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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사기인 줄…” 소청과로 번진 한방교과서 표절 논란
박인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명예교수 “내 교과서 그대로 복붙”
홍창의소아과 교과서는 심전도 사진 그대로 복사 후 설명·화살표까지
2018년도 ‘재활의학교과서 표절 시비’ 의협 한방특위 손해배상 받아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5 18:00:01
▲ 박인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명예교수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재직하며 30년 동안 모은 자료를 집대성 해 작성한 '선청성 심장병'에 담긴 심장모식도 사진(왼쪽)과 '한방소아청소년의학'에 담긴 심장모식도 사진. 박 교수는 그림의 색과 숫자까지 똑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명백한 표절이 맞다고 주장했다. 박인숙 교수 제공.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의 뇌관이 됐던 재활의학교과서 표절 의혹이 이번에는 소아·청소년과에서 불거졌다. 
 
한방 소아·청소년 의학 교과서를 두고 박인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명예교수(19·20대 국회의원)가 “내가 쓴 선천성 심장병 교과서를 그대로 복사·표절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박 교수는 5일 본지에 “최근 구입한 한방 소아·청소년 의학 교과서를 훑어보다가 아연 실색했다”며 이같이 밝히고 “선천성 심장병의 모식도를 내 책에서 베꼈고 색칠도 똑같이 칠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혈관과 심장 내부의 압력을 나타내는 숫자(mmHg)에 화살표 방향까지 완벽하게 베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 교수가 보내온 전국한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이 집필한 한방 소아·청소년 의학 3판에 개재된 심장 모식도는 색깔만 약간 다른 톤으로 칠해졌을 뿐 똑같은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으며 표기된 숫자도 동일해 그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사비를 들여 별도로 색상 주문까지 삽화 작가와 일일이 조율하며 그린 그림인 데다 똑같이 베끼지 않았으면 저자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숫자마저 똑같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시비를 피해 나가기 위해 색만 약간 다르게 칠해 다시 그린 게 분명해 보였다”고 했다.
 
2008년 출간 된 ‘선천성 심장병’은 박 교수가 1973년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미국 휴스턴 Baylor 의대 텍사스 아동병원과 텍사스 심장병원에서 13년간 소아심장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심장과 교수로 재직하며 30년 이상 모은 자료와 진료지침을 집대성한 교과서이다. 보건의료계 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03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으며 12판까지 개정 출간돼 ‘소아청소년과 바이블’로 통하는 ‘홍창의 소아과학’도 표절된 것으로 봤다. 
 
그는 ‘심전도 포획박동’ 부분을 지칭하며 “심전도 사진을 그대로 복사한 후 설명과 화살표까지 복사하며 인용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곤 “한의학계 치료 방법으로는 의학 교과서 내용을 가르쳐도 치료할 수 없다”며 “한방으로 치료가 불가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 ‘한방소아청소년의학’에 담긴 심전도 포획박동 사진(위)과 ‘홍창의 소아과학’에 담긴 심전도 포획박동의 사진. 찍혀 있는 화살표까지 동일하며 인용 문구도 들어가 있지 않다. 박인숙 교수 제공.
  
한의학계의 의학 교과서 표절 시비는 꾸준히 논란이 됐다. 2012년 10월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방특위)와 대한재활의학회·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한방재활의학(편저 한방재활의학과학회·2011년 출간)’의 저자 12명을 현대의학 침범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시 의협 한방특위 등은 “한의학 교과서인 한방재활의학이 의학 교과서인 ‘재활의학(서울의대)’ ‘정형외과학’ ‘스포츠의학’ 등을 무단으로 표절해 사용했다”고 고발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고발 6년여 만인 2018년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 받았으나 법원은 이를 일부만 인정했다. 원고는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를 상대로 각각 1500만 원씩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한 손해를 일부만 인정하며 피고가 원고별 20만~30만 원의 손해배상금과 각각 100만~200만 원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김학민 법무법인 필로스 대표변호사는 본지에 “심장을 다르게 표현할 수는 없어서 원칙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묘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지만 표시된 숫자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 숫자를 개작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 것인지 등에 의해 저작권 침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가벼운 저작권침해는 수십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 처분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숫자를 인용한 부분에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 표절의혹에 휘말린 ‘한방소아청소년의학(2020·개정 3판)’과 표절 대상이 된 ‘홍창의 소아과학(2020·개정 12판)’과 ‘선천성 심장병(2008)’책의 표지.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의협 한방특위도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표절 정도를 조사해 민·형사 고소를 예고한 의협 한방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한의대 교수들의 경우 현대의학 수준이 낮고 실제 진료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의과 교과서를 도용할 수밖에 없다”며 “한방사들은 자신들의 교과서 도용과 표절을 일삼는 행위를 거듭 반복하며 자신들 학문을 오히려 부정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2018년도 한방재활의학과 교과서도 표절 결론으로 손해 배상을 받은 것에 기반해 법적 대응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방학계는 과거부터 무단으로 의학 교과서를 표절해 온 데다 인용 표시를 하지 않고 심지어 오탈자까지 베껴 온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더해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은 진단과 처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 교수는 “한의학 교과서를 보면 심장수술 받은 아이들에게 보중익기탕·대조환·양심탕·팔물탕·십전대보탕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며 “수술 후 보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위험한 치료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취재에 대한한의사협회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별도의 입장을 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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