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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인문 역사와 먹거리 ‘맛있는 만남’
답사·인문 강연 후 삼각지 맛집 탐방
50여 년 업력 깔끔한 감자탕 ‘일미집’
중식계서 빛나고픈 38년 전통 ‘태양’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2 06:31:2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필자가 운영하는 문화지평이 19일 용산역 주변을 둘러보는 ‘철도 명암의 길’을 끝으로 올 해 18회의 외부 답사 활동을 마무리했다. 내부 강연을 위해 만든 문지인문아카데미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12강을 하는 등 총 30회 내·외부 활동으로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힘썼다.
 
문화지평은 2014년 5월10일 경동시장 일대 답사를 시작으로 역사 인문 전문 답사단체로 탄생했다.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에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7년째를 맞는다.
 
▲ 문화지평은 역사답사 모임을 꾸준하게 열고 있다. 사진은 올해 일곱 차례 진행한 표석 답사 중 6회 차 청와대 앞 단체 사진. 필자 제공
 
그간 △서울 골목답사(2015)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2016) △역사도시 서울답사(2017) △서울 구석구석 톺아보기(2018) △2000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2019) △서울미래유산 시장 관광자원화 아카이빙(2019) △서울 첫 종교건축물과 주변 근대 건축물 답사·아카이빙(2020) △물길 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2021) △김중업과 김수근, 현대건축 1세대 궤적을 쫓아서(2021) △옛 전찻길 따라 시공간을 잇는 서울 역사(2022)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근대건축 테마답사(2022) △조선왕릉 40기 프롬나드(2022)와 올해 표석이 품은 소멸 문화유적을 따라 톺아보는 서울 역사 등 총 200여 회 답사 활동을 했다.
 
올 한 해 18회 답사·12회 강연 개최
 
▲ 올 한 해 동안 12명의 강연자가 나선 문지인문아카데미 강연 모습. 필자 제공
 
문지인문아카데미는 다양한 분야 강연자들이 참여해 열강을 펼쳤다. 박건호 작가가 ‘역사 컬렉터, 수집을 말하다’를 주제로 첫 강연을 열었다. 박 작가는 2020년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와 올해 ‘역사컬렉터, 탐정이 되다’ 등 두 권의 책으로  미시 서지역사 해석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기록학자다. 2강은 최종수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위원이 ‘물 박사의 물로 쓰는 인문학’을 주제로 그의 저서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를 소개했다.
 
3강은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를 쓴 하인후 작가가 강연했다. 하 작가는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역작 ‘피렌체사’를 국내 최초로 완역해 책을 펴냈다. 4강은 소설가이자 인문학자인 김운하 작가가 저서 ‘우연의 생’을 텍스트로 놓고 삶의 지혜와 경험을 나눴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사적 경험으로 시작해 예술과 삶에서 우연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실존적인 읽기와 쓰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5강은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가 그의 작품 세계와 현대미술의 특징에 대해 강연했다. ‘내 작품을 들추다, 아티스트 토크’란 주제로 작가의 화첩을 들춰 보는 흥미진진한 강연이었다. 문 교수는 2018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북한 미술 :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전(展)을 기획한 북한 조선화 전문가다. 6강은 이동고 이모작 생활연구소 대표 강사가 ‘머니 파워’란 제목으로 생활밀착형 재무관리·재테크 강의를 했다.
 
‘지혜와 경험의 무상 공유’ 기치
 
7강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장미희 씨의 순례 후일담과 알짜 팁을 들었다. 장 씨는 10년 전 버킷리스트인 산티아고 순례를 올 4~5월 39일에 걸쳐 다녀왔다. 8강은 일본학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고선윤 교수가 일본의 도덕 관념의 요체인 무사도에 대해 강연했다. 근대 일본 최고 지식인 중 한 명인 니토베 이나조가 1900년도에 영어로 출간한 ‘무사도’란 책을 텍스트로 삼았다. 9강은 소설가 이아타 작가가 신작 ‘베이츠’의 집필 과정과 작품에 드러난 주제 의식에 대한 강연과 질의응답하는 북토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10강은 조동범 작가가 최근 펴낸 ‘부캐와 함께 나만의 에세이 쓰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에서는 일상·여행·음식·영화·취미를 비롯해 인문 교양에 이르기까지 에세이 쓰기의 모든 것을 들려줬다. 11강은 ‘노래에 미쳐 사는 대중음악 사학자’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가 근대 가요 속에 숨겨진 이야기보따리를 재미나게 풀었다.
 
12강은 안남일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가 ‘생각, 젊음의 탄생’이란 주제로 창조 지성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던 고 이어령 선생의 저서인 ‘젊음의 탄생’을 텍스트 삼아 이를 압축적으로 재해석했다.
 
문지인문아카데미는 ‘지혜와 경험의 공유’를 기치로 진행하고 있는 재능기부 인문 강연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혜와 경험의 조건 없는 나눔’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인문학 강연 지평을 열어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활동의 마무리는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문지인문아카데미는 대부분 용산구 삼각지역 근처 문화지평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에서 열었다. 그래서 마치면 근처 식당을 많이 찾았다. 다행히 이 지역에는 몽탄·용산양꼬치·명태한마리 등 소문난 맛집이 많아 모두 만족한 식사를 했다.
 
감자탕 건져 먹고 칼국수로 마무리
  
▲ 육수가 깔끔한 ‘일미집’ 감자탕. 필자 제공
 
우대갈비와 볏짚 초벌삼겹살이 유명한 몽탄은 예약이 안 되고 현장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늘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자주 찾은 곳이 감자탕으로 유명한 ‘일미집’ 2호점이다. 용산구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근처에 본점이 있다. 본점은 점심시간이면 대기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서서히 늘고 있어서 여러 곳에서 간판이 눈에 띈다. 필자는 본점·2호점·다동먹자골목 을지로입구점에서 맛을 봤다. 본점과 가맹점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필자가 프랜차이즈 식당을 잘 안 가는 이유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는 법이다.
 
일미집의 특징은 통감자를 넣어 주는 것이다. 또 시래기를 넣지 않고 대파 약간에 오로지 돼지 등뼈로 승부하는 곳이다. 기름을 최대한 걷어 내 육수가 잡내 없이 담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감자탕을 모두 건져 먹은 후에 칼국수로 마무리하면 산뜻하게 함포고복할 수 있다. 칼국수 양이 많으니 감안해서 주문해야 한다. 일미집은 간판에 ‘50년 전통’을 써 붙여 놓은 오래된 식당이다.
 
일미집 2호점은 점주의 경쾌한 친절도 손님을 끄는 매력이다. 연세가 지긋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는 복장이며 손님이 급작스레 밀려와도 능숙하게 응대하는 모습에서 노련함과 친절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신선한 식재료 자랑하는 중식당
 
▲ 중식당 ‘태양’ 용산점의 다양한 음식들. 필자 제공
 
또 자주 가는 식당은 간판에 ‘38년 전통’을 써 붙여 놓은 중식당 ‘태양’ 용산점이다. 시흥에 본점이 있고 삼각지를 비롯해 김포와 파주 등 5곳에 지점이 있다. 태양이란 상호는 중식계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곰표 고급 생면 반죽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또 제주산 고급 생육과 선도 높은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부분 식당이 주방장이 바뀌면 음식 맛이 필연적으로 변한다. 특히 중식 요리에서 그 변화가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식도락가들 견해다. 태양 용산점 역시 웍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맛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방이 있어서 강연을 마친 후 강연자와 편안하게 질의응답을 이어 갈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문화지평은 갑진년에도 답사와 강연을 이어 갈 예정이다. 올 한 해 졸필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메리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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