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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누구를 위한 ‘공매도 금지’인가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7 00:02:30
▲ 김나윤 산업부 기자
 
정부가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내년 4월 총선을 목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주식시장이 특수한 위기 상황이 아닌데 뜬금없이 공매도 금지라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저렴한 값에 되사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차입이 확정된 타인의 주식·채권 등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유가증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 등으로 구분된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공매도가 인위적으로 금지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가 두 번째,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시기에 세 번째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2020년에는 해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시장 안정 목적으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렇듯 공매도 금지는 정말 긴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이번 네 번째 공매도 금지가 뜬금없는 이유는 금융위기도,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특수한 상황도 아닌데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을 달래려는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인 이차전지 테마주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주가 하락 원인으로 공매도가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매도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투자를 한다는 인식은 타당성이 크지 않다. 공매도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 가격이 이 주식의 적정한 주가라고 판단하고 행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공매도 세력이 시장에서 늘 이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공매도 했던 주가가 올라가면 오히려 공매도 세력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예를 들면 시장의 예측과는 반대로 기업이 장사를 잘해서 실적이 호전됐다고 치자.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가 계속 우상향으로 올라간다. 공매도 세력은 이 주가가 60~70만 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100만 원에 공매도하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면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 상환을 해야 한다. 오히려 이렇게 될 경우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큰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성숙해지려면 시장의 원리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존중되는 풍토를 지켜주는 게 정부와 금융정책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다. 또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때아닌 공매도 금지 조치는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환절기에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독감 백신주사를 맞는다. 백신에는 독감 바이러스가 함유돼 있고, 우리 몸은 독감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면역 체계를 만든다. 독감 백신주사를 맞으면 우리 면역체계는 같은 유형의 균이 들어왔을 때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공매도 세력도 마찬가지다. 공매도도 우리 몸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이러스일 뿐이다.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고 공매도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지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매도 금지 조치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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