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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신의 뜻과 하늘을 배신한 인간의 의지 중 어느 게 셀까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3 06:31:10
 
▲ 정창옥 길위의학교 긍정의힘 단장
더운 여름날 9살 개구쟁이들이 서로 힘자랑하며 전쟁놀이를 하고 있다. 서로 지지 않으려 밀치고 당긴다. 아이들 손등과 팔엔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선명하다. 어떤 아이는 피까지 흐르고 쓰라린 고통에 인상을 쓰거나 우는 아이도 있었다. 장난이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유독 한 아이만큼은 심하게 할퀴어 피가 흐르는데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를 용감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다치고 긁힌 몸으로 집으로 향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던 용감한 아이는 예루살렘 왕국의 왕자인 보두앵 4세였다. 이상하게 여긴 왕자의 가정교사 볼드윈은 보두앵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문둥병으로 결론 냈다. 왕국은 발칵 뒤집혔다. 살이 썩어 문드러지고 팔다리가 변형되고 얼굴이 해골처럼 변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왕자의 모습은 괴물처럼 변해 갔다. 그럼에도 그는 16세에 당당히 왕이 되었다. 해골처럼 변한 그의 외모는 가면으로 가리고 용기있는 결단과 신의를 지키며 십자군전쟁을 이끌었다. 특히 예루살렘 성전을 노린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인 살라딘26000명 이슬람군을 맞아 고작 580명의 군대로 대항한 몽기사르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16세에 불과한 보두앵 4세는 전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된다.
 
1000년 전, 불치병에 걸린 보두앵 4세는 결혼도 하지 못하고 자식도 낳을 수 없었으며 오래 살 가망도 없었다. 결국 24세에 근육이 썩어 문드러지고 손가락도 뭉개지며 걷지도 못하고 두 눈까지 멀게 된 채 신의 품에 안긴다. 그러나 그는 국가를 통치할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센병이란 병 뒤에 숨은 적이 없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지만 국가와 백성을 지키려는 정신과 자유·관대함·신의를 목숨처럼 지키고 적군이라도 상대방을 존중했던 보두앵 4세의 품격과 용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예루살렘 왕국을 가장 평화롭고 존중받는 국가로 거듭나게 했다. 심지어 악명높은 이슬람의 살라딘조차도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목이 잘린 머리·각종 장기와 뇌·절단된 사지나 몸통 등 인간을 부위별로 잘라 포르말린 용액에 넣은 122개의 유리병이 어두침침한 지하실 선반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 사이로 탯줄이 발목을 감고 머리카락까지 자란 태아의 사체가 담긴 14개의 핏빛 유리병들이 섬뜩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100년 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병(나병·문둥병)에 걸린 나병환자들의 장기를 추출해 전시하고 출산을 막기 위해 본보기로 추출한 태아들을 포르말린 유리병에 보관해 전시했다. 어쩌다 태어난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구타로 사망했지만 이를 철저히 무시한 일본 총독부와 한국 정부는 국가란 이름으로 나병환자들의 인권을 잔혹하게 유린했다.
 
사슴처럼 긴 목·섬섬옥수 같은 가녀린 손가락과 손목….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여인에게 한 아녀자가 쭈뼛거리며 작은 대나무 소반을 내밀었다. 손에 감긴 붕대는 흘러내리는 피고름으로 얼룩져 있었고 대나무 소반엔 사과 몇 알이 담겨 있었다.
 
 
 
 
 
 
 
저희가 드릴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군요. 용서해 주세요.” 아녀자는 더러운 붕대를 감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여인은 두르고 있던 앞치마로 아녀자의 눈물을 닦 아 주었다. 그리고 사과를 집어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네요. 이렇게 맛있는 사과 선물은 처음 받아 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창밖과 부엌 저 편 복도에 빼곡하게 서 있던 흉칙한 모습의 수백 명이 흐느껴 울었다. 코가 무너져 내린 사람, 손가락이 떨어져 나간 사람, 얼굴에 징그러운 돌기가 수없이 돋은 사람, 피고름이 썩는 악취가 진동하는 나환자촌 소록도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여인은 나환자들의 치료를 약속하고 인권을 지켜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인은 1년 뒤인 19748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던 노예 청년은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문둥병에 걸리자 불치병을 치유하는 기적을 일으킨다는 젊은 청년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청년은 십자가를 지고 언덕으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노예 청년은 과거 목마를 때 그 청년이 자기에게 물을 준 사람인 것을 알아채고 그에게 한 바가지의 물을 주지만 병사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처형되자 어머니와 동생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그리고 노예 청년은 복수심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하늘의 뜻으로 내린다는 한센병은 파천황 같은 인간의 의지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파천황(破天荒)은 아직 천지가 열리지 않은 혼돈 상태를 깨뜨리고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행한다는 뜻이다.
 
국민에게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자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이재명과의 명낙대전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이낙연 신당의 운명은 어찌될까.
 
상식적인 국민을 대신해 이재명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386운동권의 특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한동훈. 그리고 내륙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나환자촌이 있었던 안동시 출신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격차 해소가 우선이란 정치 소신을 가진 초선 국회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한동훈. 신의 뜻으로 참혹한 삶을 살아가는 가장 낮은 자들과 동행할 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행한 파천황의 인간 의지는 하늘의 문을 열 것이다.
 
1000년 전 예루살렘 왕국 보두앵 4세의 의지와 관대함이 십자군전쟁의 와중에도 평화를 지켰고, 50년 전 육영수 여사의 사랑이 소록도에 희망을 선물했다면 2000년 전 한 청년의 십자가가 세상을 구원했듯 설령 그것이 하늘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의지는 선한 영향력을 가질 때 이 땅을 지배할 것이다.
 
2024년 청룡(淸龍)의 해를 맞이한 갑진년 대한민국. 과연 누가 천지가 열리지 않은 것과 같은 혼돈 상태를 깨뜨리고 세상을 열 것인가. 과연 누가 먼저 하늘의 뜻을 거스른 인간의 선한 의지로 파천황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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