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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인스토리] “게임사 혁신 의지 실종… 예전 열정 어디 갔나”
매너리즘에 빠져 투자도 시들… 게임산업 지속될런지 의문
문외한들이 판치는 게임위 신뢰 잃어… 전문가들에 맡겨야
위메이드와 법정 싸움 타협 안 해… 학자들 입 막을 생각 마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3 00:03:00
▲ 위정현 교수는 한국 게임 산업 연구 1세대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DFC 인텔리전스의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인구는 37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게임 소비자가 늘어나고 시장 규모 또한 커지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존속하고 있으며 한국 게임이 가진 문제점 또한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게임산업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중앙대학교 309관에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을 만났다. 위 학회장은 한국 게임산업 연구 1세대로 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장과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위 학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경제연구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그가 게임산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일본 유학 당시 한국 게임을 하는 일본인 후배를 보면서 비롯됐다.
 
“그때가 한참 한국 온라인 게임이 이것저것 나오던 때였어요. 그때 아마 ‘바람의 나라’가 인기 있었는데 그 후배가 바람의나라를 하고 있더라고요. 콘솔의 왕국이라는 일본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물어봤죠. 왜 하냐고 하니까 그게 재밌다고 하는 거예요.”
 
“실제로 리니지를 필두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성장할 때 일본 개발자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온라인 게임이 뭐냐고 하기에 설명을 해 줬는데 이해를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잘 성장하면 일본을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문적 관점에서 게임의 가능성을 본 거죠.”
 
한국 게임 홀대받는 현실 안타까워… 게임 혐오 멈춰야
 
▲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에 대한 규제의 배경에 게임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위 학회장은 K-POP·웹툰에 앞선 한류의 1번 타자가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게임이 미국과 유럽의 주류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했어도 주변부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냈음에도 아직까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면 게임산업이 가장 행복했을 때는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예요. 90년대 후반에 게임사들이 다들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나설 때는  산업을 진흥시킬 생각도 별로 없었고 규제할 생각도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2003년쯤부터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서 나온 게 규제 이슈예요.”
 
“첫 번째로는 폭력성 이슈가 생겼어요. 게임을 하면 청소년들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거죠. 그러다가 몇 년 뒤에는 또 게임산업을 성장시키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이번에는 중독 이슈가 나왔어요. 의사들이 세미나를 하면서 중독 이슈를 제기했다가 반발이 커지니 사그라드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또 선정성 이슈가 나오고, 바다이야기가 나오면서 사행성 이슈가 터지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된 거예요.”
 
위 학회장은 이러한 과정의 근간에는 게임에 대한 혐오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일단 싫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세의 마녀사냥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중세 시대 마녀사냥에 관한 문헌들을 보면 마녀로 지목된 사람을 물에 빠뜨려서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떠오르면 마녀라고 판단해서 죽였다고 하잖아요. 사람으로 밝혀지면 물에 빠져서 죽고요. 어쨌든 그 사람은 죽어요. 그런 것처럼 게임이 옳은지 아닌지를 떠나서 게임이 죽어야 한다는 거예요.”
 
“2004년에 게임산업협회가 만들어질 때 제가 준비위원장이었어요. 그때 참여한 CEO들의 공통적인 인식은 더 이상 이렇게 게임이 마녀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때 또 힘을 쏟았던 게 게임 기반 G-러닝이었어요. 게임에 가장 많이 반대하는 세력은 유감스럽게도 선생님과 학부모들이잖아요. 이분들이 아군이 되지 않으면 영원히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5년이 지나도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네요.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위 학회장에게 현재 한국 게임산업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위 학회장은 현재 게임산업이 덩치는 커졌으나 내부적으로 쌓인 문제가 너무나 커서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게 확률형 아이템이에요. 2010년대에 모바일게임이 떠오르면서 문제가 커졌어요.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가 게임성보다는 사업 모델을 통해 돈을 짜내는 방법이 주류가 됐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것으로 리니지가 있는데, 돈은 많이 벌었지만 한국 게임산업에 있어서는 아주 큰 불행이었어요.”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고 마침내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4년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의무화됐으며 올해 11월13일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위 학회장은 업계 내부에서 진작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 예전에 공청회를 했는데 게임 회사들 논리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때 게임 회사들이 욕을 엄청나게 먹고 그런 소리는 안 하게 됐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업계나 언론에서 당시 확률형 아이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얼마나 냈는지 묻고 싶어요. 유일하게 7년 동안 문제를 지적해 온 곳이 게임학회예요.”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맡긴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게임위에 대한 게이머들의 신뢰는 이미 없어진 상황에서 게임위가 또다시 일을 맡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위에서 게임을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이 전문성이 없어요. 그분들 잘못이 아니고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을 앉혀 놨으니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처음에 저희가 제시했던 건 민관위원회였어요. 게임학회나 전국의 게임학과 학생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런 쪽의 고민이 없는 것 같아요.”
 
