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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영화를 더 주목받게 하는 是非들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2 06:31:3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선풍을 일으키자 이를 시비하고 흠집 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신드롬 수준으로 확산되자 안티도 늘고 있는 것인데, 오히려 관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모든 분야에 대해 논평을 쏟아 내는 ‘닥치는대로 논평가’ 진중권을 비롯해 좌편향 언론의 상징인 한겨레 신문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정체성이 모호한 유력 일간지도 발을 걸치고 나섰다.
 
특히 진중권의 발언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가 영화에 대해 끼어든 것은 2007년 8월 무렵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5·18광주사태를 그린 ‘화려한 휴가’가 각급 학교의 방학에 맞춰 상영 중이었고,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D-워’가 뒤를 이어 개봉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화려한 휴가’가 흥행에 기세를 올렸지만 600만 관객 쯤에서 ‘D-워’가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상대로라면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았지만 ‘D-워’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바람에 ‘화려한 휴가’를 만든 쪽의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그 쪽 진영의 시선으로 본다면 길목을 막고 훼방을 놓는 꼴이니 얼마나 얄미웠을까. ‘D-워’를 험담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왔고, 그중에서 특히 진중권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서사와 구성이 형편없는 영화’ ‘평가할 가치가 없는 작품’ 등의 말로 야유와 악담을 퍼부었다. 그가 영화에 어느만큼의 조예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 뭐라고 한들 시비할 일은 아니다.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주관적인 문제고, 나는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건국전쟁’을 가리켜 ‘4·19정신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행위’ ‘감독들은 이런 영화 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말을 한 건 문제가 다르다. 이건 영화가 좋다 나쁘다의 감상평이 아니라 만들면 안 되는 영화를 공연히 만들어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투였다.
 
실재 인물을 조롱하거나 야유한 ‘그때 그 사람들’이나 ‘남산의 부장들’ ‘공모자들’ ‘삽질’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화려한 휴가’ ‘변호인’ ‘1987’ ‘택시운전사’, 특정인을 미화하고 과장한 ‘노무현입니다’ ‘내가 조국’ ‘문재인입니다’ ‘길 위에 김대중’ 등은 정치적이거나 이념 진영의 선전물 의도가 명백한데도 정치색이 있으니 이런 영화들은 만들지 말자거나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한마디라도 한 적 있는가. 자기 진영에서 만든 영화들은 정치적이어도 괜찮고 반대쪽이면 안 된다는 것인가.
 
‘건국전쟁’을 두고 ‘반헌법적 행위’라는 말은 무엇인가. 4·19에 대해서 이야기만 해도 안 된다는 것인가. 영화에서 감독이 묘사한 것은 3.15부정선거가 이승만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기붕 부통령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 이 대통령이 부상당한 학생들을 위문하며 오히려 격려한 사실,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 자리도 내놓는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 등이었다. 어느 부분에서 4·19 정신을 위배했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4·19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갔다고 아예 4·19와 관련된 말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하지 말라는 건가. 
 
이런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말은 감독을 모독하는 것이고 이 영화에 감동하는 관객을 모독하는 것이다. 진중권의 생김새가 비정상적이라든지 다른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는 타입이라든지 하는 것과 아예 태어나지 말아야 할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한겨레 신문은 보따리 장사꾼 같은 자칭 역사 연구자가 쓴 칼럼을 통해 4가지 요소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농지개혁이나 여성인권 신장 등은 다른 사람의 주장이거나 공로라고 우기며 이승만 대통령이 실행한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고 말로만 떠든 사람과 용감하게 실행한 사람을 똑같다고 할 수 있는가.
 
유명한 역사 강사로 활동 중인 어느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서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끝났다” 내가 표까지 사서 봐야 하나. 역겹다” 따위의 말을 늘어놓았다. 언제 평가가 끝났다는 말인가. 역사적 평가가 내려졌다고 새로운 평가가 불가능한가. 대법원에서도 확정 판결난 사건 중에서 재심으로 무죄가 된 수많은 사건의 경우는 뭔가.
 
중앙일보의 간부급 기자는 ‘건국전쟁은 취사선택한 사실의 나열’이라고 지적했지만 선택적으로 사실을 매일 편집하고 있는 것은 신문사나 방송국 아닌가.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뱉어 버리는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세상 모든 일은 선택적 결정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영화에 대한 시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제대로 불고 있는 ‘건국전쟁’ 열풍에 기름을 끼얹어 주는 꼴이어서 오히려 반갑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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