
다큐멘터리 서두에서 로허 감독은 나발니에게 묻는다. “만약 당신이 살해당한다면,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러시아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 그러자 나발니는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건 우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의 유언이 된 셈이다.
  
러시아 당국은 시민들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것조차 막고 있다. 추모 장소에 꽃 한송이를 놓고 곧바로 이동하지 않으면 경찰이 와서 체포하는 상황이다. 나발니의 말대로 그를 추종하는 국민의 응집력이 강해지는 것을 푸틴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나발리의 유언에 러시아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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