“게임학과 학생들 보면 진짜 선수들이에요. 게임에 대한 애정도 크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잘할 수 있어요.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관만이 할 수 있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 하기 힘든 한국 게임 환경… 지속 가능성 생각해야
 
▲ 위정현 교수는 한국의 게임 회사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위 학회장은 한국 게임 회사들의 매너리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발전이 없는 업계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금 게임 회사 수뇌부들이 얼마나 혁신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묻고 싶어요. 90년대 후반에 물불 안 가리고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그때의 열정이 남아 있냐는 거죠. 예전에 원신으로 한참 떠들썩했잖아요. 개발자들한테 우리가 원신같은 거 만들 수 있냐고 하니까 안 된대요. 그걸 만들 만큼의 열정이 없고 그만큼 돈을 투자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이런 환경에서 한국 게임산업이 지속될 수 있냐는 거죠.”
 
“그나마 데이브 더 다이버P의 거짓’ 같은 시도가 있고 또 그 시도가 성공을 거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그동안 한국 게임은 콘솔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 게임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어요. 예전에 흥행한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상업적 성공이 있었다는 건 높게 평가할 만해요. 이런 시도가 있어야 해요.”
 
위 학회장은 최근 몇 년간의 P2E에 대한 관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부 P2E 게임의 단기적인 성공이 게임산업의 성장 동력을 엄청나게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위믹스 총액의 최고점이 거의 4조 원이었어요. 게임 회사들이 아등바등 게임 만들어서 얻은 수익이 그만큼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게임 회사들이 혹하는 거죠. 그런데 글로벌시장에서 P2E(Play to Earn·게임 과정에서 암호화폐 등 현금화가 가능한 재화를 취급하는 게임흥행을 이끌었던 엑시 인피니티는 저물고 있고 다른 P2E 게임도 열기가 가시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P2E의 문제점들이 더 많이 드러날 거라고 봐요.”
 
한편 위정현 학회장과 한국게임학회는 위메이드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위 학회장이 P2E 게임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고 위메이드는 명예훼손을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위 학회장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위메이드가 한국게임학회를 고소했고 민변이 저의 소송대리인으로 들어왔고 이제 재판 시작 단계예요. 민변에서 이번 일을 공익 사건으로 봤다고 해요. 불의나 부도덕한 일에 대한 방어로 봤다는 거죠. 저는 이 점에서 사건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215명 교수들의 지지 성명이에요. 전례 없는 지지 성명이죠.”
 
“저희는 이번 일에 대해 타협할 생각이 없어요. 그들이 학문에 대한 테러를 저질렀고 입을 막으려고 했으니까요. 거기다가 위메이드가 국회의원들이 한 말에는 아무 말 안 하면서 학자들의 입은 막으려고 하고 있잖아요.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위 학회장에게 사람들이 게임을 어떻게 봐 주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게임을 다른 콘텐츠처럼 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앞에서 한류를 언급했는데요.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BTS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매번 사행성이나 선정성 논란을 달고 다니지는 않아요. 저는 게임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게임 대단하더라·멋있더라 하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위정현 교수 프로필>
△1964년 광주광역시 출생 
△1987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1998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석사
△2001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
△2002∼2003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자문위원
△2005∼2008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자문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게임콘텐츠연구센터 소장
△2008∼2012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코리아위원회콘텐츠개발분과 분과장
△2009∼2013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인터넷게임전문위원회 위원
△2017∼2018 과기정통부 융합콘텐츠 생태계 구축 전략위원회 분과위원장
△2010∼현재 UCLA 방문교수
△2018∼현재 한국게임학회 회장
△2018∼현재 콘텐츠 미래융합포럼 의장
△2022∼현재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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