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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100년 이상 보관 가능한 ‘포트와인’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6 06:31:2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10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 있는 걸 알고 계시는가. 주정 강화 와인이라면 가능하다. 주정 강화 와인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것이 포트와인이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이 끝난 후 영국은 한동안 프랑스와의 교역을 중지했다.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을 수입해 마셨던 영국은 새로운 와인 수입처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찾던 중 런던에서 뱃길이 가장 가까운 포르투갈 도우루강 인근의 와인 산지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와인을 배에 실어 가져올 때는 거리가 가까워서 변질에 관한 문제가 없었지만 포르투갈에서 배로 와인을 수입해 올 때는 와인이 변질되는 문제가 생겼다. 
 
험한 뱃길과 무더운 날씨 등으로 운송 도중에 와인이 식초처럼 산패되는 경우가 빈번해 뭔가 묘책을 찾아야만 했다. 영국의 와인 수입상들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인위적으로 첨가했더니 운송 도중 발효가 중지되어 와인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670년대부터 영국은 도우루 강 하구에 있는 포르투(Proto) 항구에서 와인 통을 선적하기 전 브랜디를 첨가했다. 오늘날 주정 강화 와인을 포트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포르투 항구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 
 
포트와인은 대부분 레드 와인으로 만들지만 드물게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알코올 함량은 18~20% 정도로 브랜디의 향·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함께 오크통의 향이 초콜릿처럼 진한 단맛과 함께 느껴진다. 
  
주로 쓰이는 포도 품종은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이며 그 외에 포르투갈 토착 품종인 토우리가 프란카·틴타 아마렐라·틴타 바로카·틴타 호리스 등의 품종들을 사용한다. 화이트 포트는 말바시아 피나·비오지뉴·라비가토·모스카텔 등의 토착 품종들로 만들어진다. 
 
포트와인의 양조가 다른 와인의 양조와 다른 점은 포도주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당분이 남아 있는 발효 중간단계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수와 당도가 높고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한 주정 강화 와인이 탄생한다. 
 
이때 첨가되는 브랜디 양은 발효 중인 와인의 25% 정도인데, 알코올 함량 75~77%의 브랜디를 알코올 도수 20°가량이 되도록 첨가하여 발효를 중지시킨다. 이 방법을 쓰면 일정 도수 이상이 되면 효모가 발효를 멈추고 발효가 덜 끝나 술에 잔당이 많이 남아 단맛이 난다.
 
포트와인은 주정을 강화하기 전에 발효를 먼저 한다. 포트가 싱그럽고 상쾌한 아로마를 함유하기 위해서는 발효가 재빨리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포도를 밟는다. 
 
발효조에 1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포도를 으깨야 껍질의 색소가 많이 배어 나오고 씨의 파괴도 막아 상쾌한 포도즙을 얻을 수 있다. 2~3일 정도의 발효로 일정한 수준의 알코올 도수를 확보하려면 행동이 기민하고 근력이 좋은 남성이 발효조에 들어가야 한다. 요즘에는 생산량이 많아 자동화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최상품의 포트와인 제조 현장에서는 아직도 옛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포트 와인의 생산지인 포르투갈 북부 도우루 지역은 매우 건조하고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큰 곳이다. 이곳에서 포트와인이 만들어지면 이듬해 1월에 도우루강을 따라 포르투 시와 마주보고 자리한 빌라 노바 드가이아라는 도시로 옮겨져 숙성이 시작된다. 
 
양조와 숙성 장소가 다른 이유는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포도주의 숙성에 적합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포트와인은 숙성이 오래 진행될수록 복합적인 견과류의 맛이 난다.
 
포트와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통에서 숙성한 포트와인(Cask-Aged Port)과 병에서 숙성한 포트와인(Bottle-Aged Port)으로 구분된다. 통에서 숙성한 포트와인은 가격이 저렴하고 색이 진하며 과일 풍미가 풍부하다. 
 
어린 와인을 블랜딩한 루비(Ruby)포트, 옅은 호박색을 띠며 여러 종류의 빈티지 와인을 블랜딩하여 4~5년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된 황갈색을 의미하는 토니(Tawny)포트, 통 속에서 6년·10년·20년·30년·40년 숙성시킨 후 병입해 판매하는 에이지드 토니(Aged Tawny)가 있다. 
 
100년 이상된 토니 포트가 포트와인 중에서 최고급이다. 빈티지 포트는 이에 비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레이타(Colheita)는 단일 연도의 포트로 7년 이상 통숙성하여 병입하는데, 수확 연도와 병입 연도를 모두 표기하며 토니 포트의 하위가격대에 속한다.
 
▲ 다양한 2011년 빈티지 포트와인들. 10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다. 필자 제공
 
병에서 숙성한 포트와인은 단일 빈티지로 빚어 수확 이후 4~6년간 병에서 숙성하는 레이트 버틀드 빈티지(LBV), LBV와 비슷하지만 비교적 좋은 해의 빈티지 와인을 블랜딩한 빈티지 캐릭터(Vintage Charater)·단일 포도원의 포도로 빚는 퀸타(Quinta)·나무통에서 2년 숙성 후 병 속에서 더 숙성시키는 빈티지 포트(Vintage Port)가 있다.
 
통에서 숙성한 포트와인은 병입 후 바로 마실 수 있지만 숙성을 시켜도 맛이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병 속에서 숙성한 포트와인은 병입 후 숙성시키면 맛이 좋아져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좋은 빈티지 포트와인은 품질에 따라 숙성 기간 15~30년이 마시기 좋은 최적의 시기다. 포트와인은 100년이 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전부 병 속에서 숙성한 포트와인이다.
 
평균적으로 포트와인의 60%는 토니 포트와 루비 포트이며, 30%는 빈티지 캐릭터·7%는 에이지드 토니이고 3%만이 빈티지 포트이다. 빈티지 포트와인 중 1945년과 1994년이 최고의 빈티지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1963·1970·1977·1983·1985·1991·1992·1997·2000·2003·2007·2011년 빈티지가 추천되고 있다.
 
그 외의 주정 강화 와인으로는 스페인의 셰리(Sherry)·포르투갈의 마데이라(Madeira)·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베르무트(Vermouth)·이탈리아의 마르샬라(MARSALA)·프랑스의 피노 데 샤랑트(PINEAU DES CHARENTE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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