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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당한 곳이나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돌아보는 관광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한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는 국내를 대표하는 다크 투어 장소다.
정전협정 직후 유엔군은 남북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 5도인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따라 해안 경계선을 그었다. 이를 북방한계선(NLL)이라고 한다.
북한과 남한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보니 연평도는 한반도의 화약고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북한은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을 통해 이곳 해역과 내륙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그로 인해 이 작은 섬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 했다.
1968년까지 조기 파시로 날렸던 섬
인천항에서 연평도까지 뱃길로 두 시간 거리다. 35노트(약 65㎞/h) 속도로 줄기차게 달리던 코리아킹호는 소연평도에 잠시 들러 사람과 짐을 부린 뒤 대연평도를 향해 다시 뱃머리를 돌렸다. 배편은 하루 2회 있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이 잦다.
연평도는 조선 중기부터 1968년까지 조기 황금어장으로 파시가 성했다. 당시 자료 사진을 보면 해안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파시(배 위에 열리는 시장)가 선 것을 볼 수 있다.
좋았던 시절도 가고 조기는 지금 연평도를 찾지 않는다. 기후 변화 탓이다.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치어를 방류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크게 자라지는 않는다. 대신 꽃게가 많이 잡힌다.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 어선들까지 NLL 부근으로 꽃게잡이에 나선 상황이다.
연평도의 관문 ‘연평바다역’에는 ‘눈물의 연평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1959년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사라호로 인해 많은 어부들이 희생당했다. 그들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이래저래 아픔이 많은 섬이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참수리호 고속정
연평도 다크 투어 첫째 가는 장소는 평화공원이다. 연평도 제일의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형추모비와 전사자 위령탑이 서 있다.
1999년 6월15일과 2002년 6월29일 연평 해역에서 두 차례의 교전이 있었다. 북한은 유엔이 정한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한 채 자기들 멋대로 해상경계선을 그은 뒤 우리 해역을 함부로 침범했다.
2차 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선제공격을 당한 우리 참수리 357호는 교전 후 예인 도중에 침몰했다. 이 일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 당하는 피해를 겪었다. 조선인민군의 피해도 적지 않아서 해군 13명이 전사하고, 25명이 부상 당했다.
평화공원에서 연평면사무소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연평도 함상공원이 나타난다. 당시 침몰한 참수리호와 동일한 모델의 고속정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참수리호는 적함에 충돌하여 진로를 막거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및 밀입국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참수리호에는 40㎜ 함포가 탑재되어 있다. 이 함포는 타격점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이 없어 수병들이 수동으로 조정해야 한다. 녹이 많이 슬었지만 여전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명령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충직한 병사 같은 느낌이다.
참수리호 고속정은 1978년부터 건조되어 현재까지 실전에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역할을 570톤 윤영하급 함정이 맡을 예정이다.
씻을 수 없는 아픔 ‘연평도 포격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은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내륙에 포탄을 날리는 무모한 도발을 감행했다. 정전 이후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공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 일로 말년휴가를 반납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해병대 서정우 병장과 입대한 지 3개월 된 신병 문광욱 이병이 전사했다.
또한 민간 주거지 5개 권역(연평리 177~177·325·346·367·478번지 일원)을 포함한 133동의 건물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연평면 연평중앙로 안보교육장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군의 포탄이 떨어져 지붕 전체가 유실되었던 구 연평리 176번지를 비롯해 무너진 민간 주거지 3곳을 외부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교육장 내부에는 북한군이 개머리반도에서 연평도 내륙으로 쏘아 올린 122mm 방사포탄과 대응 사격에 임했던 우리 155mm K-9 자주포탄의 모습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전 관련 자료가 망라되어 있다.
찬란하게 빛날 그날을 기다리며
평화공원 내 조기역사관은 연평도의 황금기를 반추하게 해준다. 조기잡이에 나선 선박 조형물과 한옥 스타일의 건축물이 인상적인 이곳에는 조기잡이 어선 모형과 참조기·부세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조기역사관 관광전망대에 오르면 연평도 최고의 풍경인 가래칠기 해변과 병풍바위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병대 9518부대는 일부 군 시설물을 리모델링하여 관광객에게 공개 중이다. 연평도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사진을 감상하며 군사 터널을 따라가다 보면 탁 트인 해안 절벽에 이르게 된다.
탄성이 나올 만큼 절경을 이루는 이곳에는 용도 폐기된 해안포 한 대가 바닷바람에 녹슬어 가고 있다. 평화협정에 의해 상호 간 포신을 겨누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해안포 위치에서 NLL까지는 약 1.6㎞, 황해도 해주까지는 불과 12㎞ 거리다.
평화공원에 인접해 연평도 등대가 있다. 1960년 3월 점등식을 가졌으나 1974년 군사적인 이유로 폐쇄되었다. 긴 잠에 빠졌던 등대가 되살아 난 것은 소등 45년 만인 2019년 5월의 일이다. 재점등된 등대는 인근 바다를 지나는 선박의 앞길을 밝게 비추어 주고 있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 구지도는 해병대의 포탄 사격을 받아내는 타겟이었으나 최근 저어새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작고 황량한 섬이지만 새들의 안식처로 부족함이 없다.
연평 평화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3층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2020년 10월 개관한 이래 해설사가 상주하여 연평도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리상으로 황해도 개머리반도와 장재도·무도·갈도·석도는 대한민국 본토보다 더 가깝다. 이곳에 전시된 연평 해역 모형은 북한과 우리 사이에 그어진 북방한계선을 헤아려 볼 수 있게 해준다. 지정학적으로 군사적으로 연평도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 1층에는 전망대 카페 ‘아일랜드’가 있어 따뜻한 차와 함께 쉼의 시간을 제공한다.
남북분단만 아니었다면 연평도는 다산과 풍어의 상징으로 큰 번영을 누렸을 터였다. 지금과 같은 조바심 나는 긴장 대신 아름다운 경치를 향유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연평도가 시대적 아픔을 딛고 진정한 평화를 누릴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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