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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前대한의사협회장
[특별인터뷰] “의사 늘리면 필수의료 해결?… 이건 거짓 선동”
의료진 부족 객관적 증거도 없이 증원 밀어붙이면 안 돼
커피값도 안 되는 진료비로 버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출산율 저하로 아동 감소… 소청과 누가 지원하려 하겠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7 00:05:00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가 의대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의사 수 부족 주장은 거짓 선동이라고 말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1000명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한편 필수의료 분야와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안에 의료계에선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라며 회의적이다. 
 
내년 초 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출마를 앞둔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는 의사 수 늘리기보다 의료 행태 등의 문제점 파악과 해결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우선적으로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 폐지와 의료수가(酬價) 조정 필요성을 꼽았다. 
 
-보건사회연구원 통계가 자주 인용된다. 이를 근거로 2035년 기준 우리나라에 27232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시나?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데이터를 조작했다. 의료 업무 처리 또한 기술 발달로 속도가 빠르게 높아졌는데 2019년 이후 통계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모임(공의모)’이 데이터 오류를 공개 지적했으며 보사연도 오류를 인정했다. 
 
대한민국의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 이게 ‘팩트’다. 보사연의 연구 방법대로 누락시킨 업무처리량을 포함시켜 추산하면 오히려 34000여 명 과잉 상태다. 의료 수요 추산의 방법부터 잘못돼 있었다. 조작된 통계와 보고서에 기반한 의대 정원 증원에 동의할 수 없다.
 
-필수의료 붕괴 위기에 모두 의대 증원을 만병통치약인양 밀어붙이고 있다는 뜻인가?
 
필수의료 얘기가 나온 김에 꼭 짚고 가자. 의료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필수 의료라는 게 대체 어떤 것인가? 왜 성형수술을 미용으로만 생각하나? 교통사고 후 함몰된 얼굴, 유방암 수술로 절제된 가슴,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는 누가 회복시켜 줄지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의사 수 늘리면 필수의료가 해결된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거짓 선동이다. 공공의료기관에 취업해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는 유럽의 의사 수와 비교한 것이다. 어렵게 공부해 의대 나와 의사가 된 이후에도 자기 빚 내서 클리닉 차리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전혀 다르다. 
 
노력해서 의사 되고 수억·수십억 빚내서 밤낮없이 일해야 직원 월급 주고 임대료와 은행 이자 내는 자영업자 의사와 공무원에 가까운 유럽의 의사를 비교하다니, 정말 무의미하다. 진료를 원하는 당일, 커피값도 안될 진료비로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뿐이다. 이런 혜택이 무너질 수 있다.
 
▲ 보건복지부는 국내 임상의사 수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적다는 내용을 포함한 ‘OECD 보건통계 2023’ 데이터를 올해 7월 발표했다. 이 통계 자료는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보건복지부
 
-OECD 기준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니 ‘의사 부족’이라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도 인정하는 OECD 공인 보건의료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이용 편의성과 국민건강 수준이 세계 최고인 국가다. 
 
각국의 보건의료서비스 수준을 비교할 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지표 세 가지가 △기대수명(출생해서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영아사망률(신생아 1000명당 출생 1년 미만 사망률) △회피가능 사망률(적시에 치료를 받았을 경우 사망하지 않을 확률)이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3살 많은 84세, 특히 여성의 경우 일본 다음의 최장수국이다. OECD 평균 영아사망률이 1000명 당 4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4명이니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최근 주목받는 회피가능 사망률이 OECD 평균 10만 명당 239명인데 우리나라는 142명에 불과하다.”
  
▲ 보건복지부 ‘OECD보건통계 2023’에 실린 OECD국가 임상의사 수 비교. 보건복지부 제공.
 
-그럼에도 필수의료 체계가 붕괴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수의료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는 고되지만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던 인기 과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안 좋았다는 이유로 의사를 법정구속하고 십수 억대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바이탈뽕’(사람을 살린다는 사명감과 희열)에 취했던 의사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필수의료 몰락의 정확한 이유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이 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 사건에서 암 투병 중인 소아청소년과(소청과) 교수와 전공의가 법정구속되는 사진·기사를 접한 의대생들이 소청과를 장래 희망에서 제외시켰다. 그 결과 이대 목동병원 사태 이전에는 지원률 100%이던 소청과가 지원률 급감으로 현재 30%에도 못 미친다.
 
-소송 부담이 어느 정도이길래…
 
최근 판례에서 흉부X-ray 판독 결과를 정확히 알리지 않아 5억여만 원 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다. 외국의 경우 소송 사례는 ‘고의’에 의한 의료관련 상해나 사망 사건에 한해 발생한다. 우리나라처럼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걸지도 않으며 고소당했다 해서 다 기소되지도 않는다. 
 
수술해서 살릴 확률이 50%라면 손대지 않는 게 현명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성공률 99%라도 1% 실패 가능성이 있다면 안 하는 게 낫다. 결과적 상황을 전부 의사 책임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진단을 빨리 못 했다·위험을 더 일찍 알리지 않았다·처치가 늦어졌거나 잘못됐다며 모든 결과를 책임지라 한다면 의사를 그만두는 편이 낫지 않겠나.
 
감옥 갈 두려움 없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소신껏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의료제도가 마련돼야 필수의료가 살아난다.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선동하는 자들이야말로 필수의료 몰락의 주범이다. 의료 현실의 정확한 파악 없는 의사 증원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소아과 오픈런·지방 의료 공백·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방 의료 공백을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엔 환자가 없어서 발생한 사태다. 편리해진 교통편으로 서울의 빅5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서울 등 대도시엔 신체 건강한 구직자들이 남아도는데 농어촌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곡식·과실 수확도 못 하듯 의료계 현실 또한 마찬가지다. 
 
의사 수를 늘리면 그 의사들이 지방에 갈까? 환자가 없는데 어떻게 가나? 소아과 오픈런(문 열기 전 줄서기)도 실상을 보면 소청과 전문의는 매년 늘고 전공의만 줄었다. 소청과·소아응급실 이용 시간과 행태의 문제가 크다. 아동 인구는 줄고 있는데 의사 수가 늘어나면 소청과 지원할 사람이 있을까?
 
국민의 선택권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국가 단일 공보험제의 근간인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 다양한 보장을 국민이 자율적으로 선택 가능한 제도로 대전환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현 의료 문제를 풀 단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던 비정상의 정상화이기도 하다.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 폐지는 무엇 때문인가?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란 위헌적 제도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며 임의로 탈퇴할 수 없다. 또한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라는 국가 단일 공보험 가입자(국민)에게 정부가 정한 수가와 방식대로 정해진 의료서비스를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 의료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다. 현재의 획일적인 단일 공보험제도 대신 가입자(국민)가 공급자(의료기관)를 선택 가능하도록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처럼 하면 된다. 다양한 보장이 제공되는 종합보험을 자율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꼭 필요한 진료는 모두 적절히 받을 수 있도록 의료책임보험은 의무 가입하도록 하자. 나머지 진료에 대해선 각자의 판단에 따라 보장성이 서로 다른 다양한 의료종합보험에 가입할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단순 감기 정도는 충분한 휴식과 요양으로 이겨 내고 중증 질환이 발생했을 때 보험이 지정해 준 병원에서 진료받을 사람들은 해당 보험료를 지불하면 된다.
 
주수호 프로필 △서울 배명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외과전문의)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 겸 운영위원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공보이사 △제35대 대한의사협회장(제42대 회장 출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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