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의료·보건
저임·혹사… 화 키운 전공의 ‘푸대접’
상급병원 레지던트·인턴 의존 심각… 의료인력 40% 육박
도제식 수련에 병원 살다시피 하는데도 월급은 400만 원
전공의 빠지면 의료대란… 처우 나은 전임의 체제로 가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2 00:05:00
▲ 2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휠체어에 탄 환자가 도움을 받아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스카이데일리
 
5’ 병원에서 시작된 전공의 연쇄 이탈이 21일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병원은 소속 의사 중 레지던트와 인턴 등 전공의 비율이 30~40%에 육박한다. 이들이 근무지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의료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수련 명목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에 달하는 임금만 지급해도 굴러가던 상급 의료체계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주치의 중심으로 전공의자리에 전임의를 뽑아 의료체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시정조치 없이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을 맞은 것이다. 
  
전공의 노동력 쥐어짜기로만 이어진 상급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이번 의료대란의 시발점이라는 주장이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사정들과 맞물리면서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지방거점병원의 한 필수과 전임교수는 전공의 월급은 평균 400만 원 선으로 현재도 주 100시간 이상 병원에 머물면서 의술을 배운다며 고급 수술은 주치의와 같이 수술방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익히는 도제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저임금과 초고강도의 24시간 업무를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주 80시간법이 생기면서 이들이 퇴근해버리면 수술방 공백 문제가 불거졌고 다시 펠로우 등이 대체되면서 의료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월 1000만 원 정도 줘야 하는 전임의 체제로 전환할 것을 이전부터 주장했으나 병원들은 ’ 문제를 거론하며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고백했다그러면서 사실상 응급의료체계는 전공의·전임의부터 교수까지 모두 번아웃’으로 녹초가 된 상황에서 굴러가는데 가장 말단이 무너지니 그대로 붕괴하거나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지닌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주재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오병권 행정1부지사가 참석했다. 경기도 제공
 
‘소모품 삶’에 지친 전공의… 의·정대립 때마다 ‘총대’
 
정부  ‘사법권’ 적용 대응에도 “돌아갈 이유 없다” 강경 
전공의 의존 덜한 2차 종합병원은 의료파업 혼란 없어 
 
결국 상급종합병원 의료체계의 불균형이 전공의 의존도를 심화시킨 결과 이번 의료대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3년 차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의료진에게 보낸 글에서 전공의의 고강도 노동현실을 가감없이 전했다.
 
그는 아는 것은 적고 환자는 많으며 낮밤은 수시로 바뀌고 끝은 보이지 않고 휩쓸리듯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만 했다 2년 차에는 권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경증환자들그들을 이송해오는 119 대원들콜해도 내려오지 않는 타과 선생님들로 매일 퇴사를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은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을 마주하는 곳으로 더 많은 환자를 위해 감정없는 기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전공의들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며 필수의료의 한 귀퉁이를 3년간 지켰며 내가 한 일은 삶을 소모해 환자를 살린 것밖에 없는데 정부는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21일 보건 의료계에 따르면 전체 의사 중 전공의는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에 따르면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의 근무 현황을 파악한 결과 소속 전공의 중 약 71.2% 수준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약 63.1%인 7813명으로 집계됐다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절대다수 전공의는 대정부 투쟁 강경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의협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이달 들어 연이어 발표한 필수의료 4대 정책을 재고하고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4대 정책이란 의사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일컫는다. 
 
또한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한 뒤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불가항력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임은 명백하다”면서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지역 필수의료·중증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확립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의 사태 해결 대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
 
복지부는 현재 출근 확인 안 된 831명 전공의에게 즉시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성격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병원 기능이 상당히 마비되고 환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며 정부는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기준으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환자 피해는 수술 취소 25건을 포함해 모두 34건으로 복지부에 접수됐. 1년 전 자녀 수술을 예약하고 보호자가 휴직했으나 입원이 지연된 사례까지 빈번했다.
   
▲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내 전공의들의 업무 공간인 의국이 텅 비어 있다. 부산=연합뉴스
  
3차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2차 종합병원은 전공의가 맡는 수술 마취 등을 마취 전문의가 맡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어 이번 의료대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종합병원 전문의는 전공의가 있는 대형병원은 큰 수술·위급 수술·응급 환자들을 많이 받는데도 전공의라는 싼 인력이 필요했겠지만 종합병원은 전공의가 거의 없으며 간호PA(진료보조)들이 그 역할을 일정 부분 감당하고 있어 혼란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의료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나선다. 일단 상급종합병원은 입원·중증진료를 중심으로 진료기능을 유지한다. 또한 전국 400곳 응급의료기관이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한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 규모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래 버텨야 이기는 싸움으로 인식한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1
감동이에요
1
화나요
0
슬퍼요
1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