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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연기 대란… 위급 환자 ‘발 동동’
빅5병원 전공의 2700명 사직… 보조 없어 수술 줄줄이 취소
2차 종합병원도 폭풍 전야 상황… 수술 대체할 곳 막혀
정부 응급·중증 수술 최우선 대응… 비대면 진료 확대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0 00:05:00
▲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에서 소아암 환우로 보이는 어린이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목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박미나 선임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현장에서 ‘수술대란’이 현실화했다. 비대면 진료나 외래 진료 등 경증 환자 치료가 아닌 수술 등을 받아야 하는 위중증 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공백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전공의가 사직서를 이미 제출한 3급 종합병원에서는 당장 과장 또는 전임교원이 3교대 당직에 들어갔으며, 전공의 보조가 필요한 수술은 대부분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종합병원도 폭풍전야 상황인데 3차 종합병원에서만 가능한 ‘고난이도 수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3차 상급의료기관 과장급 전문의 A씨는 본지 통화에서 “2월에 있던 모든 수술이 다 취소됐다”며 “어제부터 2월 수술 과장 또는 전임의 당직표가 나왔는데 언제까지 이 체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를 건드리면 총궐기 파업에 가세할 태세”라고 했다. 전임 교원급에서는 파업 및 총궐기 등 집단행동 조짐이 결정된 바가 없음에도 정부가 전공의를 처벌할 경우 주치의인 본인들도 곧바로 태세 전환을 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보건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 2700여 명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실제 의료현장 곳곳에서는 빅5 및 3차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은 환자들의 아우성으로 ‘의료 마비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미 대형 병원은 급한 대로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예정된 수술을 절반 이상 취소 또는 연기하며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 환자들은 19일 수술 예정인 환자들부터 당장 암 수술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특정 암의 경우 전이가 빨라 일촉즉발 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도 퇴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총파업’으로 가정하여 내부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로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들 또한 다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달 남은 수술 다 취소… 언제 이 사태 풀릴지 모른다”
 
과장·전임교원이 전공의 빈자리 3교대로 겨우 막아 
환자들 “정부·의사 싸움 볼모…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일부 병원 PA 간호사 응급 투입에 나섰지만 역부족
 
수술 스케줄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전면 파업 때문에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암환자 커뮤니티 및 각종 환우 커뮤니티에는 ‘암 수술’ ‘제왕절개 수술’ 등과 같은 필수과 수술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올라왔다. 특히 3·4개월을 기다린 환자들은  ‘파업 탓에 수술이 취소됐다.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는 차례로 연락 주겠다’ 등의 문자를 받았다며 당장 퇴원하게 된 이들의 절망감도 지속해서 호소했다. 
 
한 환자는 SNS에 “정부가 의사들과 싸우는 치킨게임을 하면서 환자들만 볼모로 잡힌 꼴”이라고 했다. 다른 환자는 “일단 사람이 죽어가게 생겼는데도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의사들도 물러설 각오가 없어 보인다. 수술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털어놨다.
 
전공의들은 보통 24시간 현장을 지키면서 주치의인 교수를 보조해 수술계획을 잡고 환자 상태를 살피는 역할을 하면서 주치의 외에 의료인력으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의의 핵심인 레지던트는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1년 동안 여러 전공을 돌아 인턴을 마친 후 전공 분야를 정해 4년간 임상경험을 쌓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기간을 합쳐 ‘전공의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현장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전공의 것이다. 이날 빅5 병원 전공의 중 한 명은 SNS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레지던트 시절에는 힘들어 죽겠으나 이 과정만 마치면 의사로서 살 수 있고 학생들은 과를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과를 택하는 ‘바이탈뽕’으로 버텼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는 의사들의 ‘사명감’이라는 역린을 건드리고, 낙수의사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름으로 불명예를 씌워주고 모욕했고, 국민은 그런 의사를 조리돌림하도록 판을 깔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나쁜 의사가 아니라, 나를 나쁜 의사로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나쁜 의사처럼 행동하게 된 것”이라고 자조했다. 
 
▲ 전공의 집단행동, 내일 '분수령… 의료공백 현실화 되나. 연합뉴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 중에서도 응급의료체계의 근간인 필수 의료과 전공의들 병원 현장을 떠나고 있다. 결국 암 수술·출산·디스크 수술 등 긴급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로 이어졌다. 지방 거점 의대 필수과 교수 B씨는 “전신마취는 대부분 전공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치의 혼자 수술방 수술을 할 수가 없다”며 “부분마취나 주치의 주도로 수술할 수 있는 간단한 수술기법만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공의가 없는 2차 종합병원 과장급 전문의는 3차 상급병원 환자를 받는 건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2차 종합병원은 극소수 전공의와 페이닥터 전문의와 간호사, 간호PA정도가 있다”며 “물론 빅5환자가 오면 받을 수 있으나, 일례로 뇌혈관이 터진 수술 등은 3차 상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이야기도 나오지만, 전공의만큼 의료 처치를 할 수도 없고 수술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사실상 24시간 상주하는 전공의를 결코 대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실제 일부 병원은 ‘PA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료법 등으로 이들이 할 수 있는 처치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운영 중이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전국 지방 의료원 35곳, 적십자병원 6곳과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비대면 진료도 대폭 확대하겠다”며 “파업 시에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 상황 매일 보고’ 지침을 각 병원에 내린 상황으로 전공의 출퇴근 상황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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