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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 이야기] 와인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8 06:31:0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와인의 진실은, 즐겁게 마시면 된다는 거다. 이성에 대한 취향이 사람마다 다르듯 와인에 대해서도 그렇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이자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를 펴낸 와인 애호가 이원복 교수가 말한 와인에 관한 철학이다. 
  
필자도 이 말에 공감한다. 와인 전문가들은 너무 개인 취향을 무시하고 자신만이 옳은 것처럼 이야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와인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와인과 요리와의 매칭은 그냥 참고 사항으로만 여기는 것이 좋다. 
  
본인의 미각과 취향에 따라 본인에게 어울리는 와인과 요리의 매칭이 다르기 때문이다. 와인의 맛에 대해서는 매우 개인적인 취향이 적용된다. 그래서 와인의 세계는 더 흥미롭기만 하다. 오늘은 와인에 대한 거짓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코르크마개가 숨을 쉬면서 와인을 숙성시킨다”
  
“코르크 마개가 숨을 쉰다”는 이론은 와인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진리로 믿고 있다. 코르크의 구조는 벌집과 같이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물이나 공기가 통과하기 힘들다. 즉 공기의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한술 더 떠서 병 위에 씌운 캡슐 구멍이 병의 코르크의 와인 숙성을 도우려고 만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캡슐에 구멍이 있는 것은 캡슐을 병에 씌울 때 공기가 캡슐에 막히지 않고 쉽게 내려갈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와인의 병 숙성은 공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숙성이란 시간에 의한 와인의 화학적 변화다. 와인을 보관할 때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막기 위해 병을 코르크로 밀봉하기 전에 산화방지제로 무수아황산·질소를 넣는다. 코르크가 숨을 쉰다면 와인이 다 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 “레드와인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레드와인에 포함된 탄닌과 안토시아닌 등의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레드 와인을 얼만큼 마시느냐 하는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랑가 박사가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석 잔 이상 레드와인을 마신 사람은 비만이 될 확률이 무려 46%에 달한다고 한다. 
 
레드와인 한 잔은 약 125kcal이며 레드와인에 포함된 당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이 마시면 오히려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와인을 마실 때 체온 때문에 아랫부분을 잡고 마셔야 한다”
  
와인을 마실 때 와인잔의 볼 부분을 잡고 마시면 손의 체온 때문에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 아래쪽 스템 부분을 잡고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실제 와인잔을 잡아 마시고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안팎이다. 그 짧은 시간에 와인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은 아무 쪽이나 잡고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와인잔을 들고 마시는 데 어떤 정해진 규칙은 없다. 커피 마시는 법이 따로 없듯이 와인 마시는 데도 까다로운 규칙이 없다. 원하는 대로 잡고 편하게 마시면 된다. 오히려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오래 둘수록 온도가 더 잘 올라간다.
  
√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레드와인은 오래 묵혀서 마실수록 좋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와인은 탄닌이 풍부한 최고급 레드와인이나 고급 스위트 화이트와인 혹은 빈티지 포트 등으로 이 와인들은 오랜 기간 숙성이 가능하다.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와인은 가장 맛있다고 판단될 때 병입하기 때문에 최근에 나온 것이 가장 맛있다. 저렴한 화이트와인이나 로제는 가능하면 2·3년 이내에 병입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90%는 출시된 지 1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대부분 와인은 오래되면 맛이 숙성되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산패된다.
  
√ “스테이크는 꼭 레드와인과 함께 먹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프랑스에 주둔하는 동안 식재료를 본국에서 공수해 왔다. 요리법이 비교적 간단한 스테이크가 주로 제공되었는데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라 곁들일 음료가 딱히 없던 미군은 프랑스군에게 매일 2병씩 지급되던 와인을 선택했다.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의 궁합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꼭 레드와인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드라이한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어도 괜찮다. 고정관념에 싸여 레드와인만 고집하지 않기를 바란다. 
 
▲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에 원칙은 있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없다. 필자 제공
 
√ “생선회는 화이트와인의 맛을 해친다”
  
생선회가 해산물이라고 생각해서 샤도네이 같은 화이트와인과 함께 마시면 화이트와인의 맛을 잃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흰살생선과  함께 화이트와인을 즐겨서 마시고 있다. 
  
단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된 샤르도네 와인은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오크의 나무향이 생선회의 향기와 부딪혀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언오크드(Unoaked) 샤도네이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해산물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심지어 기름지고 풍부한 맛을 내는 고등어회·방어회·전어회 같은 등푸른생선이나 연어회·참치회는 탄닌 성분이 적고 포도 맛이 강한 레드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피노누아 레드와인과 회를 곁들여서 먹으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로 와인과 음식과의 상호 작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탄닌 성분이 많은 드라이 레드와인은 음식의 달콤한 맛을 줄어들게 한다. 반면에 스테이크나 치즈 같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과 마시면 떫은 맛이 줄어들고 짠 음식과 마시면 떫은 맛이 강해진다.
  
달콤한 와인은 짠 음식에 곁들이면 단맛이 줄어들지만 포도 맛은 강해진다. 짠 음식을 맛있게 하며 단 음식과 잘 어울린다.
  
산미가 있는 와인은 짠 음식에 곁들이면 신맛이 줄어들고 약간 단 음식과 곁들여도 신맛이 줄어든다. 그리고 음식의 기름기를 없애 주며 의외로 신맛 나는 음식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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